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경주 거주. 2002년 2월 레인보우란 아이디로 작가 활동 시작. - 현재 http://piuri.net(피우리넷)와 로망띠끄 그레이프 방과 홈페이지 http://lovesunrain.com/ 등에 똬리를 틀고 있음. - 장편 『선택』『햇살 바라기』『모닝콜처럼』 등 전자책,종이책 출간. 『사랑하는 이유』 완결. - 단편 『독감』『하루』『PROMISE』『약속』『마음의 외도』등 완결. - 현재 『구속』『멍울』 연재 중.
남아 있던 여린 마음을 가다듬은 그녀는 질긴 인연으로부터 마음을 비워냈다. 머리를 내밀어 자욱한 수증기 사이로 작은 창을 흘깃 바라본 여주는 뜨거운 물에 발갛게 익어버린 왼손을 뻗었다. 욕조 가장자리에서 빛을 발하며 다소곳이 놓여 있는 얇은 칼날을 집어 든 여주에겐 추호의 망설임도 없었다. 칼을 쥔 손에 힘이 가해졌다. 여주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다른 손 팔목을 그었다. 손과 손목의 경계를 구분하는 자잘한 주름들을 하릴없이 노려보면서 있는 힘을 다해 그어 버렸다. “헉……! 후……. 아, 아…….” 이미 알고 있지만, 매번 느낌이 달랐다. 이번에도 찰나적인 아픔이라며 자신을 다독거려 보았지만 쓰라림의 농도는 짙었다. 섬뜩한 소름이 온 몸을 치달렸다. 입술을 깨물고 눈살을 찌푸리며 아픔을 억눌렀지만 차마 억누르지 못한 짧은 비명이 터져 나왔고, 여주는 안타까운 마음에 흐느꼈다. 나약해 지는 스스로가 미워 이를 악물고 비명과 신음을 삼켰다. 여주는 흐르는 눈물도, 아픔에 겨워 절로 흐르는 신음도, 가슴속에 묻은 추억과 더불어 삭이고 또 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