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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중고도서

낚시

: 유혹과 몰입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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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12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308쪽 | 461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4989160
ISBN10 8984989169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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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머리말

1부_낚시는 삶의 은유다
소년은 자란다
아버지와 아들
여인과 낚시

2부_낚시는 욕망과 무욕의 합주곡
대어의 꿈
욕망과 탐욕 사이
마음을 비운다는 것
귀가를 위한 낚시

3부_물고기가 사람 잡네-물고기의 희로애락
물고기의 즐거움
물고기가 사람 잡네
쏘가리 찾아 삼천리

4부_낚시는 물고기만 잡는 것이 아니다
낚시, 스포츠 중의 스포츠
낚시, 낚시꾼 최대의 구경거리
낚시, 물고기만 잡지 않는다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5부_낚시꾼, 그림 속에서도 물고기 낚다
어두육미(魚頭肉尾)의 진실
낚는 재미, 먹는 재미
그림 속 물고기 찾기
별의별 낚시, 별난 낚시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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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전영태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와 동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된 이후, 섬려하고 고유한 미적 감식안으로 문학과 예술의 본질적 가치를 궁구하는 작업을 해왔다. 충북대학교를 거쳐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문학비평을 가르치고 있으며, ‘마니아’ 필드 테스터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현대소설의 이해』 『현대사회와 문학』 『문학과 현실의 인간』 『쾌락의 발견 예술의 발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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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낚시는 어느 면에서 폴 클레의 절대고독보다 더 고독한 특성을 지녔다. 새벽 세시에 낚시 현장에 도착해 지금 잠이 들면 밤새 차를 몰고 온 노력이 허사로 돌아갈까 염려되어 음악을 듣는다. 주로 우울한 음조의 음악이다. 브람스의 현악오중주 B플랫 장조 같은 회한에 가득 찬 악곡을 들으면 몸에 소름이 돋는다. 눈물샘이 자극받는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암울한 멜로디로 인한 이런 생리적 변화가 수마를 막는 방어기제이다. 이럴 때 가볍고 화려하며 명랑한 멘델스존을 택하면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브람스의 짓눌린 듯한 중년의 멜랑꼴리함은 나에게 반성과 번뇌, 고적과 통한의 정서를 환기한다. 신새벽의 의도적인 번민에 젖어들면 “내가 전생에 무슨 죄업을 지어서 새벽부터 이렇게 흐느껴야 하는 거야?”라는 자괴감에 빠진다.
먼동이 터오기 직전 음악 듣기를 중단하고 차에서 내린다. 아무도 없는 깜깜한 강변의 자갈길 위에서 헤드 랜턴 불빛으로 장비를 점검하고 풀숲을 헤치고 강가에 선다. 그리고 루어를 날린다. 수면은 보이지 않고 루어가 착수하는 소리로 어디에 떨어졌는지 감을 잡는다. “이 짓은 왜 하는가?” 나는 이 질문만은 스스로에게 던지지 않기로 오래전에 작정했고, 그 대답도 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누가 그 까닭을 채찍질하듯 캐묻는다면 마지못해 이렇게 말하리라. “쓸쓸해서!” --- p.148

낚시 친구들의 우정이란 변덕 비슷한 것이다. 고기가 잘 잡힐 때는 간이라도 빼줄 듯이 서로 위하다가 바람 불고 파도치면 저 먼저 빠져나올 궁리를 한다. 그들의 우정은 성질 나쁜 여자의 변심보다 더 도섭스럽다.
미국의 풍자가 비어스는 『악마의 사전』에서 우정(friendship)을 이렇게 정의했다. “날씨 좋을 때는 두 사람이 충분히 탈 수 있으나, 날씨가 나쁠 때는 오직 한 사람밖에 탈 수 없는 크기의 배(ship).”
낚시 친구들의 프렌드십은 그런 크기의 배다. 내가 먼저 물에 빠질지, 친구가 앞서 그럴지 알 수 없다. 친구끼리의 이 의리 없는 탱탱한 긴장감도 낚시하는 묘미 중의 하나다. --- p.174

낚시꾼이 ‘물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물가에 나서지 않는 일이다. 아무리 ‘클린 피싱’을 외치고 그것을 실천해도 모래톱과 풀숲과 진흙길에 낚시꾼 발자국이 찍히는 것부터 자연을 보호하지 않는 행동이다.
맑은 물과 하나가 되는 길은 낚시 욕망을 자제하는 일이다. 그냥 놓아두면 풍선처럼 부푸는 그 욕망을 절제하고 알맞은 조과에 만족하는 것이 물과 화합하는 차선의 방법이다. 다행히 나는 기량이 쇠퇴해서 알맞은 조과 대신 ‘완전 꽝’의 성과 아닌 성과를 자주 거두어서 그나마 안심하고 있다. 낚시 갔다 와도 안 갔다 와도 모두 빈손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울 때도 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이런 말들은 허탕을 친 것에 대한 변명에 불과하다. 물고기를 많이 잡으면 앞에 했던 말들은 “언제 내가 그런 말을 했나?” 식으로 잊게 마련이다. 낚시꾼의 욕망은 바람이 불면 둥그렇게 수수러졌다가 바람이 자면 도로 홀쭉해지는 숯과 같다. 무욕과 탐욕의 양극단을 욕망의 그네를 뛰는 인간이 낚시인이다.
--- p.303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인간이 깨닫지 못하는 욕망, 그 탐욕의 다스림을 위한 스포츠

오랜 기다림을 통한 내적 치유의 세계, 낚시
유혹과 몰입의 기술 『낚시』는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된 이후, 한국 비평계의 선두에 서서 섬려하고 고유한 미적 감식안으로 문학과 예술의 본질적 가치를 궁구하는 작업을 해왔던 문학평론이자,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낚시광 전영태 교수의 신작 에세이다.
전영태 교수는 전국을 누비며 낚시를 다니느라 처음 구입한 새 차를 3년 만에 폐차할 만큼 낚시꾼들 사이에서는 소문난 낚시광이다. 이때 그가 3년 동안 기록한 거리는 20만 킬로미터에 이를 정도였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가 문학평론가로서나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일에 게을렀던 것도 아니다. 저자는 낚싯대만 잡으면 밥을 먹는 것도 잊은 채 며칠을 꼬박 새우곤 하지만, 하나의 텍스트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가치를 정확히 짚어내고자 몇 날 며칠을 책상에 앉아 치열하게 사투를 벌이며 지난 십수 년간 문학평론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물고기를 낚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상대와 치열하게 사투를 벌이는 것이 낚시라면, 평론이 하나의 텍스트 안에 갇혀 있는 파편화된 수많은 문장의 연결고리와 그 고유의 의미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끄집어내기 위한 오랜 인고의 작업이라는 점에서 이 둘을 상당 부분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낚시를 대표하는 집중력과 인내가 단순히 자신의 직업적인 부분에서 뿐만이 아니라, 과도한 경쟁과 대립이 난무하는 무한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느껴야만 하는 실패와 좌절, 분노를 적절히 다스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집중력과 인내는 우리 삶의 비루한 현실을 극복하는 요소로서, 인간의 욕망을 적절히 다스리는 정신력을 함양시켜준다.
이 책에는 그동안 날카로운 시선으로 우리 문학이 추구해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던 왕성한 욕구는 잠시 누르고, 낚시꾼으로서의 삶과 그 삶이 추구했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경쟁과 대립으로 점철된 우리 인생의 고달픔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우리시대의 낚시꾼 전영태 교수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다.

탐욕은 멸종을 초래한다
16세기 네덜란드의 풍속화가 브뢰겔은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먹는다〉라는 작품을 통해 인간이 가진 가장 추악한 속성인 탐욕의 끝을 과장적으로 묘사했다.

그림을 보면 탐욕스러운 큰 물고기의 배와 입에서 무수한 작은 물고기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서 어부 두 명은 도끼와 칼을 이용해 조금 큰 물고기 배에서 작은 물고기를 꺼낸다. 또 다른 어부는 작은 물고기를 미끼로 큰 물고기를 낚으려고 하고, 물속의 큰 물고기들은 쏟아진 물고기 중의 한 마리를 물고 있거나 삼키는 상태에서 머리를 돌리고 있다. 들짐승도, 새들도 포식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사다리 타고 올라가 삼지창으로 찌르고 거대한 톱으로 배를 가르는, 물고기 해체의 피비린내 나는 현장에서 몇 마리 물고기는 건조를 위해 나뭇가지에 매달려지고 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들은 탐욕스러운 존재라는 것이 브뢰겔의 메시지인 듯하다. --- 본문 중에서

사람들은 흔히 자기 자신은 탐욕스럽지 않다고 생각한다. 탐욕스러운 사람이라고 악평이 난 사람들조차 자신의 욕심은 적당한 수준이라고 믿는다. 우리가 가장 흔히 접하면서도 좀처럼 내 것이라고 인식하지 않는 욕망, 그것이 바로 탐욕의 본질이다.
문학평론가이자 소문난 낚시광인 저자는 미술과 음악에도 전문가 못지않은 해박한 지식을 자랑할 만큼 박학다식한 면모를 보인다. 저자는 이 책에 물고기를 소재로 한 다양한 국내외 명화를 함께 수록하여 물고기와 낚시꾼의 삶을 동서양의 예술가들이 어떻게 표현해 왔는지, 생계를 위한 낚시와 취미를 위한 낚시의 변모 과정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브뢰겔의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먹는다〉와 같은 그림을 통해 낚시와 물고기를 소재로 탐욕스러운 인간군상을 풍자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예로 들어 욕망과 탐욕에 빠져 허우적대는 우리 삶의 어두운 이면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낚시는 유혹의 기술이다
낚시는 힘과 힘의 대결이 아니다. 그렇다고 지략과 지력의 대결 또한 아니다. 낚시는 유혹의 기술이다. 낚시꾼은 낚싯바늘에 미끼를 걸어두고 물고기가 입질을 할 때까지 끊임없이 유혹을 한다. 미끼를 사이에 두고 물고기와 낚시꾼이 벌이는 대결은 오랜 인내를 견뎌내야 하는 고단한 작업이다. 그 오랜 인고의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집중력이 흐트러진 낚시꾼은 영민한 물고기에 미끼를 헌납하게 되고, 당장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 물고기는 미끼 속에 숨겨진 낚싯바늘에 걸려 낚이고 만다.
물고기가 미끼를 문다고 해서 바로 낚시꾼의 손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낚싯대가 커다랗게 휘어질 만큼 힘과 힘의 대결이 시작되고, 줄이 풀리면서 다시 물고기다 달음질을 치고, 다시 줄을 감아 물고기를 제압하는 과정이 여러 번 반복된다. 이 과정은 미끼를 문 물고기의 몸체가 크면 클수록 더욱 여러 번 반복된다. 수면을 가르며 요동치는 물고기가 눈앞에 보인다고 해서 단숨에 끌어당기면 줄이 끊어진 낚싯대를 들고 황량한 수면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이렇듯 낚시는 유혹과 그 유혹을 뿌리치는 행위의 무한 반복이다.
저자는 한 마리 물고기를 낚는 일련의 과정을 설명하며 우리의 삶이 이것과 많이 닮아 있음을 시인한다. 경쟁과 대립의 구도 속에서 늘 힘과 힘의 대결에 편승하는 우리 삶의 치열함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그것이 가지고 오는 결과가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를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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