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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의 목걸이 (개정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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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의 목걸이 (개정판) 4

: 함께 걷다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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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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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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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4.93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6.3만자, 약 5.4만 단어, A4 약 102쪽?
ISBN13 9788966478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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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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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화분에 흙을 담았다. 꼭꼭 눌러 흙을 다진 다음 주머니에서 작은 씨앗을 꺼내어 흙 속에 묻었다. 마지막으로 운디네를 불러내어 물을 주면 끝.
수많은 별칭을 가지고 있는 꽃 마드로카. 요 까다로운 녀석들은 원래 해풍이 부는 절벽 위에서만 자생한다. 그리고 마드로카의 요정은 선택받은 사람에게만 씨를 준다. 이 씨앗은 아주 옛날 나의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남겨놓고 가신 것이다. 손자나 손녀가 태어나면 주라고 말씀하셨다는데…….
하여간 과거의 이야기는 일단 생략하고! 마드로카는 꽃을 피우면 강한 요정이 그 안에서 태어난다. 그리고 자신이 있는 곳을 요정의 숲으로 바꾸어버린다. 숲이 바뀌면 곧 그곳에 엘프들이 찾아오고 그 지역의 야생동물들이 급격하게 증가하여 초록이 가득한 장소가 된다.
난 이것을 이번에 그에게 줄 생각이다. 이번 생일이 끝나면 전하는 사막에 사신으로 가게 될 확률이 높았다. 아마 그에게는 이 꽃이 무엇보다도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이 꽃은 맨 처음에는 정령의 축복을 받은 사람이 심어야 싹이 난다. 그래서 나는 굳이 씨앗으로 주지 않고 화분에 내가 직접 심었다.
“아가씨이! 빨리 오세요. 안 그래도 시간이 없는데…….”
멀리서 나를 찾는 테이시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 저 꽃을 건네주려면 이제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가야 한다.
“알았어.”
난 작은 화분을 소중하게 품에 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뽁!
금세 화분에서 작은 새싹이 돋았다. 물하고 햇빛을 잘 먹고 쑥쑥 자라라.

◇ ◆ ◇

“오늘도 예쁜 우리 딸. 하늘색 드레스가 참 잘 어울리는구나.”
정말 드물게도 어머니가 로브가 아닌 드레스를 입으셨다. 옅은 주황색의 선이 고운 드레스를. 그뿐만이 아니라 아버지께서도 검은색의 정장을 멋있게 갖춰 입으셨다.
“두 분 다 오늘 웬일이세요? 파티에 인사드릴 분이라도 오시는 거예요?”
그러자 두 분은 미간을 좁히더니 이를 빠드득 갈며 말씀하셨다.
“망할 영감탱이가 오지.”
“재수 없는 할아범이 오지.”
두 분이 이를 갈 정도로 싫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도대체 파티에 누가 오는 거지?
“마사? 알아?”
내 머리를 곱게 땋아 틀어 올리던 마사가 고개를 저었다.
“오늘 아침부터 왠지 두 분 다 묘하게 기합이 들어가신 게. 꼭 전쟁 나가시는 것처럼…….”
마사가 모르면 이제 물어볼 사람은 집사 할아버지 밖에 없는데. 나는 머리 손질이 끝나자마자 저택 어딘가에 있는 집사 할아버지를 불렀다.
“집사 할아버지.”
다행이 내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던 집사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날렵하게 지지대로 삼으며 공중제비를 돌아 내 앞에 착지했다.
“아가씨. 왜 그렇게 소리 높여 이 할아범을 찾으십니까?”
“할아버지는 이유를 알 것 같아서요. 오늘 어머니랑 아버지가 좀 많이 이상하다고요.”
내가 드레스를 탁탁 털며 묻자 집사 할아버지는 역시 어머니를 키운 사람답게 간단하게 내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그건 오늘 파티에 노헨 페이즈 영감탱이가 오기 때문이랍니다.”
노헨 페이즈. 대륙의 떠돌이 현자. 세상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그는 현자계의 이단아로 불릴 만큼 독특한 행보를 걷고 있지만 동시에 대륙인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는 보통 그 나이대의 현자들이 탑에서 연구를 하는 것과 달리 대륙을 직접 떠돌아다니며 연구를 한다. 그가 세운 업적은 무수하게 많았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 몇 가지만 들어보자면 그는 35년 전 전 대륙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전염병 스트라렐다의 치료법을 알아내어 수많은 생명들을 구했다. 그리고 25년 전에는 타치 산맥을 뚫어 가레스 왕국과 마트 왕국의 교류가 가능하게 만든 거대한 터널을 설계했고 직접 현장을 감독했다. 또한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냈으며 그의 제자들은 거의 전부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훌륭한 왕이나 관리가 되었다. 단, 성격이 정말 더러워서 제자들은 스승을 어지간하면 다시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과거에 아카데미에 교수로 온 적이 있다는 소문을 듣기는 했지만, 설마 어머니랑 아버지도 노헨 페이즈 님께 배운 건가요?”
내가 묻자 집사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스터와 샤이 아가씨는 아카데미에 재학하던 시절에 그 망할 영감탱이에게 5개월 정도 수업을 받으셨답니다. 물론 현재의 황제 폐하와 황비님도 배우셨지요.”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그렇다면 두 분이 저렇게 이를 가시는 것도 이해가 가기는 했다. 노헨 페이즈 님은 실제로 만나면 정말 장난 아닌 분이라고 들었으니까. 사람 속을 득득 긁는 것이 그렇게 열을 안 받을 수가 없다고 한다. 게다가 그분…… 힘도 엄청 세시다.
“방어 아티팩트를 좀 가져가야 하나. 비상용 지팡이라도 들고 갈까?”
내가 심각하게 고민을 하자 집사 할아버지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이를 먹어서 이제는 좀 얌전해졌을 겁니다. 아마 이번 파티도 그냥 음식 먹으러 들어온 걸 테니, 그렇게 걱정하지 마시고 잘 놀다오세요.”
집사 할아버지의 말은 별로 엇나간 적이 없으므로 나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다. 이제 슬슬 출발해야 할 시간이다.
“잘 다녀오세요.”
저택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마차를 타고 궁으로 출발했다.

◇ ◆ ◇

노헨 페이즈 님이라……. 작년에 부길드장이 나에게 의뢰를 받는 조건으로 그분과의 만남을 걸었지만 결국은 데려오는 데 실패했지. 그리고 부길드장은 약속 이행을 하지 못한 죄로 나에게 실컷 두들겨 맞았었다.
“영감탱이. 보이기만 하면 가만 안 둘 테다.”
아버지께서 지팡이를 쓰다듬으며 음침하게 웃고 계셨다. 정말 쌓인 게 많으신지, 포박 마법 아티팩트는 전부 다 가지고 오셨다. 저 정도면 와이번 백 마리는 잡겠다.
따그닥 따그닥, 말발굽 소리와 함께 마차는 천천히 달려 궁에 금세 도착했다. 사이좋게 팔짱을 낀 두 분과 화분을 품에 안은 나는 파티장 안으로 들어섰다. 부모님 두 분은 웃으면서 재빠르게 파티장 안을 둘러보셨다.
“리피, 저기 저 시꺼먼 로브를 입고 음식을 축내고 있는 노인네가 노헨 페이즈 영감탱이란다. 늙지도 않아.”
어머니가 손짓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정말 거대한 곰같이 생긴 사람이 음식을 마구 입에 밀어 넣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엄청 크시네요. 현자가 아니라 기사 같아요.”
“마법도 검술도 능통한 미친 영감이니까! 신은 공평하셔서 저 영감에게 더러운 성질과 끝없는 재능을 같이 주셨지.”
아버지가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린다는 표정으로 이를 득득 갈며 말씀하셨다. 도대체 저분이 뭘 어떻게 했기에 저렇게 부모님들이 전부 이를 가시는지 정말 모를 일이다. 잠깐 파티장을 다시 둘러보니 어머니와 아버지 나이 또래의 사람들 중 현자를 쳐다보며 이를 부득부득 가는 사람들이 꽤나 많이 보였다.
어디 보자. 저기 저 사람은 2기사단의 티르만 경이고, 저기 저 사람은 재무부 장관이고……. 생각보다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 중 노헨 페이즈 님의 제자가 많나 보다. 그리고 전부 다 신나게 음식을 먹고 있는 그를 노려보면서도 가까이 다가가지는 않았다.
대륙 여행을 많이 한 나도 그를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다. 난 세상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었기 때문에, 말리는 부모님을 뒤로하고 그에게로 다가갔다.
“뭐냐.”
생김새와 어울리는 굵직한 목소리가 거구의 노인에게서 흘러나왔다. 회색과 흰색 머리가 드문드문 섞인 짧은 머리카락. 깔끔하게 다듬어진 수염. 커다란 손을 가진 그는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내가 그를 올려다보면서 말하자 그는 나를 쓱 훑어보더니 커다란 고기를 들고 물어뜯으며 말했다.
“목걸이를 보니 너는 샤이의 딸이군. 이름이…… 그래. 레페인이었지.”
그가 나의 이름을 아는 것은 좀 의외였지만 티는 내지 않았다.
“너도 계약에 관해서 물으러 온 거냐? 난 현자이지만 공짜로는 말 안 한다. 네가 정 궁금하다면 그 품 안에 있는 화분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이야기해주지.”
그는 하필이면 마드로카 꽃 화분을 달라고 했다. 이건 하나밖에 없는 거고 또 이게 없으면 난 라이트닝 볼트를 맞아야 하므로 거래 결렬이다.
“번개 맞기 싫으므로 화분은 드릴 수 없습니다. 그냥 혼자서 고민해볼래요.”
나는 미련 없이 돌아섰다. 라이트닝 볼트를 다시 맞는 건 정말 사양이다. 궁금하면 한번 맞아봐라, 입에서 저절로 비명이 나오지.
“쯧.”
그는 몹시 안타깝다는 눈으로 내가 안고 있는 화분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들고 있는 음식을 내려놓고 손을 움직여 내 품에 있는 화분을 노렸다.
“저 영감이!”
분노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동시에 강한 힘이 내 허리를 끌어당기는 것이 느껴졌다. 화분을 본능적으로 꼭 쥐고 뒤를 돌아보았다. 살랑거리는 파란 머리카락과 초록색의 눈동자가 보였다. 안심하라는 듯 나에게 웃어주는 미소.
“제 생일선물을 탐내지 말아주십시오. 노헨 페이즈 님.”
순식간에 내 허리를 잡아 뒤로 끌어당긴 사람은 막 파티장으로 입장하던 전하였다.
“쳇, 어린놈이 재빠르구나. 뭐, 저 화분의 가치는 모르고 다른 이유로 요 꼬맹이를 구한 것 같다만.”
그는 눈을 번뜩거리며 내 화분을 계속 노렸다. 내 허리와 어깨를 단단하게 끌어안은 전하는 거대한 산 같은 느낌의 현자에게 조용히 말했다.
“가치는 상관없습니다. 그녀가 제게 주겠다고 가져온 것이니 이 작은 화분은 저 티셀리온 에프닐 카이론의 것입니다.”
목걸이가 반짝 빛나는 것이 보였다. 이제 현자는 화분을 힘으로 빼앗아갈 수 없다. 언령으로 이미 이 화분은 전하의 것이 되었기 때문에, 현자가 화분을 가지려고 나에게 공격을 하면 목걸이에서 공격 마법이 튀어나갈 것이다.
“안 가져간다. 쳇, 밥이나 더 먹을란다.”
다행히도 현자는 금방 화분을 포기하고 음식이 차려져 있는 식탁 앞으로 갔다. 그런데 음식으로 달려가는 현자의 머리 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퍼억! 현자는 칼집으로 뒤통수를 얻어맞고 철푸덕 바닥으로 쓰러졌다.
“괜히 초대장 보냈어.”
칼집을 들고 드레스를 곱게 차려입으신 황비님이 손을 탁탁 털고 있으시는 게 보였다. 현자가 쓰러지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대부분 놀랐지만 일부의 사람들은 ‘황비님 최고! 죽어라 영감탱이! 그냥 이대로 강 건너가!’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적이 많군요, 곰 현자님. 스승인지 불구대천의 원수인지 모르겠다.

◇ ◆ ◇

“레시, 너무 살살 때렸어.”
어느새 뒤에서 등장한 황제 폐하는 그 퍽! 이라는 둔탁한 소리를 듣고서도 살살 때렸다면서 황비님께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명색이 현자니까 국제 문제 안 생기게 살살 때린 거예요. 심정으로는 더 세게 때리고 싶었지만요.”
황비님은 가느다란 팔을 우아하게 들어 검을 옆에 다가온 기사에게 넘겨주고는 말했다.
“정말,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초대장을 보내기는 했지만 치사하게 나잇값도 못하고 내 아들 생일선물을 탐낼 줄이야…….”
황제 폐하도 보기 드물게 진중한 표정으로 말하셨다. 그러면서 발을 내밀어 현자의 다리를 꾹 밟고 있었지만 말이다. 파티장은 이상하게도 별다른 소란 없이 현자가 쓰러진 지 오 분 정도가 지나자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더 황당한 건 아무도 현자를 일으켜 세워주거나 다른 곳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그냥 바닥에 내버려둘 뿐. 저래도 되는 건가 싶어 내 허리에 감겨 있는 팔을 손으로 탁탁 쳤다.
“저대로 둬도 되는 거예요?”
위를 올려다보면서 묻자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대답했다.
“보기 좀 그렇지만 어머님이랑 아버님이 아무 말씀 안 하시니까. 그리고 아스 백작님이랑 아로운 님도 가만히 있으시고. 우리는 저분을 처음 만난 거니까, 잘 아는 사람 행동을 따라 하는 게 더 낫지 않겠어?”
하긴. 노헨 페이즈 님은 천재이고 정말 많은 업적을 세운 사람이지만 성격은 정말 괴팍하고 종잡을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 이곳에서 가장 저 곰 현자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알려져 있는 네 사람이 가만히 있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는 게 나을 것이다.
“그나저나 리피. 도대체 이 싹이 난 화분이 뭐기에 저렇게 페이즈 님이 가지고 싶어 안달을 하시는 거야?”
그는 손에 올려져 있는 작은 화분을 보며 나에게 물었다.
“요정이 뛰놀고 초록이 가득한 숲을 만들 수 있는 작은 시작점이죠. 물론 키우는 사람에 달려 있지만요. 매일 물을 주고 사랑으로 키우면 예쁜 꽃이 필 거예요.”
그는 나의 대답을 듣더니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구나. 저분이 안달하실 만해. 저분이 아무리 현자라도 이 씨앗은 요정들에게서 받지 못하셨을 테니까 말이지. 이건 지식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나저나 저 곰 현자님을 무슨 수로 모셔온 거예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자기 가고 싶은 곳만 가시는 분이잖아요.”
초대장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그가 이곳에 왔다고 보기에는 아무래도 납득이 되지 않았다. 내가 전하에게 묻자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초대장은 부모님이 보내신 거야. 자세한 사정은 나도 잘 모르지만 뭔가 부탁할 게 있으신 것 같더군. 얼마 전에 리피의 부모님이 던전 발굴에 참여하신 건 알고 있지? 그 문제라고 들었어.”
잠결에 말씀하셔서 자세하게는 못 들었지만 던전 위치가 상당히 골치 아픈지라 외교적으로 조정이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화분을 일부러 선물로 준비한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저 영감. 그냥 파티음식 먹으러 온 거야. 지금 제국은 한창 식재료들이 풍부하게 나올 때라 이때쯤 열리는 파티에는 나오는 요리가 훌륭하니까 온 거지.”
뒤에서 갑자기 하얀 로브자락이 불쑥 나오더니 은색과 보라색이 섞인 머리를 들어올려 고정시킨 사람이 투덜거리며 나타났다. 마탑이 자랑하는 뛰어난 여마법사 중 한 명이자 어머니의 아카데미 동기이자 친구인 에베라 모이즈 님이었다.
“에베라 이모님. 설마 이모도 곰 현자님께…….”
단아한 미모에 드높은 마법 실력을 가지고 모든 제국의 여마법사들에게 존경받는 대마법사가 이를 부드득 갈고 눈을 치켜떴다.
“배웠지. 바보, 멍청이, 파리보다 못한 뇌를 가진 녀석, 말미잘이나 미역도 너보단 똑똑하고 쓸모 있겠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배웠지. 저 영감탱이가 보기 드문 마검사라는 건 너도 알고 있지? 내가 아카데미에 다닐 적에 저 영감은 특별교수로 와서 마법과 검술을 한 강의씩 가르쳤는데 수업이 정말……. 저 영감탱이의 빌어먹을 성격처럼 욕이 나올 정도로 어려웠지.”
단아한 미소의 그녀가 머리를 도리도리 저으며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수업이 어땠기에 대마법사인 모이즈님이 그런 소리를…….”
내 옆에 서 있던 전하도 어지간히 궁금했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손에 들고 있던 손수건을 꾹 움켜쥐며 그녀가 입을 열었다.
“황태자 전하의 앞이라 정말 이런 표정과 모습이 예의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저 영감탱이만 보면 참을 수가 없어서요. 수업은 일반 사람이, 아니! 날고 긴다는 천재도 도저히 해낼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답니다. 마법 같은 경우에는 일주일에 스펠북 서른 권 외우기, 하루에 매직 미사일 천 발 쏘기, 게다가 표적에 정확하게 다 맞아야 밥을 줬어요! 어떨 때는 우리에게 명상을 시켜놓고 자기는 졸기도 했죠. 수업을 다 못 끝내서 밤늦게까지 못 자고 공부하는 우리들을 보고 비웃으면서 자기는 침낭을 꺼내서 자기도 했고요! 그 외에도 더 많이 있지만…….”
까다로운 성격이 많은 마법사 중에서도 성격이 유하기로 소문난 그녀가 이렇게 치를 떨 정도면 다른 사람은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륙 여기저기에 그렇게 적이 많으면서 용케도 살아 있네요.”
내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자 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성질이 엄청나게 나기는 하지만 저 영감탱이가 괜히 현자가 아니란다. 리피, 저 영감의 머릿속에는 기존에 대륙에 떠돌고 있던 지식들과 자신이 새로이 만들어낸 지식들이 은하수에 보이는 별들처럼 가득하거든. 그걸 한 번이라도 엿본 사람은 화가 나고 치가 떨려도 결코 저 곰 영감에게 해를 끼칠 수가 없어.”
에베라 이모는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그리고 그녀는 살포시 어쩔 수 없다는 미소를 지었다.
“에베라 이모는 곰 현자님을 싫어하면서도 존경하고 있으시네요.”
내가 말하자 이모는 상냥하게 내 볼을 한번 만지고는 웃었다.
“정말 인정하기는 싫지만, 맞아. 샤이도 황비님도 나와 같겠지.”
그녀는 손을 살랑살랑 흔들며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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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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