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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길도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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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길도 기행

: 비밀의 정원 보길도에서 만난 자연과 사람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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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5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422g | 153*207*20mm
ISBN13 9788965640943
ISBN10 896564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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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글 : 김나흔(김원자)
광주교육대학을 졸업하고 광주일보 문화부 기자로 글을 쓰기 시작하였으며, 광남일보에서 편집국장을 지냈다. 2002년부터 호남대학교 초빙교수로 지역문화에 대한 강의를 하고, 프리랜서 작가로 신문과 잡지에 남도 지역의 역사와 인문, 사람들 이야기 등을 집필해오고 있다. 저서로는 문화평론 『이제 삶의 문화를 이야기하자』, 칼럼집 『화살과 노래』, 『모바일혁명』 들이 있으며 함께 쓴 책으로는 소설 『환율천재가 된 홍대리』가 있다.
사진 : 구자호
고려대학교에서 물리학을 미주리대학교 저널리즘스쿨에서 포토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조선일보 편집국 사진부 기자로 언론계에 몸담은 이래 사진부장, 편집부국장, 편집위원을 지냈다. 10·26사건, 광주민주화운동, 6·29선언을 전후한 민주화 시위 현장, LA 폭동 등 국내외 사건의 현장을 사진에 담았으며,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한 수많은 국제회의를 취재했다. 2005년부터는 중앙대학교 객원교수, 상명대학교 초빙교수로 후진들에게 포토저널리즘을 가르쳤다. 현재는 대구사진 비엔날레 운영위원장으로 2014년 전시를 준비 중이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의 사진을 찍었고, 『포토저널리즘』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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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규칙적인 반복 활동을 지켜본다. 바다에 붉고 하얀 꽃들이 피어 있다. 단순한 플라스틱 구조물이었으되 이 순간만큼은 꽃보다 더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들 삶의 싱싱한 현장이 바로 그곳에 있다. 가까이 보이는 배들이 모두 배에 크레인을 얹고 있다. 양식장에서 미역과 다시마를 끌어 올려 전복에게 먹이고, 또 전복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다. --- p.48

해변과 맞닿아 있는 보옥(寶玉)리라는 동네 이름은 마을 앞 뾰족산 해변에 용이 살다가 큰 여의주를 물고 승천했다고 하여 생긴 이름이다. 큰 여의주라면 공룡알해변의 둥근 돌임에 틀림없다. 전혀 튀지 않는 옅은 베이지와 연회색빛 돌들은 해가 비치면 투명한 피부빛으로,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할 만큼 다양한 표정을 짓는다. --- p.73

나는 이곳에서 먹은 무생멸치조림이 제일 좋았다. 참 평범한 조림 한 접시다. 앞바다에 그득한 멸치를 소쿠리로 퍼다가 뒤뜰에서 무 하나 쑥 뽑아 썰어 넣고 고춧가루 숭숭 뿌려 그냥 끓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맛이 딱 ‘어머니의 손맛’이었다. 한 상 가득 차려나온 밥상을 두고 왜 하필이면 무생멸치조림이냐고 섭섭해 할지 모르겠으나 나는 그냥 무멸치조림에 먼저 손이 갔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의 냄새가 나는 듯했고 어머니의 주름진 손등이 떠오르기도 했다. --- p.108

보옥리 멸치덕장에서 만난 어장 주인 정영운 씨는 “자식에게는 이 일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말로 고단한 일상을 표현한다. 그래도 당장 이 일을 그만두지는 않겠지. 유난히 멸치 풍년이 들어 한 배 가득 은빛 멸치를 건져 올릴 때, 그리고 이렇게 해가 좋은 날 예쁘게 말라가는 멸치를 손질하다보면 섬에서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일이 운명처럼 피하고 싶어도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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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孤山) 윤선도는 일찍이 보길도를 품었다. 병자호란의 참담한 패배로 조선 지배계층 간에 책임 공방론이 격돌하고 상호비방과 권력다툼으로 치닫던 난세, 그는 비루한 이전투구에서 몸을 숨긴다. 가솔을 이끌고 제주도로 향하던 중 잠시 풍랑을 피해 발 디딘 곳이 보길도다. 당시 윤선도의 나이는 50대 중반, 보길도에는 약 100여 명이 살고 있었다. 84세로 일기를 마칠 때까지 30여 년간 보길도에서 「오우가」, 「어부사시사」를 비롯한 수많은 보석 같은 한글시가를 남긴다. ??보길도 기행??을 읽으며 이제 3만 인구로 불어난 건강한 삶터 보길도의 체취와 고산이 불어넣은 고답한 문향(文香)에 취한다.
홍승연(TV드라마 작가)
어쩐지 보길도여야 할 것 같았다. 〈부러진 화살〉의 뜻하지 않은 상업적 성공으로 모처럼 심신의 여유를 얻었을 때, 아내와 어디를 갈까 고심하다 이 섬을 찾았다. 낙향해 사는 학교 선배가 있었다. “돈 없을 땐 젊은 여자와 다니더니 돈 생기니 마나님과 동행이라, 정 감독 생각보다 인간성 있네.” 선배의 짓궂은 놀림을 들으며 바다를 바라봤다. 때로 잔잔한 옥빛으로, 때로는 영국 화가 터너의 격랑 치는 잿빛 푸르름으로 다가오는 바다. 섬은 여배우처럼 섬세하고 남자배우처럼 싱싱했다. 보길도를 배경으로 애잔한 연애 영화나 한 편 찍어볼까, 『보길도 기행』을 길라잡이 삼아.
정지영(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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