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책은 파리 인문여행을 위한 일종의 ‘종합선물세트’로 기획되었다. 인문학은 물론 미술과 건축, 도시계획과 만국박람회, 패션과 미식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의 전체상을 담아내고자 했다. 책 제목의 ‘인문여행’에서 ‘인문’은 문사철(文史哲)로 대표되는 학문 분야를 지칭하기보다는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뜻한다. 앞서 제사로 인용한 프루스트의 말처럼 여행이란 지리적 풍경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가 확 트이면서 내면적 풍경이 풍요로워지는 경험을 뜻하며”
--- p.13

2. “파리는 유럽 각지에서 몰려든 보헤미안 예술가들의 성지로 떠오르며 창조적 혁신을 이루고, 베를린이나 빈 같은 경쟁도시를 따돌리며 유럽의 문화적 중심으로 부상했다. 문화적 혁신과 창조는 19세기말과 20세기 초 파리에서 절정에 달한다. 파리를 무대로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실험과 혁신에 몰두한다. 피카소(미술), 스트라빈스키(음악), 디아길레프(발레), 콜레트(문학)의 예술적 실험에 차라의 다다이즘과 브르통의 초현실주의가 더해지면서 혁신은 최고조에 이른다.”
--- p.40

3. “화가와 시인들은 에펠탑을 현대의 신화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 점묘화법을 추구한 신인상주의 화가 조르주 쇠라(George?Pierre Seurat, 1859~1891)의 〈에펠탑〉(1889년) 이후로 많은 화가들이 에펠탑을 화폭에 담았다. 에펠탑의 미학적 가치를 탐구한 선구적인 화가로 폴 루이 들랑스도 빼놓을 수 없다. 1910년 파리에 온 이래 〈창문에서 본 파리〉(1913년)부터 〈안녕 파리〉(1972년)에 이르기까지 에펠탑을 자신이 꿈꾸는 파리 풍경의 중심에 둔 샤갈과 라울 뒤피, 그리고 장 콕토에 이르기까지 여러 화가들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다.”
--- p.275

4. “파리는 대혁명 이후 혁명과 예술, 혁명과 사상의 쌍두마차로 19세기를 질주하며 모더니티의 수도로서 위상을 확고히 했다. 혁명의 에너지가 파괴와 전복에 머물지 않고 문화예술과 사상으로 흘러들어가 문화예술의 수도 파리를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이는 유럽의 다른 어느 도시도 보여주지 못한 파리만의 역동성과 창조성을 만든 계기로 작용했다. 프랑스 대혁명과 나폴레옹의 집권은 프랑스 근대사회의 기틀을 만들었고, 1830년 7월 혁명은 낭만주의 문학과 예술을 태동시켰으며, 1848년 2월 혁명은 사회주의의 모험과 보헤미안적 상상력을 분출시켰다. 1871년 파리코뮌의 상처가 아무는 와중에서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를 완성하려는 기획이 싹텄고 자연주의 문학과 인상주의 미술이 꽃피었다. 만국박람회와 백화점, 에펠탑과 루브르의 도시 파리는 벨 에포크에 접어들며 진보의 정점을 구가했다.”

<b>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문화적 연결과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행인문학을 위해</b><br/><br/> 코로나 19는 초연결의 시대를 역사상 유례없는 고립의 시대로 만들었다. 외로움과 고독이 일상화되고, 문화생활은 방구석 미술관이나 방구석 영화관으로 줄어들었으며, 여행은 ‘랜선 여행’으로 대체되었다. 마음껏 파리 시내를 활보하고 루브르와 오르세 미술관을 방역패스 없이 드나들며, 에펠탑을 배경으로 신나게 사진을 찍는 날이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다. 그날을 기다리며 역사와 문학 그리고 예술의 도움을 받아 파리로 인문여행을 떠나볼 것을 제안한다. 도시는 준비되지 않은 여행자에게는 아무 것도 내어주지 않는다. 여행길이 막힌 대신 인문여행의 길은 활짝 열렸다. 이 책은 파리라는 매혹적인 도시로 인문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한 지적 가이드이자, 인문학 안내서이고자 한다.<br/><br/><b>파리가 문화예술의 수도가 된 이유는?</b><br/><br/> 파리는 유럽 각지에서 몰려든 보헤미안 예술가들의 성지로 떠오르면서 창조적 혁신을 이루고 베를린이나 빈 같은 경쟁도시를 따돌리며 문화예술의 수도로 부상했다. 혁신과 창조는 유행을 낳고, 파리를 중심으로 유행이 전파된다. 파리의 문화적 혁신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절정에 달한다. 피카소(미술), 스트라빈스키(음악), 디아길레프(발레), 콜레트(문학), 샤넬(패션)을 위시해서 수없이 많은 예술가들이 파리를 둥지로 삼아 혁신과 창조의 작업에 몰두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파리와 함께 흔히 연상되는 문화예술의 수도의 이미지는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일까? 이 책은 이런 질문들에 대답하면서 ‘도시의 승리’ 의 법칙을 탐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