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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한국어판을 위한 지은이의 말 2판에 붙이는 말 1. 무위의 공동체 2. 단절된 신화 3. 문학적 공산주의 4. 공동-내-존재에 대하여 5. 유한한 역사 지은이 연보 옮긴이 해설 |
저장 뤽 낭시
Jean-Luc Nancy
장-뤽 낭시(1940- )는 현존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며, 80년대 말 과도한 심장 이상 수축으로 심장 이식 수술을 받게 되면서 매우 어려운 시기를 거쳤으나 지금까지도 계속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낭시는 개인적으로나 사상적으로 매우 가까웠던 동료 필립 라쿠-라바르트(라쿠-라바르트 역시 반드시 주목해봐야 할 사상가인데, 안타깝게도 최근 타계하였다)와 함께 초기 독일낭만주의(슐레겔 형제, 노발리스)의 기관지 '아테네움'에 실렸던 중요한 논문들을 편역한 책 '문학적 절대'를 내놓음으로써 학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는 초기 독일낭만주의와 더불어 하이데거,셸링,칸트니체와 같은 사상가들에 대한 해석을 통해 자신의 사유의 출발점을 마련했으며, 조르주 바타유를 창조적,비판적으로 이어감으로써 매우 독창적이고 특이한 정치 철학을 구축해냈다.
낭시는 동구권의 몰락과 교조주의적 맑스주의의 패퇴 이후에 여전히 유효할 수 있는, 공산주의의 문제와 공동체의 문제를 다시 제기하는 것을 자신의 주요한 과제로 삼았다. 알랭 바디우가 그에게 “최후의 공산주의자”라는 명칭을 부여했던 사실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낭시는 우리 시대에 여전히 개인주의를 넘어서는 공동 존재와 공동체에 대한 요구가 취소될 수 없다고 본다. 낭시의 정치 철학의 독창성은, 공동체가 어떠한 종류의 구성된 사회(국가를 비롯해서 크든 작든 모든 동일성의 집단)와도 일치될 수 없다는 주장 가운데에서 발견된다. 플라톤에서부터 교조주의적 맑스주의에 이르기까지 자주 이상적 공동체는 구축해야할 사회로서 추구되었다. 낭시가 반대하는 것은 ‘공동체’를 사회와 일치시키려는 이상주의적?전체주의적 시도이고, 그가 우리의 주목을 요구하는 것은 사회 내로 환원되지 않는 관계 또는 사회 내에서 고착되지 않는 ‘관계’ 자체이다. 그 ‘관계’는 단순히 반사회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의 진정한 조건이자 근거인 우리의 ‘자연적인’ 평등의 장소이며 소통의 장소이다. 낭시는 그 장소를 ‘무위'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그는 그 무위의 장소가 결코 어떤 구도,목적,기획,프로그램에 따라 규정되거나 고정되어서도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는 결코 정치적 투쟁이나 제도에 대한 개혁의 시도나 기존 사회 구조에 대한 변혁의 노력이 필요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고, 다만 ‘우리’라는 존재가 윤리적,총체적,사회적 가치를 담보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어떠한 개념적,관념적 구도에도 종속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낭시의 메시지는 사회가 동일성의 가치 기준에 따라 스스로 구조화되고 폐쇄적이 될 때, 즉 사회 바깥의 지정될 수 없는 무위의 관계를 망각할 때 필연적으로 파탄의 위험에 놓인다는 것이다. 또한 그 무위의 관계가, 궁극적으로 어떠한 존재 이유도 존재 목적도 나아가 어떠한 가치도 갖고 있지 않은 유토피아적(또는 불가능한) 장소가 모든 사회의―현실의 모든 정치적?경제적 관계의―중심에 보이지 않게(또는 블랑쇼의 표현을 따르면, “밝힐 수 없이”) 놓여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낭시의 정치적 사유가 최초로 표명된 그의 주저들 가운데 하나이자 그의 면모가 국제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던 '무위의 공동체'가 인간사랑에서 출간되었다. 미국과 일본에 그의 거의 모든 저작들이 출간된 것을 감안할 때, 우리에게 이 책의 출간은 지나치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현재까지 많은 정치 철학자들(특히 조르지오 아감벤)에게 영감을 주어온 독창적 사유를 우리도 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이 책의 출간의 의의라고 볼 수 있다. 이 책, 한국어판 『무위의 공동체』에는 낭시가 옮긴이(박준상)와 나눈 대화의 일부가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는 말을 대신해서 실려 있으며, 거기서 우리는 현재의 정치적 상황과 또한 한국의 정치 현실에 대한 낭시의 견해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