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잘 설득하여 올바른 행동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부모들은 먼저 자기 스스로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부모들도 완벽하게 따를 수 없는 고상한 요구들을 한꺼번에 아이에게 쏟아 붓지 말아야 한다. 이를테면 다른 사람들에게 늘 공손하게 대하라거나 다른 사람을 늘 배려하고 도와주라는 등의 요구 사항을 자꾸 늘어놓지 말도록 하자. 아이들은 대단히 예민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어서, 부모의 언행에서 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무언가 맞지 않는 것이 있으면 잘 포착해 낸다.
- 본문 24쪽
당신이 아이의 태도를 변화시키려고 할 때, 그 성패는 대개 그런 생각을 어떤 방식으로 아이에게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
- 본문 53쪽
"나 정말로 너 좋아해.“라는 문장도 어떤 어조로 말하느냐에 따라 마치 음악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한번 실험을 해 보자. 한 번은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말해 보고, 또 한 번은 신경질이 난 남편처럼 말해 보자. 그리고 성이 난 아버지가 되어 같은 문장을 말해 보기도 하고, 또 정신이 나가 멍해진 엄마처럼 말해 보자. 그러면 당신은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짧은 문장도 매우 상반된 뜻으로 들리거나, 별 뜻이 없는 빈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본문 66쪽
나는 부모들과 육아 문제 상담을 할 때, 아이들이 얼마나 섬세하게 부모들의 대화 태도를 감지하고 그것을 교묘하게 이용하는지를 종종 설명해 주곤 한다. 그러면 부모들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영리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부모들은 자기 아이가 그렇게 영리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반복해서 강조하고 싶다.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그런 예민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몇 달 지나면서 이것저것 몸소 경험하게 되면서 그러한 능력이 차차 발현되는 것이다.
- 본문 70쪽
실제 많은 부모들은 처음에는 아이에게 상냥하게 무언가를 부탁하면서 마치 무한한 인내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곤 한다. 거의 비굴할 정도로 아이에게 비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까지 말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분위기가 한 순간에 험악하게 급변할 수도 있다. 겉으로 보기에 그토록 조화롭게 시작된 장면이 갑자기 거칠게 돌변하여, 마지막에 가서 부모는 친절하기는커녕 소리를 지르고 욕설까지 던지게 된다.
- 본문 76쪽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육아에 관련된 서적을 찾아 읽거나 교육 심리 전문가에게 상담을 신청해 오는 부모들은 대개 매우 섬세하고 의욕에 가득 찬 사람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 부모들이 때로 곤경에 처하는 이유는 부모가 아이에게 너무 엄하게 대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반대로 아이들이 부모를 너무나 몰아붙여 힘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 본문 87쪽
그렇다면 어째서 우리는 가끔 필요 이상으로 과격한 행동을 취하게 되는 것일까? 부모가 공격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어서 그렇게 과민반응을 보이며 폭발하는 경우는 실제로 드물다. 상담 경험을 토대로 보면 특히 교육 문제에 대단히 관심이 많은 부모들 중에는 그렇게 권위주의적인 유형은 거의 없다. 부모가 가끔 도를 넘어 과민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대개 ‘내가 너무 권위적인 부모가 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 본문 90쪽
아이가 너무 말을 안 듣는 나머지 좌절하여 이미 패배감과 무력감에 휩싸여 있더라도, 그런 감정을 아이 앞에서 고스란히 표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패배감에 젖어 있으면 희생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러면 결국 게임에서 쉽게 지게 된다. 그리고 부모가 지게 되는 이런 상황은 바로 아이가 내심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감정이 심하게 상했다는 것을 아이에게 내보이지 말아야 한다. 말로써 한탄하고 불평하거나 비난하지도 말아야 하고, 아이에게 모욕당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서도 곤란하다.
- 본문 123쪽
아이들이 부모의 뜻에 따라 주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한테 실망하여 뒤로 나앉아 버리는 것도 매우 잘못된 대응 방식이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이기적인 아이로 성장해 갈 위험마저 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늘 치고받으며 자기 상대가 되어 줄 수 있는 부모, 그러면서도 자기에게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분명히 지적해 주는 강한 부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본문 165쪽
아이를 때려서는 안 되고, 체벌로 위협하면서까지 우리의 의지를 아이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자명한 진리이다. 부모가 폭력을 쓰면 결국 아이를 폭력적으로 만들거나, 공포심을 조절하지 못하는 성격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 본문 174쪽
아이와 부모들은 경쟁이라는 압력에 시달린다. 예견하지 못했던 사건이 일어나면 우리는 거기서도 일종의 압박을 느낀다. 우리 아이들도 성장해 가면서 성적의 압력, 사회의 압력, 가차없는 현실이 주는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러한 여러 가지 압력들이 도사리고 있는 이 험한 세상을 잘 헤쳐 나가도록 준비시키기 위해, 아이들을 키울 때는 가급적 압력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말은 아이들을 세상이라는 위험한 덫 안으로 더듬더듬 걸어 들어가게 그냥 놔두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 본문 178쪽
통찰력과 책임감은 아이 교육에서 추구할 만한 목적이지만, 장기적으로만 도달 가능한 덕목들이다. 하지만 그러한 커다란 목적에 도달하기까지 부모들은 수많은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상황들을 거쳐야만 한다. 그리고 그런 구체적인 일상 속에서는 먼저 현재 닥친 갈등을 해소하고 하나하나 구체적인 작은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찰력과 책임감은 그저 빈 방에서 솟아나는 덕목이 아니라, 아이들이 부모와 갈등을 겪어 가며 의사소통하는 경험이 오랫동안 쌓였을 때 생기는 결과물이다. 만약 불가피하게 강제를 통해서라도 구체적인 세부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면, 그때 아이는 부모의 권위를 존중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런 존경심은 다시 아이가 책임감을 체득할 수 있는 전 단계가 되는 것이다.
- 본문 187쪽
아이들은 때로 부모가 벌을 주거나 꾸짖고 비난하도록 자극하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는 아이들이 어떤 것을 무릅쓰고라도 부모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며, 강렬하고 극적인 ‘액션’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 본문 195쪽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신속하고 솔직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당신이 아이에게 화를 내는 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고, 또 화를 내면서도 아이와 화해할 여지를 남겨 둔다면, 당신이 노한다고 해도 아이에게 그리 크게 해가 될 것은 없다. 하지만 부모들이 인내심을 발휘한다는 미명 하에 화를 계속 꾹 참고 속에 담아 두었다가 나중에 폭발하는 일도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그렇게 계속 참다가 한 순간에 화를 폭발시키면, 당신 스스로도 감정을 잘 제어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화를 낼 수도 있다.
- 본문 208쪽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취해야 할 제재를 생각하면 우리는 대개 꾸짖고, 욕하고, 벌주는 것을 떠올린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은 눈에 잘 띄지 않고 온건한 방법이면서도 실제로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는 것은 잘 모르고 있다. 이 방법은 바로 아이에게 의도적으로 관심을 주지 않는 방법이다.
- 본문 215쪽
아이들은 납득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와 부적절하고 모순적인 조치들을 구별할 수 있다. 또 아이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조치와 단순히 아이에게 보복하려고 부모가 내리는 조치를 잘 구별한다. 아이들은 교육적으로 설득력 있는 조치와 부모의 절망감에서 나온 조치, 단순히 아이 앞에서 뭔가 보여 주려고 내리는 조치도 구별할 수 있다.
- 본문 241쪽
내 아이가 더 까다로운 아이라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아이와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아이가 가진 고유한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르게 대응하면 일이 생각보다 쉽게 풀릴 수도 있다. 한 마디로 갑자기 길이 확 열릴 수도 있는 것이다.
- 본문 262쪽
좋아졌던 관계가 다시 악화된다는 것은 부모에게 방향을 수정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하지만 방향을 수정한다고 해서 지금까지 탄탄하던 전략마저 손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오늘은 이런 노선을 취하다가 내일은 갑자기 또 다른 노선을 취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부모가 이리저리 방향을 바꿀 때마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새롭게 반항하도록 자극만 받을 뿐이다. 게다가 부모가 이랬다저랬다 하면 자신이 지금 속수무책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셈이다. 아이와의 관계가 한동안 앞으로 잘 나아가다가 일시적으로 퇴보하는 것은 으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 본문 2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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