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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의 목걸이 (개정판) 7 (완결)
eBook

계약의 목걸이 (개정판) 7 (완결)

: 영원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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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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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4.96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6.2만자, 약 5.3만 단어, A4 약 102쪽?
ISBN13 9788966478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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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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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걸어도 됩니다. 이 이끼가 깔려 있는 곳은 위험한 것이 적거든요.”
“그럼 조금 쉬는 게 좋겠다.”
몇 군데를 더 보고 찻잎을 부지런히 따서 단지도 하나 가득 채웠다. 시간이 꽤나 지난지라 우리는 푹신한 이끼 위에 도시락을 풀었다.
“과일은 이거면 충분하겠지요.”
높은 나무 위에 달려 있는 과일을 긴 채찍으로 금방 따는 덴 거짓말 안 하고 오 초도 안 걸렸다. 도시락은 보존 마법을 걸어놓은지라 갓 한 것처럼 따뜻했다.
“호강하는군요.”
“그러게. 평소에는 말린 거랑 식은 것만 먹는데. 이래서 마법을 배우라는 거구나.”
“대신 이런 마법을 쓰려면 그만큼의 노력을 들여야 하지만.”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날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봐서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간단한 생활 마법은 어렵지 않아요. 단지 마나의 효율 때문에 쓰지 않는 것뿐. 게다가 디타르타는 마법의 도입이 느린 편이고.”
“저희 영지는 그나마 검은 탑과의 교류가 활발해서 마법사도 많고 브라흐마도 많은 편이지만 다른 곳은 소속 마법사가 한 명도 없는 영지도 있죠. 라잔께서 많이 안타까워하십니다.”
“하지만 실상 검은 탑도 할머니 덕분에 교류가 많아진 거니까요. 이곳이 제국 수준으로 마법이 활성화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거야. 마법은 기본적으로 돈 잡아먹는 하마거든.”
“크리슈나가 탑 하나를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을 계산하더니 한숨을 쉬더군요.”
길드 지부 하나를 만드는 데도 어마어마한 금액이 들어간다. 기본적으로 재료며 진이며 인력까지 장난이 아니니까 말이다.
“차라리 이곳에서 마법사를 양성하는 것이 빠를걸?”
“하고는 있습니다만 선선대부터 시작한 작업이 이제야 조금 성과를 보이는 정도입니다. 제일 높은 수준의 마법사가 4서클이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진의 개발과 수정은 5서클 중반 이상이 되어야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그건 상식 수준의 지식이고, 실제로는 제대로 이해만 하고 있다면 3서클이라도 개조는 할 수 있다. 다만 안전성의 부분에서 높은 서클과 낮은 서클의 차이가 큰 것뿐이다.
“마법이라는 건 재촉한다고 해서 늘거나 그런 것이 아니니까. 그래도 공부하는 사람이 있다면 언젠가는 대마법사가 나올지도 몰라”
“그러면 좋겠습니다만.”
과일은 내가 만들어낸 얼음 덩어리 속을 티온이 파내어서 만든 간이냉장고 안에 넣어두었다. 직접 냉기 마법을 걸어도 상관은 없지만 왠지 과육을 그대로 즐기고 싶었다. 아이스 마법은 과일 속까지 얼려버려 과일 샤베트로 만들어버리니까.
잘 구운 맘보보의 고기와 도톰하게 구운 빵, 그리고 야채를 넣어 만든 샌드위치는 굉장히 맛있었다. 가죽으로 만든 주머니 안에는 걸쭉한 스튜와 수프도 따로 들어 있었다. 칼을 사용해 요령껏 찍어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건 그냥 손으로도 벗길 수 있네?”
“아, 네. 아이들도 좋아하는 거예요.”
티온이 내 입에 부들부들한 느낌의 하얀 속살을 넣어주었다. 꾹 물어보니 의외로 굉장히 달면서도 새콤한 과즙이 입에 가득 찼다. 그러다 갑자기 옆에 있던 돌멩이를 하나 들더니 빠른 속도로 허공을 향해 던졌다.
꺄깍!
새가 머리를 얻어맞아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에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었다.
“무슨?”
“아무것도 아냐, 리피. 새가 날아와서 쫓았어. 자, 하나 더 먹어.”
가볍게 손을 탁탁 턴 티온이 내 입에 다시 과일 한 조각을 물려주었다. 복숭아 맛하고 비슷한데 더 달고 새콤한 것이 맛은 정말 좋다. 다른 사람들도 별말을 안 해서 그냥 마지막 남은 디저트까지 싹싹 다 해치웠다.

◇ ◆ ◇

‘으아아아, 무, 무서워.’
누타타는 칼리의 등 뒤에 매달려서 아주 살짝 앞쪽을 쳐다보았다. 점심을 다 먹고 난 뒤 그들은 다시 슈리엘을 타고 숲을 돌아보고 있었다. 목적이던 찻잎은 원하는 만큼 땄기 때문에 이제는 노움에게 물어 땅을 파보거나 큰 열매를 따는 걸 위주로 돌아다녔다. 날렵한 움직임을 이용해 도우면서도 누타타는 끊임없이 방금 전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음식을 냠냠 잘도 먹는 모습에 환하게 웃으며 손수 과일을 잘라주던 것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그 돌과 새가 문제였다.
새를 눈치 챈 건 전사 두 명 중 더 실력이 나은 한 사람과 티온, 그리고 더 가까이 날아오자 칼리도 기척을 느꼈다. 문제는 칼을 뽑아 들고 대응을 하려고 하던 전사들을 말린 그의 눈빛이었다. 위나 먼 곳을 쳐다보지도 않고서 새가 위험하다는 걸 알아챈 그는 손짓 하나만으로 사람만 한 크기의 새를 물리쳤다. 돌멩이는 정확하게 목을 꿰뚫었다.
누타타는 느끼지는 못하지만 대충 미묘한 칼리의 표정 변화를 보고서 상황을 알았다. 새는 이곳에서도 위험하기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가르나바였다. 철보다도 더 단단한 이를 가지고 육식을 하는 하늘의 제왕. 와이번과도 대등하게 세력다툼을 하는 성질 더럽기로 소문난 것들 중 하나였다. 게다가 굉장히 강했다. 푹신한 깃털은 질기기 그지없어 칼로 잘 노려 급소를 찔러야 상처를 입히는 게 가능했다.
‘그런데 돌멩이 하나로, 세상에.’
누타타는 풀숲 사이로 언뜻 보이는 가르나바의 사체를 보고 나서야 모든 상황을 완전하게 이해했다. 사체에는 이미 다른 동물들의 달려들어 열심히 분해작업을 하고 있었다. 뜯어 먹히고 땅으로 돌아가고. 자연의 섭리대로였다. 숲에서는 흔한 장면이라 리피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누타타는 좀처럼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가 않았다.
단지 부인의 평화로운 식사를 위해서 그가 쓴 방법은 단호하고도 신속했다.
‘락슈미 님이 세상에는 절대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되는 사람이 있다고 하셨는데, 바로 저런 사람이구나.’
누타타는 오늘도 새로운 걸 하나 배웠다.

◇ ◆ ◇

“점점 깊어지네.”
“숲의 안은 아직도 모르는 것이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곳이니까요.”
이제 선물을 모을 만큼 모아서 대충 계산해봐도 이번 신혼여행이 든 비용 정도는 보전이 될 것 같았다. 두 손이 자유롭도록 다 가방 안에 밀어 넣고 마지막 목적지인 양탄자 안의 비경을 찾아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수놓아진 나무의 모양을 기억하고 있어서 실프들을 잔뜩 불러 찾게 했는데 그런 나무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자꾸 많아져서 결국은 다 돌려보냈다.
“배고파.”
“음, 마나를 너무 많이 쓴 거 같은데.”
티온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내 입에 한입 크기의 간식을 물려주었다. 아, 마나를 많이 쓰기는 했지만 사실 티온이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일단 실피드와 계약한 뒤로 마나가 늘어나기도 했고 왠지 모르게 최근 들어 힘이 부쩍부쩍 솟는 느낌이었다. 이게 정령왕 계약에 따른 효과인가? 어머니는 불의 정령왕과 계약했다 보니 나와는 적용되는 효과가 아예 다르셔서 사실 그냥 몸으로 느끼는 수밖에 없었다. 애당초 계약한 사람 자체가 워낙 적다 보니 문헌에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아서 말이다.
그래도 내가 힘들어하는 것 같아 보였는지 티온은 내게 마나를 나눠주었다.
“체력도 나눠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목걸이도 만능은 아니니까 아쉬워.”
내 본래의 마나가 아니지만 목걸이를 통해서 흘러들어오는 마나는 편안하고 포근했다. 배가 고픈 건 여전하지만 기분은 훨씬 나아졌다. 고픈 거야 먹어서 채우면 되는 일이고. 결국 난 좁은 나뭇잎 사이를 헤치고 지나가는 슈리엘의 등 위에서 한 바구니의 간식을 다 먹어치웠다.
“아, 잠깐만요.”
물 없이 간식만 꾸역꾸역 먹는 내 모습을 보던 누타타가 잠시 가던 길을 멈추게 했다.
“이거, 안에 과즙이 많아서 마실 수 있어요. 드세요.”
내 주먹 두 개를 합쳐놓은 크기의 열매는 겉이 꼭 키위처럼 보슬보슬한 껍질로 둘러싸여 있는데 만져보니 묘하게 탄력이 있으면서도 출렁출렁했다.
“여기 빨대. 쭉 빨아 드시면 돼요.”
적당히 단단하고 속이 빈 마른 풀줄기를 찾아낸 누타타가 폭 꽂아주었다. 말 그대로 쭉 빨아들이니 놀라울 만큼 차갑고 시원한 과즙이 입 안에 가득 찼다.
“이곳에는 이렇게 열매 안에 물을 저장하는 과일이 많지만 이건 처음 보는 건데? 그나저나 맛있다.”
“다행이다. 마음에 드신다니 기뻐요. 음, 이 열매는 숲의 바깥에서는 자라지 않아요. 이 정도로 안으로 들어와야 딸 수 있어요. 맛있어서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데 먹으려면 보통 힘든 게 아니어서 귀한 날에만 먹죠. 그래도 오늘은 열매를 많이 땄으니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분들이 아주 좋아하실 거예요.”
확실히 사비트리와 수리야가 좋아서 풀쩍풀쩍 뛸 것 같다. 비슈누는 먹을 수 있으려나? 아기가 먹을 수 있는 과일과 없는 과일이 있으니 물어봐야 알 것 같다.
시원한 주스를 마셨으니 다시 찾아야 한다. 해가 지면 숲에서 나가야 하므로 마음이 조금 조급해졌다. 슈리엘보고 조금 빨리 날아달라고 말한 다음 서 있던 사람들을 모두 한곳에 모여 앉게 했다. 혹시 몰라 허리에 안전줄을 묶는 준비는 물론이다.
“으힉!”
칼리의 입에서 외마디 비명이 나왔다. 티온의 허리자락을 붙잡은 모습이 자기 나이에 맞는 어린 소년 같아 웃음이 나왔다.
“조, 조금만 천천히 나시면 안 됩니까? 우리 집 브라흐마들은 천천히 날았는, 윽!”
“해 지기 전에 비경을 보고 싶으니까 안 돼. 익숙해져봐.”
“익숙해지고는 싶은데 너, 너무 빠릅, 악! 나뭇가지!”
최대한 나뭇가지나 잎들을 안 건드리고 날려다 보니 본의 아니게 곡예비행이 되어버렸다. 칼리는 결국 눈을 질끈 감고 한참 동안이나 심호흡을 해야 했다.

◇ ◆ ◇

나무가 있는 곳을 한 바퀴 돌고 적당히 뒤질 만큼 뒤진 것 같은데 똑같은 장소는 찾을 수가 없었다. 나무가 미로 같은 것이 슬그머니 짜증이 나기 시작해서 아예 허공 위로 날아 솟구쳤다. 기왕 여기까지 온 건데 비경 정도는 보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난 완벽한 신혼여행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꼭 그 모습을 티온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이렇게 떠 있으면 와이번이나 가르나바가 공격해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건 아는데, 아무래도 저곳이 수상하단 말이야. 위치상이나 감으로 보면 분명히 비경은 이 부근인데? 찜찜한 것이 수상해.”
검게 또는 붉게 노랗게 이어지는 나뭇잎들의 행렬을 보면서 난 곰곰이 생각했다. 뭔가가 있다고 내 감이 말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찾기 힘든 비경. 맘보보를 잔뜩 봤으니 틀림없이, 이 근처였다. 식물이 서식하는 것이며 부드러운 풀이며 전부 다 내 추리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되어주고 있었으니까.
숨겨진 장소가 틀림없었다. 아마도 무슨 조건을 충족시켜야 갈 수 있는 곳이겠지. 보물을 찾는 건 우리 아스 가를 따라갈 자가 없다. 가장 아름다운 자연이 만들어낸 보물을 눈에 담아야 하므로 내 머리는 어느 때보다 기민하게 돌아갔다.
“남쪽에서 와이번 한 마리!”
“북쪽에서 가르바나 다섯 마리!”
먼 곳의 망을 보던 전사들이 작은 소리로 외쳤다. 내 시야로는 아직 잘 안 보이는데 말하는 걸 보니 몇백 미터 뒤에서 날아오는가 보다.
끼야아아악!
크어어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뚫어지게 아래를 보면서 생각에 잠기려는데 도통 시끄러워서 집중이 안 되니 짜증이 물씬물씬 났다.
마나를 더 쓰는 건 티온이 분명히 안 된다고 붙잡을 테니 이럴 때는 무기가 최고다. 가방 안에서 비상용으로 몇 개 챙겨온 무기를 꺼내서 티온의 손에 쥐여주었다.
“리피, 소음기는?”
“아아, 이거요.”
둥그런 링을 입구에 끼워야 소리가 안 난다. 여기에서 큰 소리를 내버리면 동물들이 죄다 모여드므로 부러 고생을 자초할 필요는 없어 일부러 잘 쓰지도 않는 소음기를 이번에는 챙겨왔다.
“리피, 뭔지 알 것 같아?”
얼굴에 그늘이 졌다. 조준을 위해 티온이 자리에서 일어나니 해가 가려졌다. 순간 대기가 흔들렸다. 나뭇잎이 흐늘흐늘 움직이는 듯한 느낌. 알았다!
“리피, 하나, 둘, 셋!”
초소형 마법대포에서 무서운 기세로 불이 뿜어져 나갔다. 첫 번째 탄은 불, 두 번째 탄은 물, 세 번째 탄은 바람, 네 번째 탄은 흙.
희미하게 보이던 것들은 끼이이, 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바닥으로 추락했다.
“기척이 늘어나고 있네요.”
숲의 동물들은 민감하다. 거대한 것들을 해치운 것이 우리라는 것을 알고 경계를 더 강화하기 시작했다.
“찾았어. 다들 잘 붙잡아!”
허공으로 높게 솟아오른 다음 곧바로 땅으로 돌진했다. 부드러운 막이 우리를 감쌌다. 빙글빙글 도는 미로. 나뭇잎의 이어짐. 비경은 결계 안에 있었다. 숲은 놀랍게도 스스로의 힘으로 마법진을 만들어냈다!
“우왓!”
미처 설명할 시간이 없어 뒤에 타고 있던 다른 사람들은 전부 억눌린 비명을 질렀다. 티온만 제외하고. 희뿌연 막이 걷히고 나타난 곳은 정말로 그 양탄자 속의 비경이었다.
“후후후, 하하하하!”
쩌렁쩌렁하게 웃었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안을 보자 알 수 있었다. 이 결계의 통과 조건이 뭔지.
“삐요오!”
작은 새들. 노랗고 파란 새들이 나무 위에서 태평하게 과일을 쪼아 먹는다. 돌 위에서 도토리를 들고 있는 통통한 다람쥐. 물속을 빠르게 헤엄치는 여린 비늘의 물고기들. 그리고 중심에 있는 꽃밭. 맘보보는 없었다.
“밖과는 전혀 다른 곳이군.”
다른 이들도 신기한지 주변을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티온은 내 손을 잡고 천천히 꽃밭 주변을 걸었다.
“이건 인공적인 거지? 리피.”
“음, 글쎄요. 제 생각에는 자연적인 것 같아요. 마법을 건 흔적이 없거든요.”
“하긴, 자연의 기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광경이야. 살기를 구분하는 결계라니. 그래서 이걸 본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였던 거야.”
이 안에 있는 동물들은 거의 대부분 순하고 얌전한 동물들이었다. 게다가 풍요롭고 따사롭다. 양탄자에 있는 맘보보가 왜 없을까 생각하다가 난 곧 맘보보의 생태에 대해 정리해놓은 논문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맘보보는 새끼를 본능적으로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낳는다는 내용, 그걸 생각하니 딱 들어맞았다.
지금은 맘보보의 새끼들이 컸으니 다 나간 것이다. 고로 이곳은 따지고 보면 자연이 만든 육아방이자 산실이다.
꽃 사이를 헤치며 천천히 걸었다. 심호흡을 하자 들어오는 공기가 상큼하고 청량했다. 이 꽃밭은 전부 약초다. 그렇다면 가장 영양이 모이는 중간에는……. 찾았다! 심봤다!
“크다아아아.”
“음, 이 정도면 몇 년일까, 아! 이게 그거구나?”
티온은 내 팔뚝만 한 란세오라타가 얼마나 묵었는지 가늠해보더니 환하게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리피, 기억 나? 우리 검은 탑에서 이야기를 들었잖아.”
“아!”
기억났다! 700년 묵은 란세오라타! 세상에나, 이건 정말 심봤다! 아아, 소리를 질러야 하는데 지를 수가 없네. 이 고요한 평온을 깰 만큼의 용기가 내게 있지는 않다.
“이건 캐야 하는 거지?”
“그렇죠!”
노움을 한 마리 불러다가 동화술을 시전했다. 약초를 걷을 때는 이 방법이 제일 좋다. 맨손으로 파서 흙의 기운을 상하게 하지 않고 란세오라타도 보호한다.
내 머리카락과 눈이 조금 짙은 색으로 변했다. 티온은 도와주고 싶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뒤에서 물러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동화술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 그냥 내가 노가다를 뛰어야 한다.
무릎을 꿇고 이끼 위에 불쑥 솟아난 뿌리를 살살 파내기 시작했다. 흙이 얼마나 푹신하고 부드러운지 그냥 푹푹 들어갔다.
“누타타의 눈이 이성을 잃었어. 아아, 칼리가 말리고 있네.”
등 뒤라서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도 꽃밭에 가득 피어 있는 란세오라타 중 큰 것만 골라 쑥쑥 뽑아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누타타는 참 알뜰살뜰하다. 의외로 돈 계산하는 것도 민감하고.
한참이나 흙을 파낸 뒤에야 간신히 뿌리의 끝이 보였다. 흙이 묻어 갈색이 된 손으로 마지막 뿌리를 걷으려고 할 때 조그만 구멍에서 요정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희귀한 땅요정이었다. 나도 열 살 때 땅요정이 가장 많이 산다는 작은 나무 덤불숲에 갔다가 본 이후로는 처음이다.
「이야아아아!」
「끼아아아앙!」
조그맣게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귀여웠다.
「아스 가의 후손이다!」
「오랜만에 왔네?」
「이앙, 란세오라타를 가져간다!」
「가져간다!」
「가져간다!」
전에도 누가 란세오라타를 여기서 캐간 적이 있나? 아스 가 일대기에서 읽은 기억은 없어서 땅요정들에게 물었다.
“누가 가져갔어?”
그러자 땅요정들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옛날!」
「옛날!」
「아주! 오래전!」
「너와 똑같은 사람. 그녀도 이끼 위에 앉았지. 하지만 그걸 캐지는 않았어. 아주 작았거든!」
그리고 다시 후렴구로 옛날을 한 대여섯 번쯤 소리쳤다.
오글오글 모여 있는 땅요정들에게 선물로 초콜릿 한 조각을 주었다. 우리야 작은 한 조각이라도 이 아이들한테는 집채만 한 크기다.
「우와아아앙!」
「우아아아앙!」
나뭇잎과 나뭇가지로 엮어 만든 작은 수레가 어디에서 나왔다. 내 새끼손톱보다 더 작은 먼지털이로 흙을 털어내고 땅요정들은 다시 나에게 말했다.
「먹어! 먹어!」
“무엇을?”
「내가 손에 들고 있는 그것!」
“왜?”
「먹어야 해! 그런 거야! 우후후훗! 오늘 밤은 파티다!」
초콜릿에 정신이 팔려서 묻는 말에 답도 하지 않고 가버렸다. 난 주변의 이끼를 긁어모아 란세오라타를 포장했다.
“운디네.”
나무줄기로 꽁꽁 묶어 티온의 손에 쥐여주자 안심이 되었다. 이제 저건 우리 거다! 아까 땅요정들은 먹으라고 했지만, 팔면……. 으아아아!
골드가 날아다니는 환상이 보일 정도로 흡족했다. 오늘 밤은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아까 전부터 배가 안 고프다. 약초 냄새 때문에 그런가? 자리에 주저앉아 손에 잡히는 대로 한 뿌리 뽑아 들었다. 그리고 칼로 썩썩 대충 껍질을 벗긴 다음 입에 물었다.
“크읍!”
쓰긴 쓰다. 그래도 씹으니 달작지근하면서도 싱싱한 맛이 났다. 내 입에 물린 부분에서 반을 잘라 티온에게 주었다. 티온도 똑같이 입에 물었다.
“리피, 맛은 괜찮은데 역시 난 요리해 먹는 쪽이 좋다. 이걸 먹으니까 예전에 어머니랑 시녀들이 먹으라고 강요했던 녹즙 맛이 기억나.”
솔직히 녹즙은 몸에야 좋지만 맛은 없다. 달짝지근한 과일을 갈아서 넣지 않는 한 정말 맛없다. 그래서 마사는 언제나 나에게 녹즙과 비슷한 영양소를 가진 과일을 섞어 만든 과일주스를 주었다. 굳이 맛없는 걸로 영양소를 섭취할 필요는 없다는 게 마사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티온은 그놈의 황궁 법도가 뭔지. 키가 적당히 자라기 전에는 언제나 아침에 녹즙 한 잔을 마셔야 했다.
남은 부분을 꼭꼭 씹어 삼키고 티온이 원하는 대로 요리할 걸 몇 개 뽑았다. 요리에 쓸 건 굳이 크거나 좋은 걸 뽑지 않아도 상관없다. 어차피 썰리고 다져지고 갈리고……. 제 모양이 남아 있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까.
하늘에 노을이 지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나가야 할 시간이다. 슈리엘이 활짝 날개를 펼쳤다.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다시 오게 된다면…… 그때는 아기 맘보보들이 뒹구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크지만 천진하고 순한 눈망울이 나를 바라보면 왠지 무거웠던 마음도 한없이 가볍고 개운해질 것 같았다.
그런데 뭔가 허전했다. 딱히 빠진 건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혹시 몰라 난 잊은 것이 뭔지 생각해내려 애썼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그러고 보니 사냥을 안 했다. 고기가 없네!”
하지만 이미 밤이고 또 어차피 궁에 고기쯤이야 가득 있을 테니 만사가 다 귀찮아졌다.
“뭐, 이런 날도 있는 거지.”
이미 가방은 가득 찼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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