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기회occasional를 위한 거야. 음료수는 샴페인. 그게 어울리는 게 당연하지만, 난, 나루오를 만난 이후, 샴페인만 연신 마셔댔다. 그렇다는 건 결국, 그와 만나는 건, 특별한 기회의 연속? 일상적인 습관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그 점을 생각하니, 마음이 들뜨는 동시에, 조금 서글퍼진다. 특별한 기회는, 여러번 반복하다 보면 특별해지지 않는다. 이 나이가 돼서야 그걸 깨닫는다. 나는, 두려워하고 있다. 영원히 계속되는 건 없단 사실을 알기에......
"와인잔 거품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는 아름다운 여인, 누군가 했더니 내 마누라였네."
"시끄러워. 감상하는 데 방해하지 말라구."
어느샌가, 가즈히로가 옆에 와 서 있다. 히비야의 한 호텔 연회장. 오늘은, 두 사람이 공통으로 담당하고 있는 작가의 망년회다.
"무슨 감상에 빠지셨나......"
말이 많군. 당신한테 일일이 대답할 의무는 없어.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나는, 가즈히로를 쏘아보았다. 잘 빠진 감색 양복을 입고 있다. 오늘 맨 넥타이는 봐줄 만하군. 당연하지. 작년 생일날 내가 선물한 거니까. 새삼 아래위로 훑어 보니, 꽤 근사한 남자란 생각이 든다. 잔을 손에 들고, 벽에 기대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pp.138~139
겨우 스물여섯 글자로, 관계 모두를 그릴 수 있는 언어가 있다고, 그 점을 생각하면 마음이 가벼워진다고, 예전에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 그 일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느낀다. 스물여섯이든, 2백6십이든, 2천6백이든, 관계를 묘사할 수 있는 정확한 말은, 단 하나뿐일지도 모른다. 혹은, 하나도 없을지 모른다. 온 세상 말을 다 갖다붙여도, 완전히 묘사할 수 없는 게 본디 사람과 사람의 관계인지도 모른다...
--- p.227
강렬한 욕망을 느꼈다. 이야기하고 싶다. 모조리 말하고 싶다. 들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당신의 얘기도 듣고 싶다. 나는,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사랑의 종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건, 어른이 되려 하지만 결코 될 수 없는 자들의, 너무도 안타까운 묘미다.
--- p.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