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카토르의 유산은 플랑드르의 한 지도제작자의 삶이나 업적보다 훨씬 더 많다. 다음 장들에서 언급되겠지만 메르카토르 도법은 항해, 지도학적 혁신, 군사적 정확성, 미디어의 오해, 정치적 선전 등 여러 가지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들의 한가운데 있다.”
-1장 정방위, p39
“적도중심 메르카토르 도법이 특히 항해와 전혀 상관없는 세계지도로서 지속적으로 잘못 사용되어온 덕분에, 지도학에 정통한 지리학자들이 비난을 받고 있다. ……적도중심 메르카토르 세계지도는 벽걸이용 지도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이 지도가 지속적으로 사용된 기원을 항해자나 탐험가들이 늦게나마 메르카토르의 세계관을 채택하기 시작한 18세기까지 추적할 수 있다. 이 도법은 선원들로부터 환영받았고 쉽게 쓸 수 있어 편리한 틀을 제공하였지만, 항정선이 별 쓸모없는 육지중심의 지도에서는 부적절한 틀이 될 뿐이다.”
-9장 벽걸이용 지도와 세계관, p181~182
“유럽에 중심을 둔 지도가 엄청난 죄악일까, 아니면 단순히 유럽의 독자들을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방법일까? 어떤 경우 지도를 보는 사람의 입지 근처에 지도의 중심을 두는 것은 좋은 디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제3세계에 대한 유럽 제국주의의 학정을 잘 알고 있는 인본주의자라면, 그리니치 중심의 전통적인 세계지도는 유럽의 문화적 패권주의에 대한 좋은 예가 될 것이며, 메르카토르 도법에서 서유럽의 면적이 확대된다면 더욱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물론 격분한 인본주의자들은 시베리아, 캐나다 북부, 그린란드, 남극 대륙 대부분이 보다 큰 비중을(제국주의적인 측면에서 별 중요하지 않은)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해야 할 것이다.”
-9장 벽걸이용 지도와 세계관, p204~205
“어떤 도법이 위협을 제공하거나 그것을 확대할 때 대중은 쉽게 지도의 힘을 맹신하게 된다. 순진한 대중은 지도를 사실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1960년대와 1970년대 공산주의에 대해 극렬하게 비난하던 존 버치 소사이어티the John Birch Society의 대변인은, 소련, 중국, 그 밖의 위성국가들이 위협적인 진한 붉은 색으로 칠해진 대형 메르카토르 지도가 펼쳐진 연단을 이용하였다. 공군력과 미사일 방어의 주창자들은 소련으로부터 북극횡단 공격받을 가능성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데 유용한 방위도법의 아주 특별한 시점을 발견한 것이다. ……이처럼 별 근거가 없는 냉전에 대한 지도학적 기여를 기쁜 마음으로 축복하는 지도역사학자들은 지도의 역할이 내재적 힘의 문제인지, 아니면 단지 다양한 디자인의 편리한 이용에 관한 것인지 효용적인 측면에서 질문을 던졌어야 했다.
-9장 벽걸이용 지도와 세계관, p207
“메르카토르 도법의 만만찮은 사회적 힘은 집단적 기억, 브랜드네임의 인식, 제도적 관성 등 다층적 설명을 요구한다. ……지도학 교육자들은 적어도 1세기 동안 이 지도의 오용에 대해 욕을 퍼부었지만, 잘못된 메르카토르 세계관을 짓밟을 수 없었다. 공정함에 대한 페터스와 그의 동료들의 청원에도 불구하고 메르카토르 도법을 추방시킬 수 없었다.”
-11장 메르카토르 도법에 대한 재평가, p249~250
“메르카토르 지도에 대한 가장 날조된 비난은 진위가 의심스러운 이 지도의 유럽중심주의이다. 그리니치 자오선을 중심으로 한 어떠한 도법도 수평적으로는 아프리카가 중심에 있다. 극이 적도로부터 무한히 멀리 떨어진 어떤 원통도법도 수직적으로는 중앙에 유럽을 위치 지을 수 있다. 그린란드 전부를 보이고 남극을 배제하라고 주장한다면, 메르카토르 지도는 유럽중심적이 된다. 이러한 모습이 어떤 정치적 혹은 사회적 결과를 가져다줄지 모르나, 내가 아는 유일한 예는 페터스 지도를 선전하기 위해 계획된 가상인물 만들기, 바로 그것이다.”
-11장 메르카토르 도법에 대한 재평가, p255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