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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4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408쪽 | 430g | 128*188*25mm
ISBN13 9791190187206
ISBN10 1190187205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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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세이平成(1989. 1. 8. ~ 2019. 4. 30가.) 끝났다.
2019년 4월 30일, 이날을 마지막으로 헤이세이는 화려하게막을 내렸다.
상사인 오리에 씨가 말하길, 국왕의 서거로 쇼와昭和(1926.12. 25. ~ 1989. 1. 7.)가 끝날 때에는 병상에 누운 국왕이 언제 임종을 맞을지 몰라 일본 전체가 반년가량을 자숙 분위기 속에서 지냈다고 한다.
헤이세이 2년(1990년)에 태어난 나로서는 역사 교과서에서 볼 법한 이야기였다. 국왕이 생전 퇴위를 희망하며 연호 변경일을 사전에 정한 헤이세이의 마지막 해는 자숙은커녕 크게 들뜬 분위기였다. 새 연호로 넘어가는 시점에 있다는 것은 축제 기분에 젖게 했고, 이는 틀림없는 경사였다.
--- p.9

“멀어지셨습니까?”
한 할아버지가 나에게 물었다.
“아, 아니, 멀어졌다기보다 길을 잃어서…….”
거기까지 말하다 말고 문득 지금 내 상황을 표현하기에 ‘멀어지다’는 말만큼 적합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지금 나는 멀어졌다.
현재 다니는 회사로부터. 일로부터. 내가 하고 싶은 것으로부터.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혼잣말로 중얼거리자 다른 한 할아버지가 “저런저런”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할아버지는 잽싸게 일어나 일렬로 줄을 맞추고 나에게 인사했다.
“저는 소토마키이고.”
“저는 우치마키입니다.”
자세히 보니 동그랗게 말린 앞머리와 귀밑털이 각자의 이름을 대변하고 있었다. 나중에 붙은 별명일까? 아니면 본명에 맞는 방향으로 머리를 만 걸까? 두 사람의 털끝을 멀거니 쳐다보며 버릇처럼 명함을 꺼내려다가 그만두었다. 이건 업무가 아니다.
--- p.26

“지금이 절호의 찬스입니다.”
인물이 훤칠한 점원이 말했다.
그 말에 숨은 의미는 바로 알았다. 소비세가 오르기 전에 사라는 소리다. 2014년 4월 이후에는 모든 상품의 소비세가 8퍼센트가 된다. 가계를 지키는 주부로서 이 사태는 마음이 불편 할 수밖에 없다.
2013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어수선한 연말과 보너스철을 노려 여기저기서 ‘지금이 기회!’라며 새삼스레 야단법석을 떨었다.
--- p.69

“나(오레), 스탠리 큐브릭이 실은 미래인이었다고 생각해.”
스탠리 큐브릭이란 영화감독을 말하나 보다. 노기는 2001년을 무대로 한 옛 SF 영화를 쓰타야에서 빌렸다가 굉장한 것을 보았다며 잔뜩 흥분해 있었다.
초롱초롱하게 크게 뜬 눈이 진심을 말하고 있었다. 노기의 얼굴은 베이비돌을 닮았다. 옆으로 누이면 눈이 감기는, 볼이 포동포동한 아기 인형. 제 딴에는 열심히 ‘오레’라고 하지만 영 어울리지 않았다.
“왜냐면 이상하거든. 그 영화가 개봉된 게 1968년이야. 아폴로 11호가 달에 간 것보다 먼저 만들어졌는데 달 착륙 장면이 실제 영상 그대로라니까.”
“미래에서 온 사람이란 거야?”
“응. 아니면 타임 슬립으로 미래를 보고 과거로 되돌아가 만들었을 수도 있고. 그렇지만 스탠리 큐브릭이 본 2001년을 지금 못 따라잡고 있어. 할HAL이라는 인공지능이 나오는데, 사람이 누워서 ‘할, 침대 좀 높여 줘’, ‘모니터 화면을 가까이 대줘’라고 말로 지시하면 그 말대로 다 해 주거든. 할은 말을 유창하게 잘하는데 인간형 로봇이 아니라 철저하게 컴퓨터 목소리라는 점이 유치하지 않아서 멋있어.”
“그런 시대가 올까?”
--- p.198

로쿠로는 웃었지만 나는 통 알 수가 없었다. 카세트테이프를 라디오카세트에 꽂고 버튼을 누르자 떠들썩한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역시나 알아들을 수가 없다.
“다른 손님 오면 꺼라.”
“에이, 이거 오토리버스 기능까지 달려 있단 말이야. 괜찮아, 손님 같은 거 안 와.”
그 말에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화낼 기회를 놓치고 그냥 웃고 말았다. 오토리버스는 테이프 재생이 완전히 끝나면 자동으로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기능이다. 노래에 맞춰 흥얼대던 로쿠로가 문득 내게로 얼굴을 돌렸다
---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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