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0년 즈음, 함부르크에 최초의 커피하우스가 생긴 이래, 독일은 유럽의 커피 문화를 주도해왔다. 심지어는 『커피 칸타타』가 탄생하기도 했는데, 당대 최고의 음악가였던 바흐(Johann Sebastian Bach)가 작곡해 화제가 되었다. 커피에 빠져 지내는 딸 리스헨과 그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커피 칸타타』는 당시 독일의 커피 신드롬을 유머러스하게 풍자하고 있다.
이 고약한 놈, 이 말괄량이 딸아
아, 언제 철이 들어 내 말대로 커피를 안 마시겠느냐
아버님, 너무 엄하게 말씀 마세요!
만약에 하루 세 번 커피를 못 마시게 된다면,
그야말로 괴로워서 바싹 마른 양고기처럼 말라비틀어질 거예요
위의 가사는 아버지와 딸이 커피로 설전을 벌이는 부분이다. 아버지의 엄포가 무서울 법도 한데 그녀는 절대 자신의 의사를 굽히지 않는다. 심지어는 이렇게 혼났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커피를 예찬하는 부분도 있다. 리스헨이 커피를 찬양하기에 이르자 그녀의 아버지는 커피를 끊지 않으면 시집을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리스헨은 일단 커피를 끊고 결혼하기로 하되 커피를 좋아하는 신랑감을 찾기로 결심한다. 이상이 『커피 칸타타』 대강의 줄거리이다. 이 노래가 만들어졌을 무렵, 상업도시 라이프치히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커피가 대유행이었다. 하지만 기성세대들은 새로운 음료의 유행에 얼굴을 찌푸렸고 의사들은 커피가 불임을 유발한다느니, 피부가 검어진다느니 여러 이유를 대며 커피 음용을 반대했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리스헨처럼 그런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고 커피는 가장 ‘핫’한 음료로 떠오르게 된다.--- pp.92 ~ 93
“와인을 한 모금 물면 마치 입 안에서 교향곡이 울려 퍼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감각적인 그녀는 표현력도 남달랐다. 누구보다도 미각이 뛰어났던 그녀, 그리고 와인을 사랑하던 그녀. 내가 커피를 좋아하는 만큼 와인을 즐겼던 그녀는 오랜 내 연인이었다.
미각도 후각도 칼끝처럼 예리한 그녀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녀는 일반적으로 ‘후각이 좋다’ 혹은 ‘미각이 좋다’라고 일컫는 수준 이상이었다. 그녀의 민감한 감각은 한 번 맛본 커피의 종류를 감별해냈고, 와인은 연도별의 미세한 차이까지 인식했다. 미각이 좋은 만큼 표현력도 뛰어났다. ‘달콤하다’는 표현도 그녀가 하면 수십 가지의 갈래로 튀어나왔다. 내가 볶아준 커피를 내려 먹으며 “밥알을 오래 씹을 때 느낄 수 있는 감미로운 달콤함이 느껴져” 라고 한 적도 있고 “머리를 울리고 혀를 저미는 듯한 단맛이 나” 혹은 “아카시아향이 혀끝에 머물다 간 느낌의 산뜻한 달콤함이야” 등의 말을 해서 날 어리둥절하게 만든 적도 있다. 느낄 수 있는 감각이 다채로우니 표현도 따라서 풍성해지는 모양이다. 예민하고 민감한 차이를 잘 캐치하는 그녀는 와인을 두고 얼마나 드라이하고 얼마나 스위트한지를 내게 늘 설명해주었다. 그녀가 좋아하기에 함께 마셔보았지만, 나는 와인의 미세한 차이를 그녀만큼 알아채지 못했다. 그런 나를 보고 그녀는 놀려댔다.
“너, 바리스타로는 만점이라도, 와인만큼은 내게 못 당하는구나?”
나는 멋쩍게 머리를 긁어댔고, 그녀는 그런 나를 보며 까르르 웃었던 것 같다. 감각적이고 예민하던 그녀와의 시간은 내게 커피와는 또 다른 와인만의 깊은 세계를 알려주었다.--- pp.106~107
라떼아트에 본격적으로 손을 댄 건 손님 앞에서 라떼아트 보여주는 것을 컨셉으로 하는 ‘알토 크레마’라는 카페에서 일할 때였다. 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커피를 만들 때 “아, 이거 잘못됐네요. 다시 해드릴게요”라는 말은 용납이 되지 않는다. 완벽하지 않으면 안됐고, 완벽에 근접하도록 해낼 수밖에 없었다. 이론만 알고 실전은 몰랐던 시절, 나는 손님 앞에서 실수하면 안 된다는 단호한 마음으로 카페에 들어가기 두 달 전부터 라떼아트에 매진했던 거 같다. 하루에 1000㎖짜리 우유팩을 스무 개가 넘게 써댔다. 나중엔 고소한 우유냄새와 봉긋하게 피어오르는 우유거품이 지겨워져 신물이 올라올 정도였다. 이동 시간이 아까워 버스 안에서도 허공에 대고 혼자 손으로 수화하듯 라떼아트를 연습했다.
‘어머, 저 사람 혼자 왜 저래? 미친 거 아냐?’ ‘나이도 젊은 거 같은데……’
등 뒤로 기어오르던 호기심에 겨운 시선도 감내했다. 그렇게 이미지 트레이닝까지 하고도 시간이 모자라 밤새 우유를 스티머로 데우다가 깜빡 졸아 손을 덴 적도 여러 번이다. 나중엔 아예 자주 데는 부분에 굳은살이 박혀 편해지기까지 했으니.
하트가 담긴 한 잔의 카페라떼를 만들기 위해 내가 들인 시간은 수백 시간에 이른다. 겉멋만으로는 결코 쌓아갈 수 없는 숫자다. 실제로 한 잔의 커피를 제대로 낼 수 있는 바리스타 한 명이 탄생하기 까지는 6개월 이상의 이론 공부와 기술 습득시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보면 손님이 즐기는 뿄피 한 잔의 여유는 바리스타가 들이는 커피 한 잔의 노력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pp.144~145
대체 바리스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국내에서 바리스타가 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대학 및 사회·평생교육원, 사설아카데미, 바리스타 대회, 그리고 바리스타자격시험 세 가지로 분류된다. 그러니 바리스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면 카페에 아르바이트 지원을 하러 가기 이전에 바리스타 교육부터 받는 것이 좋다. 우선 교육을 받고 실무로 들어가는 것이 가장 원칙적이며 올바른 길이기 때문이다. 교육을 받지 않고 바로 실무에 들어가면 에스프레소 추출 등 커피를 다루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잘못된 버릇이 생길 수도 있고, 커피의 제반 지식을 넓힐 기회를 갖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바리스타로서의 소중한 첫걸음을 떼려면 먼저 바리스타 교육기관을 찾는 게 필수다. 특히나 국가대표 바리스타를 꿈꾸고 있다면 반드시 전문적인 교육기관을 찾자. (중략) 요즘 들어 커피의 본고장을 찾아 유학을 떠나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커피를 전문적으로 공부하다 보면, 외국에서 직접 커피문화를 체험하고 싶어지는 때가 오는데, 만약 여유가 된다면 한번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커피 유학은 커피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함께 그 나라의 문화와 제2외국어까지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말이다. 단, 외국에는 우리나라처럼 바리스타학과가 대학에 개설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은 체계적인 학제 과정을 기대하기보다는 외국의 커피문화를 체험한다는 생각으로 다녀오는 것이 좋다. 커피를 배우러 많이들 가는 나라로는 이탈리아,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이 있다.--- pp.166~168
바리스타를 위한 커피, 에스프레소 B-presso ( 2008년 대상 수상 창작메뉴)
창작메뉴만큼 바리스타를 지치게 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창작과정이 없었다면 카푸치노도 캐러멜 라떼도 없었을 것이고 지금의 커피시장과, 카페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많은 바리스타들을 고민에 빠뜨리지만, 커피 업계를 더욱 활기차게 만들어주는 창작메뉴. 지금 이 시간에 머리를 싸매고 있을 바리스타들을 위해 국가대표 바리스타라는 칭호를 얻게 해준 나만의 레시피를 살짝 공개해본다.
준비물 : (1잔 분량) 에스프레소 1샷, 블루베리, 레몬필, 마스카포네 치즈, 생크림, 설탕
① 블루베리와 설탕, 물을 중간 불에 스푼으로 떴을 때 느리게 흐르는 정도로 서서히 졸인다.
② ①에 마스카포네 치즈를 중탕 하여 준다.
③ 생크림을 거품기로 쳐 거품을 낸 후 ②를 넣어서 같이 섞는다.
④ 잔에 레몬필을 2~3개 넣고, 에스프레소 1샷을 붓는다.
⑤ 마지막으로 ③를 가볍게 올려주고 그 위에 블루베리를 하나 올려준다.
--- pp.184~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