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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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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

: 시대의 강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고민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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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7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384g | 130*190*18mm
ISBN13 9791160408416
ISBN10 1160408416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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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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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들을 구경하면서 비난하거나 혐오하고, 시기와 질투심,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이 끊임없이 조장되고, 닮고 싶은 선례보다는 반면교사가 넘쳐나는 시대에 대해 묘사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런 시대의 묘사에만 그치지 않고,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태도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고자 했다. (…) 이처럼 사회에 대한 묘사뿐 아니라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 깊이 이야기하고자 한 점이 전작인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와의 차이점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 p.8

“저요?” 하는 습관은 ‘관심’에 대한 무서움과 갈구가 모두 담겨 있는 시대를 보여주는 유행어가 아닐까 싶다. 유명인들을 보면, 한순간에 떠서 잘나가다가도 몇몇 사소한 정보나 과거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거의 모든 정보는 공격 대상이 될 수 있고 한 사람의 인생을 걸고 넘어뜨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 시대는 관심을 갈구하는 ‘외로운’ 시대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추앙’받길 바라며 SNS에 자기를 전시하기도 하고, 그 누군가에게는 화색이 도는 표정으로 “저요?”라고 말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 p.34

선택을 절대시하고 선택은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며 누구나 자기의 선택에는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사고방식은 상당히 무서운 것이기도 하다. 사실 한 인간이 인생에서 무언가를 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경우란 그리 많지 않다. 대개는 살아오면서 누적된 상황, 자기도 모르게 받은 상처, 원했든 원치 않았든 자신에게 주어진 제한적 선택지, 어쩔 수 없이 내몰리게 된 입장 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강요당한 선택들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 pp.45~46

문해력 또는 이해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타인을 상상할 수 있는 ‘힘’이 없다는 뜻이다. 나아가 뇌가 그럴 ‘용기’를 학습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르시시즘적으로 계속 자기 이해, 자기 입장에 익숙한 방식에만 길들여져서 그에 갇혀버리는 폐쇄성에 머무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실 문해력을 이야기할 때 거의 거론되지 않지만 핵심적인 문제 중 하나에는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의 범람이 있을 것이다.
--- pp.54~55

‘결혼 또한 하나의 시작이며 주춧돌이고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모두에게 결혼은 연습 같은 것이며 육아 역시 다들 낯설고 생경한 경험이지만 그렇게 배워나가는 것이다’라는 식의 기성세대적인 훈계는 거의 의미가 없다. 당장 인생 전체가 각종 할부, 빚, 이자, 온갖 리스크 등으로 점철되어 있는 이 시대에, 청년 세대는 그런 ‘위험’을 굳이 감수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 p.80

타인들의 삶에 대한 저격은 늘 일정한 쾌감을 동반한다. 타인들의 삶을 깎아내림으로써 자기 삶은 괜찮다는 위안을 얻는 일이 그 속에 숨어 있다. 또한 내가 타인의 삶을 규정하고 평가할 수 있다는 ‘힘의 확인’에서 오는 쾌감 또한 적지 않다. 한 명의 방구석 심사위원처럼 세상 모든 삶을 평가하고 비난하면서 마치 힘을 가진 듯한 착각을 느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책감 또한 중독적인 쾌감을 불러올 수 있다. 스스로를 꾸짖는 일은 그 자체로 자신이 보다 나은 삶에 대해 알고 있다는 ‘앎의 쾌감’을 준다. 자책감이 일종의 피학적인 쾌감을 동반하는 이유는 ‘꾸짖는 자’와 ‘꾸짖음을 당하는 자’가 결국은 모두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 p.122

이런 하이퍼 리얼리즘의 유행은 우리 시대 ‘구경꾼 문화’의 연장선에서도 볼 수 있다. 세상 모든 게 구경거리가 된 시대에서, 우리 일상 또한 더 적극적으로 더 리얼한 구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구경하면서 품평하고 비웃고 깔깔댄다. (…) 그러나 때때로 그 속에는 깔깔댐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 때도 있다. 가령 ‘틀딱충’, ‘맘충’, ‘개독교’ 같은 말들이 거론되면서 특정 집단에 프레임을 씌우고 조롱의 대상으로 확정된 집단을 향한 혐오를 확산시키는 순간이다.
--- p.147

무엇이든 적당히 애쓰면 얻을 수 있는 것은 굳이 강조되지 않는다. 굳이 전 사회가 광적으로 몰입하는 게 있다면, 그만큼 그것을 얻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생에 필요한 ‘적절한 돈’이라는 것에 더 이상 손쉽게 접근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누적되어온 계층 간 격차에 더해, 지난 몇 년간 폭등한 부동산은 사실상 한 개인의 소득으로는 ‘적절한 돈’을 평생 버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불가능성이 한 시대의 선망, 동경, 갈망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는 것이다.
--- p.177

코로나 시대란 우리 사회가 어떻게든 간신히 이어왔던 취약한 부분들이 폭로되는 시대가 아니었나 싶다. 태권도장 하나 문 닫아버리는 것으로 경력단절여성이 쏟아져 나온다. 그렇게 취약해진 어느 가정의 수입구조는 다시 빈부격차를 심화시킨다. 그 시점에 집이라도 하나 가진 사람은 그나마 사정이 나을지 모르겠으나, 둘이 열심히 벌어 집 한 채 가지자고 마음먹었던 가정은 사실상 그런 최소한의 미래 계획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한 시대의 위기가 어느 누군가에게는 가벼운 비바람이라면 다른 어느 가정, 어느 집단, 어느 계층에는 유달리 폭풍우처럼 쏟아지는 것이다.
--- p.209

삶이 적당한 구속으로 채워져 있을 때는 그 구속의 틈새를 더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필사적이 되기도 한다. 나같은 경우는 로스쿨을 다닐 때 그런 상황이 절정을 이루었다. (…) 사람들이 하나같이 로스쿨 다니고 육아하면서 어떻게 책을 몇 권이나 썼는지 물어보곤 했는데, 그럴 때면 오히려 그런 상황이 더 집중적으로 시간을 쓰는 데 도움을 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학비를 벌어야 했고 글쓰기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 와중에 낼 수 있었던 하루의 극히 적은 시간을 온전히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에만 쓸 수 있었다.
--- pp.230~231

요즘 유행하는 “‘쎄함’은 과학이다” 같은 말이라든지, 타인에 대한 즉각적인 호감과 비호감을 나누는 경향, ‘시발비용(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면 쓰지 않았을 비용)’이나 ‘가심비’, ‘시심비’처럼 자기 느낌에 주목하는 소비 생활, 내면에서 자기 마음에 가장 맞는 꿈을 찾으라는 명령 등은 모두 개인의 느낌에 매우 대단한 것을 부여하고 있다. 또 내가 아는 한, 거의 모든 사람이 자신은 ‘사람을 잘 본다’고 하는데 이 또한 시대적으로 사람들이 점점 더 자기의 느낌, 직감, 직관 같은 것을 신뢰하도록 부추겨지고 있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 pp.271~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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