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전략에서 지난 10년간 업종과 상품에 관계없이 가장 큰 화두는 ‘혁신’이었다. 이제 브랜드, 더 나아가 기업의 성공과 실패는 혁신을 통해 시장에서 입지를 차지하고 넓히고 견고히 하는 작업에 달려 있다 해도 과장이 아니다. 하지만 브랜드 혁신은 아직도 특정 산업군과 기업군에서만 주로 논의되고 있다. 먼저 우리는 혁신을 통한 브랜드 전략을 대기업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듯하다. 또한 우리는 혁신을 ‘신기술을 통한 속성 개발’과 ‘성능의 향상’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기술 개발이 혁신과 브랜드 차별화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데는 전혀 이의가 없다. 그러나 혁신을 ‘신기술 개발’이라는 개념과 동일시하는 것은 잘못이다. 혁신으로 입지를 다지고 새로운 마켓을 개발한 역대 브랜드들을 보면 반드시 최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모델도, 기술력으로 차별화를 꾀한 기업도 아니었다. 기술 개발이 브랜드 혁신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면, 혁신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돼야 하는가? 이제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혁신을 위해서는 기술 개발만큼이나 ‘경험의 의미’를 창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이 얼마만큼 새롭고 완성도가 높으냐 보다, 혁신이 주는 경험과 의미가 얼마나 새롭고 의미 있느냐에 따라 브랜드 혁신의 성공이 결정된다. 기업이 이처럼 의미 있는 브랜드 혁신을 이루기 위해 ‘디자인적 경영 전략’을 채택하기를 나는 제안한다._P13~14
사실 러닝은 기본적으로 홀로 하는 외로운 스포츠다. 특별히 개인 트레이너를 원하는 시간에 고용하거나 아주 가까운 친구가 같이 뛰어주지 않는 한, 러닝은 혼자 즐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이키는 ‘뛰는 일은 외로울 필요가 없다’는 새롭고 혁신적인 경험과 의미를 제시하며, 나이키플러스라는 혁신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한다. 나이키플러스의 기술적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신발 깔창 밑에 아이팟 나노 모델과 무선 연동이 되는 수신기를 삽입해, 이용자가 뛰는 기록을 저장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는 얼마나 오래, 얼마나 긴 거리를 달렸는지, 얼마나 많은 열량을 소모했는지 환산해서 나타내준다. 목표량을 지정해 놓으면, 러닝을 하는 동안에 개인 트레이너가 코치하듯 음성으로 현재까지 성과를 안내해주며 응원을 보내기도 한다. 또한 나이키플러스닷컴에서 자신의 운동 기록을 저장하고 다른 이들과 비교해볼 수도 있다. 나이키플러스의 혁신은 나이키가 러닝화라는 큰 시장에서 최고브랜드로 입지를 더욱 굳히도록 해줬다. 실제로 나이키는 2013년 〈패스트 컴퍼니〉가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브랜드’ 리스트에서 아마존닷컴을 물리치고 당당히 1등을 차지한다. 기술의 혁신보다 ‘창조적 의미의 혁신’이 브랜드 혁신에서 가장 큰 성공 요인임을 증명하는 성과라 할 수 있다._P33~35
다이아몬드는 특별한 날 사게 되는 상품이고 오랫동안 많은 양이 시장에 수용돼왔기 때문에, 상품 혁신을 통한 새로운 시장 개발이 상당히 중요하다. 1950년대 드비어스는 다이아몬드 시장의 독점적 생산 유통을 위해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발견된 다이아몬드 광산 생산량의 90%를 수용하기로 한다. 그런데 시베리아 광산의 다이아몬드는 생산량이 많을 뿐 결혼반지로 쓰기에는 크기와 질이 알맞지 않았다. 1960년경 개발된 이터너티링은 이런 골치 아픈 상황에서 나온 혁신이었다. 이터너티 링은 작은 다이아몬드(대부분 0.25캐럿 이하)가 반지 전체에 돌아가며 박혀 있는 제품이다. 이에 드비어스는 결혼식 예물 반지라기보다는 결혼기념일에 주고받기 좋은 반지로, 작은 다이아몬드들이 부부가 함께 살아온 나날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포장, 상품 개발을 진행했다. 크기가 작은 다이아몬드로 이제껏 존재하지 않았던 의미로 디자인을 가이드하여 혁신을 구현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골치 아픈 러시아산 작은 다이아몬드를 처리하기 위해 내놓은 의미의 혁신이 다이아몬드 시장을 몇 배로 키우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이다. 결혼이야 평생 많이 해봐야 손가락에 꼽을 정도지만, 함께 살며 축하하는 결혼기념일의 수는 그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_P49
혁신의 아이디어를 위해 빈 도화지에 그림을 그린다는 마음으로 가정과 전제 없이 시작해 보자.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창의적인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면, 스케치와 채색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뒤에 어떤 색이 추가돼야 더 아름다울지 통념에 따라 그림을 완성해서는 안 된다.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어떤 방향으로든 나갈 수 있는, 어떤 해석이라도 가능한 ‘백지의 가능성’에서 기회를 엿봐야 한다. (중략) 우리가 어떤 의사 결정을 할 때 ‘가정’을 앞세우는 것은, 그게 더 쉽고 덜 두렵기 때문이다. 우리의 사고방식은 이전의 사고와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데 익숙하다. 하얀 도화지에서 시작하기가 너무 어렵다면, 기존 그림을 한번 뒤집어보라. 그림은 가끔 거꾸로 볼 때 더 잘 보이는 법이다._P84
혁신은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가 이제껏 가장 많이 사용했던 방법은 소비자에게 묻는 것이었다. 의미는 소비자가 만들어 부여하는 것이고, 기업은 소비자가 부여한 의미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해왔다. 곧 브랜드 혁신의 아이디어를 위해 ‘소비자를 이해하고 관찰해 그들이 상품군에 부여하는 의미를 찾아내고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전제였다. 사실 이런 접근은 점진적 혁신에서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소비자가 현재 어떤 상품을 쓰는지, 어떤 방식으로 구매를 결정하는지, 소비 방향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무엇인지 관찰하면 제품의 기능성, 활용성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 문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급진적 혁신으로 시장 우위를 쟁취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혁신은 소비자를 위한 것이다. 결국은 그들이 선택한 혁신이 시장에서 살아남고 번영한다. 그러나 명심하라. 소비자는 아는 것만 말하고 아는 대로만 행동한다. 그리고 아는 것은 이미 과거의 일이다. 과거의 연장은 급진적 혁신과는 상반되는 개념이다. 급진적 혁신을 통해 마켓 리더십을 쟁취하기 위해 가장 먼저 강조해야 할 점은, 소비자에게 혁신 아이디어와 방향을 구하는 기존의 혁신 프레임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것을 소비자가 어찌 알 수 있겠는가?_P104~105
나는 힐링 접근법이 전통적인 경영 원칙을 대체하는 새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궁극적으로는 지속 가능성과 맞물려 기업 문화 전체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기업들도 이런 관점에서 힐링을 바라보길 권한다. 힐링 코드를 시장에 접목하는 일은 조금 더 인간중심적이어야 한다. “네 아픔을 아우르고 다스려 네가 좀 더 행복할 때 나도 사회도 행복하게 발전할 수 있다”라고 지속성을 강조하는 접근 방식이어야 한다. 곧 ‘동병상련’의 접근 방식이다. 치유를 제공하는 쪽에서 비슷한 아픔과 극복의 경험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문제를 “만약 이게 내일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검토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고객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마치 소비자의 어릴 적 친구처럼 그들의 아픔을 함께하고 아우를 수 있는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좋았던 시절의 친구보다 힘들었을 때 함께한 친구가 더 오래가듯, 소비자의 아픔을 공유하고 공감하며 해결책을 제시하는 혁신 브랜드가 더 오래 가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_P136~137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