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콤한 냄새가 솔솔 풍기는 닭고기 꼬치집은 정말 안 먹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냄새와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활활 타는 불판에 노릇노릇 익어가는 꼬치들과 사르르 발리는 양념장들이 반짝거렸다. 허공에 날리는 와인은 고기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줄 것이 분명했고, 친절하게 매운 양념에 곁들일 수 있도록 음료수까지 팔고 있었다.
“진짜 장난 아닌데? 엄청 맛있겠다, 리피.”
황궁에서는 보지 못한 풍경에 티온도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그나저나 이 집은 규칙이 뭐일까나?
“음, 남자 쪽이 여자를 1미터 이상 들어 올리고 삼십 초 동안 버티기…….”
“어서 옵쇼! 연인이시면 규칙을 잘 읽어주세요. 무사히 이행하시는 커플께는 닭꼬치 한 개 더, 서비스로 나갑니다!”
기왕 주면 두 개 주시지. 그런데 옆쪽을 보니 한 개를 사이좋게 나누어 먹는 연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저래서 한 개를 주는 거였구나. 원가 이득과 함께 연인들의 사랑까지 챙기는 주인의 수완은 정말 대단했다.
“이건 쉽네.”
티온이 편한 표정으로 내 허리 쪽을 안고는 번쩍 들었다. 주인장이 모래시계를 돌리자 주변의 사람들이 초를 세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이거 너무 쪽팔리잖아! 시선이 전부 다 모여서 순간 엄청나게 창피해진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20, 21, 22…….”
꽤나 길게 느껴졌던 시간이 끝나고 내가 폴짝 내려오자 티온이 손으로 커다란 돈통에 동전을 튕겨 넣었다.
팅!
맑은 소리와 함께 동전이 돈통에 들어가자 꽤나 젊어 보이는 주인이 닭꼬치 세 개를 접시에 담아서 주었다. 굳이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접시 위는 나뭇잎으로 폭 감싸져 있었다. 나뭇잎을 위에 놓는 거야 금방 하니, 먹고 나서 돌려주면 나뭇잎만 버리고 접시는 다시 쓰는 것이다.
“아암.”
덥석 베어 문 닭꼬치는 진짜 맛있었다. 매콤, 달콤한 양념과 바삭하게 구워진 야채와 보들보들한 닭고기의 환상적인 조화는 정말 사람 미치게 만드는 맛이었다.
“맛있어!”
크기가 별로 작지 않은 닭꼬치는 순식간에 없어졌다. 마지막 한 개는 티온과 같이 나누어 먹었다. 한입씩 번갈아 먹는 방법으로 먹어치우고 나니 금방 없어졌다. 사실을 말하자면 티온이 나에게 두 입 정도를 더 양보해주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축제를 구경하려면 밑도 끝도 없겠는걸? 주변을 휙 둘러보니 주로 남자가 힘을 쓰는 규칙이 많았다. 난 오늘 이 노점상에 있는 음식들을 전부 다 먹어보고 싶은데……. 이대로 가다가는 반도 못 먹어보고 하루가 끝날 것 같았다. 그런데 닭꼬치 집의 메뉴판 옆에 축제 행사표가 보였다. 커플 콘테스트, 상품이 노점상 자유이용권?
“주인아저씨. 저 노점상 자유이용권, 대회에서 우승하면 받을 수 있는 건가요?”
“예! 저 대회에서 우승하면 사흘 동안 열리는 축제에서 모든 노점상의 음식을 공짜로 먹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규칙도 상관없이요.”
저기에 나가야겠다! 돈도 아끼고 잘하면 음식을 사흘 내내 공짜로 먹을 수 있었다. 내 눈에 보이는 튀김, 푸딩, 과자, 디저트들아. 기다려라!
근데 커플로 나가야 되니까, 티온의 동의가 필요한데……. 접시를 주인에게 돌려주는 티온의 팔을 잡아당겼다. 말로 하긴 좀 뭣하고 위를 올려다보며 눈으로 말했다. 콘테스트에 나가 상품을 홀랑 가져오자고. 대충 이러한 뜻을 담아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니 티온이 내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주인장에게 거침없이 손을 척하고 내밀었다.
“그렇게 안 봐도 알고 있어. 여기 신청서 주세요.”
“예엡! 손님들은 왠지 순위 안에 드실 거 같네요. 아까 남자분이 여자분을 들 때도 눈 하나 깜짝 안 하시고요. 좀 힌트를 드리자면 남자 쪽은 체력이 좋고, 운동신경이 있어야 하고 여자 쪽은 장기자랑을 잘하시는 분이 유리하답니다.”
아무래도 인기투표 같은 게 있나 보다. 장기자랑이라……. 뭐 어떻게든 되겠지. 재빠르게 신청서를 다 쓰고 나서 콘테스트 장으로 달려갔다. 콘테스트의 시작은 11시. 지금 시간은 10시 40분이었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아예 참가 자체가 불가능했을 거란다. 다른 사람들은 축제 전에 미리 신청을 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거대한 광장에는 엄청 큰 무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번 축제에 돈을 얼마나 쓴 거야? 그냥 봐도 공을 들인 티가 팍팍 나는 무대였다. 티온이라면 예산이 어느 정도 들었는지 틀림없이 알고 있을 것이다. 나중에 물어보면 가르쳐주겠지.
◇ ◆ ◇
꼬치가게의 주인인 머링튼은 3대째였다. 그의 아버지인 톨반도 할아버지인 파셀킨도 대대로 꼬치를 팔아왔다. 수도에 가게도 있었다. 하지만 해마다 축제에는 꼭 참가해왔다. 올해는 드디어 그가 혼자서 가게를 맡게 되었다. 바쁘긴 했지만 닭꼬치는 참으로 잘 팔렸고 손님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한지라 그는 부지런히 움직였다.
“여보! 아직 멀었어?”
빠른 손놀림으로 뒤집고 또 뒤집어도 늘 음식은 모자랐다. 뒤에서 부지런히 고기를 꿰고 있는 부인에게 소리치며 그는 장사에 여념이 없었다. 마지막 꼬치가 불판 위에 올라가자 구세주처럼 그의 부인이 새 꼬치를 가지고 왔다.
“아슬아슬했다.”
“본점에다가 재료 더 가져다 달라고 연락했으니까, 걱정하지 마.”
묵직한 돈통을 보며 그의 부인은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몸이 힘들어도 잘 벌리는 게 좋다. 씩씩한 부인은 이미 목표까지 확실하게 세워둔 뒤였다.
“아까 전의 손님들, 대회에 나가라고 한 거야?”
“응, 둘 다 만만치 않겠더라고.”
만약 자기 집에서 접수한 커플이 우승하면 그 가게에도 포상금이 나오게 되어 있었다. 매의 눈으로 잘할 것 같은 커플만 찍어 추천했던 그로서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나이도 어리고 남자 쪽은 호리호리해 보이던데. 옷을 많이 입어서 그런지 얼굴도 잘 안 보였고.”
“검사야, 여보. 그것도 보통 실력이 아닌 검사. 평범해 보였지만 옆의 아가씨도 실력을 숨기고 있는 듯 보였어.”
장사를 하다 보니 눈썰미 하나만큼은 수도 제일이라 자부하고 있었다. 그는 방금 떠나간 손님들을 생각하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판단은 거의 틀린 적이 없었다. 모자와 장갑, 외투로 완전무장한 아까 전의 그 커플이야 말로 대회의 우승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머링튼, 할애비 왔다.”
“어, 아버지가 안 오시고 할아버지가 오셨어요?”
일흔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정정한 그의 할아버지 파셀킨은 작은 수레에 무려 네 개의 상자를 쌓아 왔다. 절묘한 밸런스를 용케 유지하면서 뒷문으로 들어온 그는 불끈거리는 팔을 툭툭 두드리며 긴 줄을 밝은 얼굴로 바라보았다.
“장사가 참으로 잘되는구나.”
“대목이니까요.”
잠시 부인이 교대를 해준지라 그는 뒤에서 짐을 정리하며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까 전에 괜찮은 커플을 봤거든요. 잘하면 포상금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게 수리하는 데 보탤 수 있겠어요.”
“에잉, 네 녀석은 아직 옹이 눈깔 아니냐. 뭐, 그리 자신이 있는 게야?”
“틀림없습니다. 확실했다고요.”
하얀 수염을 쓰다듬던 파셀킨은 자신만만한 손자를 보고 과거를 떠올렸다. 20년 전 자신이 이곳에서 장사를 할 때 그의 가게에 방문했던 특별한 손님을. 그때 닭꼬치를 양껏 먹고 나갔던 그들은 결국 그 해의 우승자가 되었었다.
“신청서 좀 보자.”
가게에서 신청한 경우에는 본부에 한 부를 주고 가게에 한 부를 따로 놔두었다. 왠지 모르게 드는 좋은 예감에 그는 손수 종이를 들여다보았다.
“허헛! 손자야, 한 건 했구나. 대박이야, 대박!”
갑자기 펄쩍펄쩍 뛰며 좋아하는 할아버지를 보고 깜짝 놀란 그는 재빨리 종이를 들여다보았다. 신청자의 이름은 참가자들의 신상정보 보호를 위해서 적으면 일부분은 하얗게 가려지는 마법이 종이에 걸려 있는지라 풀네임을 알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랜덤인 방식이다. 두 사람의 성은 공교롭게도 지워지지 않아 뚜렷하게 알 수 있었다.
“에엑! 이, 이건!”
입을 틀어막으면서 그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카이론. 황족만 쓸 수 있는 성이 종이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할아버지. 설마, 아까 전에 다녀간 손님이……. 아하하하! 대박이다!”
“그래. 아마도 그분이 틀림없겠지. 같이 온 사람도 누구일지 대충 짐작이 간다. 이 성은 아주 유명하니까 말이지. 그래, 그렇게 된 거군. 결국 그렇게 됐구먼. 허허허.”
“할아버지. 같이 온 아가씨가 누구인지 아시는 겁니까?”
“너도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을 거다. 용병들의 공주님이지.”
“앗, 그, 그그!”
“그래. 전래동화의 주인공, 여제의 딸. 그 아가씨야. 틀림없어. 벌써 세월이 그렇게 되었나. 학생이던 폐하께서 우리 가게에 찾아오시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지.”
아련히 추억 속으로 젖어드는 할아버지는 내버려두고 환희에 빠진 그는 좋아서 펄쩍 뛰었다. 올해의 포상금은 자신의 가게로 올 게 틀림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