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서 천제를 지내는 시기를 보면 대부분의 마을에서 정월 초하루나 정월 대보름 자시에 천제를 지낸다. 1년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이 시기에 지낸다고 볼 수 있다. 이와는 달리 태백시 솔안마을과 백산마을에서는 음력 3월 중, 봉화군 대현리에서는 음력 4월 8일 오시, 삼척시 내미로리에서는 봄에 날을 받아서 지내며, 충북 진천 금한동에서는 11월에 천제를 지낸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천제를 지내는 마을은 1년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부정이 끼어들 여지를 없애기 위해 주로 정월 초하루 자시(子時)에 지낸다. 이와는 달리 음력 3월이나 4월 등 정월이 아닌 시기에 날짜를 정하여 천제를 지내는 마을들은 천제당이 있는 마을과 같은 경제·사회 권역에 속한 하위 마을들을 구성하는 주민들 간의 소통과 화합을 위해 천제를 지내고, 이후 천제당 앞이나 마을 공동 공간에 모여 마을 잔치를 여는 사례가 많다. 이를 위해 천제를 지내는 마을에서는 소나 돼지를 희생으로 올린 후 이를 마을 주민들이 나누어 먹으며 단합을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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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100년 전에 사방에서 우질이 돈 시기가 있었다. 이 우질을 막기 위해 집집마다 쌀을 한 봉지씩 거두어 떡을 한 후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거리에 나가서 빌었더니 인근의 상월산이나 다른 동네에서는 소가 죽어 나갔으나 이 마을에는 피해가 없었기에 이후 매년 거리고사를 지낸다고 한다. 이는 정월에 한번만 천신(天神)을 위하고 객귀를 먹이기 위한 것으로, 하늘을 위한 의례이기 때문에 성황보다 더 크게 지내는 것이다. 정월고사는 성황고사보다는 거리고사가 중심이 되므로 성황당에는 메를 한 그릇 올리고, 거리고사에는 떡 2시루·메·대구포·과일·술 등을 올린다. 제물은 천신의 몫과 잡신·객귀를 위한 제수를 따로 마련한다. 천신을 위해 준비한 제수를 제단 위에 올리고, 잡신을 위한 제수는 제단 바닥에 진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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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제당의 형태는 산 능선에서 돌담을 두른 형태, 당집 형태, 하천 옆에 임시 제단을 가설한 형태로 구분할 수 있는데, 태백산 자락에 있는 천제당은 당집 형태였음을 알 수 있다. 당집 형태의 천제당은 대부분 마을의 상당이거나 중심 제당으로서 매년 제사를 지내는 곳이기에, 태백산 자락에서 마을 천제를 지내는 마을은 매우 안정된 상태에서 오랜 기간 동안 마을 천제를 지냈음을 알 수 있다. 마을 천제의 위상, 천신과 함께 모신 신령과의 관계와 종교적 기능 등을 중심으로 천제 중심의 마을공동체 신앙 구조를 분류하면, 상당에서의 제의로 기능하는 천제, 관계성이 있는 하위 마을들을 관장하는 마을 신앙 구심체로 기능하는 천제, 다른 신령들과 함께 좌정하여 단위 마을을 위해 마을 신앙으로 기능하는 천제, 매년 또는 일정 기간에 한 번 기우 또는 역질 구축을 위해 지내는 천제, 상당과 하당으로 구분되는 마을 제의 중 하당 제의인 거리고사에서 상위 신령으로 모시는 천신을 위하는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태백산 자락에 위치한 마을 천제의 구조는 본문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관계성이 있는 하위 마을들을 관장하는 마을 신앙의 구심체로 기능하는 천제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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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천제에 관한 기존의 조사·연구 성과를 분석한 결과, 국가 차원의 천제와는 달리 마을 천제는 마을 구성 요소와 환경, 주위 여건 등을 고려한 종교적 기능을 수행하기에 특정 영역을 관장하는 산신이나 서낭신과는 달리 다양한 종교 기능을 수행하는 마을 천제로 자리매김하여 전승되고 있다. 마을 천제의 주요 기능을 중심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천제의 성격을 소개하면, 첫째, 역병이나 소 전염병 등이 창궐하면 악질을 구축하려는 염원을 담은 마을 천제를 지내기도 한다. 둘째, 중심 마을에 있는 천제당에서의 천제는 상호 연결성이 있는 여러 하위 마을 주민들을 아우르는 구심체 역할을 한다. 셋째,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내는데, 천제단이 기우제장으로 기능하여 여기서 모시는 천신이 가뭄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믿는 사례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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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내는 사례가 많은데, 이를 기우제 또는 천제라고 한다. 즉, 농촌에서 비가 안 내려 한발(旱魃)의 피해가 극심해지면 기우제를 천제단에서 지내기도 하였는데, 승주군 장기마을, 삼척시 동활리를 비롯하여 많은 마을에서 이를 ‘천제(天祭)’라 하였다. 이를 통해 천제당이 기우를 위한 제당의 역할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마을 천제는 역질 구축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삼척시 내미로리 천제, 충북 진천 금한동 천제, 전남 여수시 화정면 개도리 화개산 천제단에서의 제의, 울진 북면 쌍전리 독미산 천제당에서의 제의, 삼척 하월산리 마을 제의 중 거리고사에서 상당신으로 천신을 모시는 사례 등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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