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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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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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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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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0.65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3.7만자, 약 4.3만 단어, A4 약 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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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채연수


- 필명 채연수
- 종이책 장편 : <숨바꼭질> <키스 미>
- 단편 : <그녀는 신데렐라> <사랑의 묘약>
- 전자책 : <방황> <골치덩이> - 키스미 원작
- 완결작 : <그대 이름은 러브> <내 작은 연인> <오만한 남자의 사랑>
- www.novel-box.net 에서 활동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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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cuse me.”
난데없이 들려온 남자 목소리에 지훈이 귀찮은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한눈에 보기에도 양아치 사촌쯤으로 보이는 남자가 지훈을 바라보며 싱글거리고 있었다.
지훈의 날카로운 시선이 재빨리 남자의 위아래를 훑었다. 어디 한군데 성한 데라고는 없는 청바지에 닳고 닳은 카우보이 부츠 그리고 반쯤 풀어헤쳐진 체크무늬 남방, 거기다 노랗게 탈색시킨 긴 머리와 양쪽 귀에 매달린 두 쌍의 귀걸이, 일반석보다 몇 배는 비싼 프리미엄 퍼스트클래스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차림새였다.
지훈은 거뭇거뭇 수염이 자란 얼굴을 바라보며 국적을 가늠해 보았다. 같은 종족에 대한 육감이랄까……, 십중팔구 한국인임이 분명했다.
“뭡니까?”
귀찮은 기색이 역력한 지훈의 대꾸에도 남자는 전혀 기죽지 않은 모습으로 하얀 이를 드러낸 채 씨익하고 웃었다.
“혹시나 했는데 한국인이 맞네요! 이게 도대체 몇 년 만에 들어본 모국어인지…….”
남자는 곧 울음이라도 터트릴 기세로 좌석 팔걸이에 놓여진 지훈의 손을 덥석 잡았다. 갑작스런 남자의 행동에 불쾌해진 지훈이 두꺼비 같은 커다란 손에 잡힌 손을 빼내려 애썼지만 끄덕도 하지 않았다.
“손 좀 놔 주시겠습니까?”
지훈의 딱딱한 요청에도 아랑곳없이 남자는 자기 기분에 취해 잡은 손을 마구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이것도 인연인데 통성명이나 합시다. 난 윤태석이라고 합니다.”
이 인간 비행기 타기 전에 눈치를 공항에 두고 온 거야, 아니면 진짜 바보천치야? 지훈은 무대포 정신으로 똘똘 뭉쳐진 태석의 두 눈이 기대로 한껏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이지훈입니다.”
툭 내던지듯 이름을 말한 지훈이 얼른 잡힌 손을 빼냈다.
“이런 날 그냥 맨송맨송 지낼 수 없죠, 어이!”
지훈의 대답도 듣기 전에 태석이 승무원을 향해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황당하고 무식한 태석의 행동에 지훈이 얼굴을 찌푸렸다.
“난 생각이 없습니다.”
“술은 생각이 아니라, 기분으로 마시는 거죠.”
태석이 신이 나서 지껄였다.
지훈은 순간 짜증이 솟구쳤다. 좋게 얘기해서 들어먹을 인간이 아니다.
“이봐 당신 귀머거리야? 더 이상 귀찮게 굴지 말고 꺼지라고!”
얼음장 같은 지훈의 말에 잠시 황당한 표정으로 서있던 태석이 머리를 긁적이며 돌아섰다.
너무 심했나 싶어 어깨를 늘어뜨린 채 돌아서는 태석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지훈의 맘이 조금 흔들렸다. 그러나 뒤이어 들려오는 태석의 혼잣말이 지훈의 미안한 감정을 순식간에 날려버렸다.
“생긴 건 꼭 기생오라비같이 생겨가지고, 그렇게 뻣뻣하게 굴건 없잖아, 이래서 요즘 젊은 것들은 태어날 때부터 싸가지를 엄마 뱃속에 두고 나왔다고 하는 거야. 어른이 술 한 잔 하자면 아 예하고는 냉큼 응할 것이지, 도끼눈을 뜨고, 뭐? 꺼지라고? 그래 잘났다고 잘났어, 동방예의지국인 대한민국이 어쩌다 저런 싸가지들이 판을 치게 됐는지 오호통재라……. 구시렁구시렁.”
태석은 좌석으로 돌아가는 내내 비 맞은 중처럼 구시렁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지훈은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되는 태석의 혼잣말을 무시한 채 헤드폰을 귀에 얹고 아무 버튼이나 눌렀다. 지훈은 국적을 알 수 없는 노래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잠시 후면 김포공항에 도착한다는 기내 방송을 들으며 지훈은 뒤로 젖혀진 등받이 좌석을 올렸다. 여기가 어머니가 그렇게 그리워하던 한국 땅이란 말이지…….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익숙한 감정이 또다시 지훈을 흔들고 있었다. 분노를 동반한 아릿한 통증…….
시작도 하기 전에 이따위 싸구려 감상에 빠져들다니……. 정신 차려, 이지훈!
입술을 비튼 채 가방을 챙겨 일어선 지훈의 눈에 이탈리아계로 보이는 스튜어디스에게 작업(?)중인 태석의 모습이 들어왔다.
정말 가지가지 하고 있군. 지훈의 빈정거리는 시선에 태석은 뻔뻔스럽게도 느끼한 웃음을 흘리며 윙크를 던졌다.
“형씨도 생각 있음 오슈, 이 언니가 동양계 남자를 좋아한다고 하네.”
입술을 비튼 채 출입구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지훈의 등 뒤로 태석의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미친놈!’
태석은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리사에게 작별의 키스를 날리며 천천히 비행기에서 내렸다. 7년 만에 밟아보는 고국 땅이라 그런지, 떠날 때와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다신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빌어먹을 운명이 한국 땅을 다시 밟게 만들었다. 태석은 입국심사대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기분과는 정반대로 경쾌한 노래를 흥얼거렸다. 기다랗게 늘어선 줄을 따라 느릿느릿 움직이던 태석의 눈에 막 입국심사대를 통과하는 지훈의 모습이 보였다.
여자들의 모성애를 자극하는 호리호리한 몸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비즈니스 정장, 그리고 남자치곤 선이 고운 얼굴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인 지훈은 초연한 얼굴로 또박또박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짜식! 무지하게 폼 잡고 있네, 겉모습만 멀쩡하면 뭐 하나, 싸가지가 바가지인데……. ‘
태석은 연신 구시렁거리면서도 지훈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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