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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의 목걸이 (개정판) 6
eBook

계약의 목걸이 (개정판) 6

: 맺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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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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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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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4.97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7만자, 약 5.6만 단어, A4 약 107쪽?
ISBN13 9788966478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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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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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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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누나!”
“누나!”
눈을 뜨자마자 꼬맹이들이 보였다. 일찍 일어났는지 활기찬 세 꼬맹이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침대 옆으로 다가와 날 쳐다보았다.
“세수는 했니?”
“응.”
“인사는?”
“안녕히 주무셨어요!”
시키는 대로 꼬박꼬박 대답도 잘하는 아이들의 머리를 차례대로 쓰다듬어주었다. 보들보들한 리브의 머리를 조금 더 정성들여 만져준 다음 아래로 내려왔다.
오늘은 내 생일. 그러니 아침도 점심도 저녁도 전부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로만 채워져 있을 것이다.
“리피, 생일 축하한다.”
씻고 내려가 보니 역시나 식탁은 맛있는 음식들로 가득했다. 부모님도 다른 사람들도 전부 자리에 앉아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커다란 케이크에는 초가 열여덟 개. 가지런히 꽂혀 빛나고 있었고 말이다.
“노래도 귀찮고 배도 고프니까 그냥 끌게요. 소원은 매해 똑같으니까.”
그렇다. 소원은 매번 똑같았다. 제발 계약이 풀려 자유의 몸이 되기를! 이건 내가 걸어 다니기 시작해 작은 입으로 힘겹게 불을 껐던 어린 시절부터 계속되었던 기원이다. 역시나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건 미신인지 단 한 번도 이루어진 적이 없었지만 말이다.
훅 하고 연기가 물씬물씬 피어올랐다. 공기 속으로 녹아들어가는 그 모습을 보니 한 살 더 나이를 먹었다는 실감이 났다.
“잘 먹겠습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아가씨!”
우렁찬 외침과 함께 그렇게 식사는 시작되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식구들이 말이 없다. 특히나 부모님은 뭔가 감회가 새로우신 듯 몹시 아쉬워하시는 표정이었다.
“어머니, 아버지. 무슨 일 있으셨어요?”
“왜?”
포크로 고기를 꾹 찌르고 있던 아버지가 오히려 나에게 물으셨다.
“표정이 꼭 잘 기른 소를 우시장에다가 내놓는 사람 같으세요.”
“소 말고 딴 거에 비유하면 안 되겠니, 딸아?”
“그렇지만 그런걸요? 그리고 소가 얼마나 중요한데요.”
“맞긴 맞는 말이지만. 끄응……. 그냥 조그맣던 우리 딸이 벌써 이렇게 큰 걸 보니 감회가 새로워서 그런 거란다.”
“그다지 몸이 많이 크지는 않았지만요. 그런데 오늘 집에 손님이 얼마나 오려나?”
그러자 마사가 재빨리 허리에서 상시 가지고 다니는 수첩을 꺼내 들고는 나에게 말해주었다.
“오늘은 좀 바쁘십니다, 아가씨. 일단 르미 님이 따님이신 니아카 아가씨를 데리고 오시기로 하셨고 그 외에도 페니아 후작 영애와 다른 친척 분들이 오후에 한꺼번에 방문하시기로 되어 있습니다. 또 용병 길드에서도 길드장과 부길드장이 선물을 들고 찾아온다는 연락이 왔고요.”
“선물도 왔어?”
“창고가 터질 지경입니다. 아직 목록을 다 못 만들었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크엘트 공작가에서 보낸 북어라서 그것만 처리하면 나머지는 전부 그리 크지 않습니다.”
“북어?”
“네, 오를레아 님께서 보내셨습니다. 손이 크시더군요.”
평소 생일과는 다르게 성인이 된 생일날이라 좀 바빠질 것 같았다. 흐흠,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겠다.

◇ ◆ ◇

“리피! 생일 축하해!”
한 손에는 아기를 안고 다른 한 손에는 큼지막한 선물을 든 언니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르미 언니, 힘들지 않았어요?”
“응. 귀찮아서 정령을 타고 왔거든. 우리 자기가 놀라긴 했지만 마차를 타면 니아카가 멀미를 할지도 몰라서.”
선물인 커다란 베이컨과 햄 덩어리는 루세즈가 받아서 급히 식료품 창고에 넣으러 달려갔다.
“와주셔서 고마워요.”
“뭘, 성인이 된 날이니까 이 정도는 당연하지. 그리고 결혼식, 리피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못 했을 거야. 그러니 신경 쓰지 말고 많이 먹어. 모자라면 더 말하고.”
“부부부!”
아기 니아카는 손을 바동거리면서 엄마의 말에 맞장구를 치듯 옹알이를 했다.
“아유, 귀여워라. 니아카가 많이 컸네요?”
“응, 힘이 엄청나. 어머니도 나도 이렇진 않았는데 말이지. 봉인팔찌가 없었으면 집을 몇 번은 부쉈을지도 몰라.”
“그럼 형부는 우셨겠죠.”
힘이 넘쳐나는 아기를 차분히 어르면서 난 내 방으로 언니를 데리고 갔다. 그런데 언니는 눈을 빛내더니 나에게 뜬금없이 드레스 이야기를 꺼냈다.
“리피, 드레스는 다 만들어가니?”
“?”
“드레스 말이야. 시간이 촉박하지 않니? 좀 도와줄까?”
내일 입을 드레스는 이미 다 완성되었다. 그러므로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다 만들었으니까 괜찮아요.”
“벌써?”
“지금쯤이면 완성되어야죠. 그래야 여유 있게 입어보고 가죠.”
“역시 이모님이랑 마사는 철저하구나. 아, 나도 마사같이 만능인 시녀가 있었으면 좋겠어.”
흠, 마사 같은 사람은 쉽게 찾아지지 않을 텐데. 그래도 언니의 표정을 보니 정말 간절해 보여서 난 친절하게 가르쳐주었다.
“암살 길드 찾아가서 한 놈 데리고 나오세요.”
“그건 싫고. 그냥 길 가다가 뚝 떨어졌으면 좋겠어, 이모님처럼. 하지만 무리인 건 알고 있어. 난 줍는 데엔 영 재주가 없단 말이지.”
“아부부부.”
어머니의 표정이 울적해지자 니아카가 걱정이 되었는지 작은 손으로 볼을 만졌다. 너무 귀여워서 르미 언니는 순간 니아카를 번쩍 들어 올려 높이높이를 해주었다.
“내가 너 보는 맛에 산다. 예쁜 우리 딸!”
“꺄아아아!”
손과 발을 마구 바동거리는 모습이 참 기분이 좋아 보였다.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임신 초기에 언니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걱정했는데 말이다.
“그런데 드래곤 피어는 다 만들었니?”
“겨우요. 진짜 고생했어요. 라그에나 왕국 안에 있은 은방울꽃 자생지는 전부 다 뒤졌다니까요?”
응접실에서 여유롭게 차를 마시면서 그간 있었던 고난의 이야기를 전부 해주었다.
“그래서 거울을 강탈당한 거야?”
“네. 주고 나왔어요. 나중에 비슷한 걸로 하나 더 만들려고요. 드부슈가가 만든 거였으니까 이번에는 장로 할아범한테 만들어달라고 할 생각이에요.”
“기왕 하는 김에 니아카 것도 하나 부탁해. 딸랑이로.”
“그럴게요. 손힘을 길러야 하니 뭐든 쥐어야죠.”
한참을 더 이야기한 뒤 그녀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딸을 단단히 등에 업고 영지로 돌아갔다. 더 있고 싶어 했지만 영지가 애매모호한 거리에 있는지라 더 늦으면 밤이 되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 뒤이어서 이번에는 용병 길드의 애물단지 길드장과 부길드장이 또 커다란 선물 꾸러미를 안고 날 찾아왔다.
“고난과 역경을 딛고 무사히 성인이 된 걸 축하한다. 이건 모두 돈을 모아서 산 선물이다.”
내 몸집만 한 선물 꾸러미에 뭐가 들어 있는지 궁금해서 난 그 자리에서 뜯어보았다. 꾸러미 안에서 나온 건 의외의 물건이었는데 마법이 걸려 있는 커다란 텐트와 반짝거리는 여행용 요리도구, 그리고 침낭이었다.
“어째 선물이 참 실용적이네요.”
“어제에 성인이 아니었다고 해서, 오늘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아, 말이 꼬이네. 하여간 요지는 사람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행동 패턴이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는 거지. 그래서 준비했다. 그거 4인용이야. 오래 쓸 수 있을 거다. 더 태어나면 그땐 알아서 사는 거고.”
“좋은 거네요. 감사해요, 일단은. 안 그래도 텐트가 낡아서 바꿀 생각이었는데 그냥 이걸로 쓰면 되겠네요.”
“방음도 된다, 참고로. 그 마법 때문에 예산이 엄청 올라갔어!”
“난 걸어달라고 말하지 않았거든요? 하여간 자기들이 직접 한 것도 아니면서 생색은! 곧 찾아갈 테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그때 인사할 거라고 전해주세요.”
“그래, 그럼 우린 그만 간다!”
바쁜지 둘은 차를 다 마시자마자 후다닥 길드로 돌아갔다. 그래도 역시나 테이시가 내온 과자와 빵은 전부 먹어치운 뒤였다.

◇ ◆ ◇

“으악! 무슨 선물이 이렇게 많아?”
넬라 언니가 오기 전까지 약간 틈이 있어서 난 잠깐 창고에 선물을 확인하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제국 각지에서 보내진 선물들이 창고에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아직 덜 온 거라던데요, 마사 아줌마가.”
커다란 솜뭉치 위에 올라가 목록을 만들던 리브는 여기저기에서 온 선물들을 누가 보낸 건지 말하면서 표시를 해나갔다.
“얼마나 더 오기로 되어 있는데? 리브.”
“양은 모르겠지만 대략 서른 명분의 선물이 더 남았어요. 멀리서 보내는 거라 내일이나 되어야 도착한데요. 식재료 같은 건 전부 그쪽 창고에 들어갔고 여기 있는 건 옷이랑 보석이랑 가구 같은 거예요. 책은 일단 서재에 들어가 있고요.”
“이건 누가 보낸 거야?”
진한 남색의 마차를 가리키면서 묻자 잠시 생각하던 리브가 곧 손뼉을 딱 치더니 대답했다.
“드래곤 로드 판체우른 님이요. 직접 입에 물고 날아오셨어요.”
“에엥? 폴리모프하지 않고?”
“네. 누나가 도착하기 일주일 전에요. 그래서 수도가 난리가 났었죠. 골드 드래곤이셔서 참 반짝거리시더군요. 순금이 아닌 걸 알고 있지만 뿌듯한 광경이었어요.”
“골드 드래곤은 그렇지.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외양이라니까. 근데 주면서 뭐라고 하시지 않았어?”
“말하지 못해 미안해, 라고 하셨어요.”
끄응, 마차보다도 계약에 대한 내용이 더 궁금했는데 아무래도 더 질문하지 말아달라는 뜻으로 던져놓고 가셨나 보다. 마차는 6인승이었는데 슬쩍 보니 마법이 엄청나게 많이 걸려 있었다.
“이거 승차감이 죽이겠는걸? 나중에 타보자.”
“색깔도 바꿀 수 있다고 하셨어요.”
“응. 체인지 마법도 걸려 있어.”
그 외에도 엘프들이 보낸 천과 드워프들이 보낸 각종 장신구. 특히 압권인 것이 내 손바닥만 한 티아라였는데 그건 너무도 아름다운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이거 정말 예쁘다. 아무리 봐도 일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명작으로 보이는데 말이지. 이렇게 좋은 걸 나한테 주다니 무슨 꿍꿍이지?”
공짜는 없는 족속들인지라 찜찜했다. 하지만 당장 추궁하러 갈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일단은 공단 상자에 넣어두었다.
“무기 종류도 꽤 있어요. 단검도 있고 장검도 있고 활하고 화살도 있어요.”
“활은 조금 오랜만이다. 사냥할 때만 써먹어서 지금은 잘 못하는데. 리브, 지금 배우고 있지? 저건 나중에 네가 쓰렴.”
그러자 리브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마스터가 얼마 전에 좋은 활을 사주셨어요. 그리고 저건 제 것이 아니에요.”
땡글한 눈으로 날 올려다보면서 하는 말을 들으니 리브는 아무래도 하얀 색의 활을 가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렇다는 건 언젠가는 다른 주인이 나타난다는 소리다.
“기다리다 보면 쓰일 날이 오겠지. 작아서 아이라도 충분히 쓸 수 있을 거 같으니까. 그만 나갈까?”
“누나는 먼저 나가세요. 전 조금 더 하고 갈게요. 아직 북어 상자수를 다 세지 못했어요. 367상자에서 멈췄거든요.”
비상한 기억력을 가진 아이인지라 이런 많이 기억해야 하는 일은 어른보다도 더 잘했다. 자기 키보다도 더 높은 상자를 세기 시작하는 걸 보고 난 밖으로 나왔다. 마침 넬라 언니도 우리 집에 거의 도착한 참이었기 때문에.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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