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엄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서 우유부단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듬성듬성한 머리칼을 뒤로 빗어 넘겨서 그런지 이마가 더 길쭉해 보였다. 하지만 얼굴은 형편없이 난도질당했고, 양쪽 귀 모두 두개골이 드러날 정도로 바싹 잘려 있었다. ‘그런데 잘린 귀는 어디로 간 걸까?’ 놀랍도록 정교한 솜씨였다. 페르시아산 카펫 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범인이 가져간 걸까? 아니면 개의 입을 막으려고 던져 주었나?’ 아무튼 치밀한 놈이다. 시체의 왼쪽 광대뼈 부분이 잔뜩 부어오르고 살갗까지 벗겨져 있는 것만 봐도 작업이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피해자가 집무실로 사용하던 서재는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크기와 색깔별로 가지런히 꽂혀 있는 책들과 책상 위의 필기도구조차 침묵하고 있었다. 몸싸움을 하거나 고통으로 발버둥친 흔적도 없었다. 심지어 먼지조차 없었다.
--- 4월 7일 화요일
1964년 예수 승천 대축일, 샤를르빌의 묘지에서 아르튀르 랭보의 무덤이 파헤쳐진 채 발견되었다. 지하묘지에서는 다른 시체 하나가 발견되었다. 곡괭이에 찔려서 살해된 꼽추의 시체였다. 공동묘지의 관리인이었다. 관은 열려 있었고, 죽은 시인의 두개골은 어느 곳에도 보이지 않았다. 어떤 단서나 실마리도 없었다. 그런데 사건 발생 2년 후, 파리의 한 골동품 상점에서 도난당한 가구를 압수하는 과정에서 두개골이 발견되었다. 두개골이 말을 할 리 없었고, 골동품 상점의 주인에게선 아무 정보도 얻어낼 수 없었다. 두개골은 먼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졌다가 다시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한 고고학자에 의해 그것이 아폴리네르의 두개골임이 증명되었다. 다시 체포된 골동품 주인 데카르넬은 두개골밀매에 가담했다고 털어놓았다. 랭보, 보들레르, 네르발, 베를렌의 두개골들이 부유한 외국 수집가들에게 팔려 나갔다고 했다. 묘지들을 모두 확인해 본 결과, 모두 정교하게 파헤쳐져 있었다. 두개골은 모두 잘려 있었다. (……)드 스말트와 아리안느는 방드레잔느가로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 그의 팔에 슬며시 손을 갖다 댔다.“그래서 경찰계에 발을 들여놓으신 거군요.”
--- 4월 13일 월요일
베르데가 자신의 소설에 자신의 죽음과 똑같은 상황들을 그대로 적어 놓았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게 사실입니까?”
“가정을 해보자는 겁니다, 서장님.”
그들은 추리를 시작했다. 추억 때문이든, 존경, 비난, 복수를 위한 것이든, 아니면 그저 장난이든 한 독자가 고의로 베르데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살인장면을 그대로 재현했다고 가정해 보았다. 그리고 이런 가정과 그리스어로 쓰여진 메시지를 연관시켰다. 결국 베르데가 무언가를 썼기 때문에, 소설을 빌려 어떤 비밀을 폭로했기 때문에 심판을 받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추측을 끌어냈다. 그럴듯한 시나리오였다.
베르데의 작품을 읽으면서 뭘 얻어낼 수 있단 말인가? 여전히 베르데에 관한 것뿐이지 않은가. 드 스말트는 비앙숑이 정말 살인장면을 기술한 부분을 읽었는지 알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더 이상의 정보는 제공하지 않을 것 같았다.
“베르데의 소설을 읽어 보세요, 서장님. 베르데의 소설을 읽으셔야 합니다.”
드 스말트는 물러서지 않았다.
“제가 가지고 있는 즐거움의 원칙에 어긋나는군요, 비앙숑 씨. 즐거움의 원칙에 말입니다.”
“걱정 마십시오, 서장님. 수사에 끼어들지는 않을 테니까요. 저는 기껏해야 서장님의 현실세계에 약간의 허구를 한 방울씩 떨어뜨릴 뿐입니다. 서장님의 단서들을 흐려 놓지는 않을 겁니다. 저는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이고, 이야기꾼일 뿐이지요.”
드 스말트는 그에게 원고를 잃어버리지는 말라고 충고했다. 비앙숑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드 스말트가 세계에서 가장 능력 있는 경찰이라는 칭찬을 늘어놓았다. 그리고는 어쨌든 삶이 우리에게 문학을 가르쳐 줄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사무실을 나갔다.
--- 4월 11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