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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多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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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多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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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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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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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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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아옹다옹하며 진현의 팔을 치료하고 있을 때, 풀썩 소리가 났다. 지혜는 놀라 몸을 돌렸다.
짐승이 그들을 피하려고 했던지 저만치 나가 떨어져 있다. 상처가 생각보다 깊든가 피를 많이 흘렸든가 둘 다든가의 이유로 쓰러지고 말았지만. 그녀는 자기 손수건으로 진현의 상처를 꽁꽁 싸맨 뒤 짐승에게 다가갔다.
“지혜야, 어디 가!”
“얘, 난 물지 마라. 그럼 너 진짜 죽여 버릴 거야.”
그의 목소린 들리지도 않았다. 짐승이 헉헉거리며 가느다랗게 실눈을 떴다. 건방지게 아무 상관 말고 가라는 눈빛 같다. 지혜는 코웃음을 쳤다.
“사실 너 따위 별로 무섭지도 않아. 너 정도 큰 개도 키워봤는걸? 아무도 그 녀석을 길들이진 못했지만 난 해냈어. 좀 물리긴 했어도 나중엔 친구로 지냈다고.”
기가 차다는 눈빛이다. 지혜도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그녀가 기르던 강아지는 진돗개 잡종으로 아무리 커도 그녀의 무릎에 겨우 닿을 정도였다. 그 녀석한테 물렸을 땐, 녀석이 고작 3, 4개월 무렵이었고. 사람도 잡아먹을 것 같은 이 커다란 짐승과 비교 자체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입고 있던 셔츠를 벗었다. 춥다고 소매가 긴 옷을 입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냥 묶는 걸론 안 되는 거 같은데.”
진현이 다가왔다. 아직까지 상처 부위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다. 근처에 물이라도 있다면 소독해 줄 텐데. 문제는 이 짐승에게 소독약에 찌든 수돗물이 해가 되지 않을 까였다. 왠지 인간의 손이 닿아서도 안 될 동물 같은데, 오염된 물에까지 닿으면.
“너, 정말 나 물면 안 돼. 상처만 보려는 거뿐이니까.”
짐승은 그럴 기운도 없는지 눈을 감아 그들을 외면했다. 적당히 귀찮게 굴도록 내버려두면 알아서 떠나겠거니 하는 태도였다. 어쩐지 재미있었다. 한 마디도 나눈 적 없으나 그녀는 짐승의 의도를 다 꿰고 있었다. 몸은 다 컸지만 아직 새끼에 속하진 않을까? 하는 짓이 영락없는 애였다.
지혜는 더욱 용기를 가지고 짐승을 만지려 했다.
“잠깐, 내가 볼게.”
진현이 그녀를 막았다. 그녀가 물릴까봐 걱정하는 모양이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할게. 오빤 좀 쉬어. 얘는 이제 더 이상 물지 않을 거야.”
“뭐? 어떻게 알아?”
그가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지혜는 그런 진현을 설득하고 싶었지만 자신도 알 수 없는 이유라 입을 다물었다.
털은, 세상에, 너무나 부드러웠다. 최고급 모피는 본 적도 없고 건드린 적은 더더욱 없지만 짐승의 은색 털은 그보다 부드러우면 부드러웠지 덜할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끄럽고, 너무 부드러웠다. 정말 인간의 손이 닿아선 안 되는 생물 같았다. 인간의 추잡함에 오염되어선 안 될 신성한 동물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충동적으로 짐승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짐승이 다시 실눈을 떴다. 지혜는 미소를 지었다.
“털이 너무 예쁘다, 얘.”
머리를 몇 번 더 다독인 뒤 그녀는 짐승의 상처에 손을 댔다. 아픈지 움찔거린다. 그녀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상처에 손을 대자 짐승이 고개를 번쩍 치켜들었다.
“으릉!”
“아, 알았어. 살살 할게.”
진현이 지혜를 끌어당기려 했다.
“가자. 그냥 둬도 네 말처럼 알아서 나을 거야. 야생동물이 원래…….”
“내가 걱정되는 건 알지만 오빠, 얘 내버려두고 갈 수 있어? 오빠 성격에. 나중에 구급상자 들고 와서 치료할 사람이면서.”
맞는 말이지만 자신이 물리는 것과 지혜가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틀리다. 심장박동부터 말이다. 그는 지혜를 말리려 했지만 지혜는 이미 그에게 등을 돌렸다.
“좀 더럽지만 이 방법밖에 없으니 참아.”
그녀는 짐승의 상처에 침을 뱉었다. 진현이 그녀에게 놀라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다.
“소독약도 없고, 있어봐야 얘한텐 너무 독할 것 같아서 그래. 짐승들도 자기들 상처를 핥잖아. 얘는 왜 안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가만히 두는 것보단 낫겠지. 혹시 너도 기분 나쁘니?”
짐승에게 물어봐야 대답을 들을 수 없겠지만, 짐승의 눈 또한 어이없다는 빛을 띠는 것을 보고 깔깔거리며 웃었다.
“너 진짜 재밌다, 얘. 그나저나 이 상처는 누구한테 얻은 거야? 정말 아팠겠다. 깊진 않지만 살갗이 많이 상했네. 뭐에 배인 거야? 아니, 찢긴 건가?”
짐승이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
“얘, 어디가!”
짐승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다. 아픈 것을 참으며 억지로 멀어지는 것이 선했다. 계속 앞발을 절뚝거렸으니. 그래도 셔츠로 출혈은 막았으니 격하게 움직이지만 않는다면 금세 나을 것이다. 까닭 모를 믿음이 샘솟았다.
“괜찮니?”
“오빠.”
지혜는 짐승이 사라진 풀숲을 멍하니 응시했다.
“응?”
“우리 꿈꿨다고 생각하자. 무지무지 실감나지만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 꿈.”
진현은 그녀의 뜻을 이해했다.
야영장으로 돌아가니 난리였다. 조용히 한다고 했는데 정주가 진현의 상처를 보고 난리를 피운 것이다. 넘어져서 뾰족한 돌에 찔린 것이라 얼버무렸지만 사람들은 미심쩍어 했다. 관리인 아저씨가 파상풍 주사와 광견병 예방 주사를 맞아야겠다고 까지 했으니 그들의 말을 믿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의심스러웠다.
진현의 상처를 보고 사람들은 들개가 돌아다니는 지도 모른다며 철수하길 희망했고, 그들은 결국 아침 일찍 짐을 꾸렸다.
지혜는 짐승을 만났던 장소를 찾았다. 설마 그럴 리 없지만 짐승이 와있진 않을까 싶어서.
“바보다, 윤지혜.”
그녀는 자기를 재촉하는 동료들의 목소리를 향해 몸을 돌렸다.
교리교사 일행은 집으로 돌아왔고, 지혜는 진현의 상처를 보며 짐승의 존재를 잊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 다른 한편으론 보름달이 보여준 환상은 아닐까 싶었고.
그렇게, 한 달이 흘렀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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