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빡할 사이였다. 드문드문 돋은 나뭇잎 사이로 뭔가가 미세하게 움직이더니, 아래위로 긴 창문이 폭발했다. 수백만 개의 결정으로 부서진 유리가 눈처럼 날렸다. 모레노의 가슴에 총상이 꽃처럼 피었다.
모레노는 등 뒤로 1.5미터 떨어진 소파에 널브러졌다.
아니…무슨 일이지? 이건 뭘까? 정신이 희미해. 정신이.
숨을 쉴 수가 없어.
그는 경치를 가로막는 창유리가 사라져 한결 선명하게 보이는 나무를 응시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달콤한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있었다. 나뭇잎이 다가왔다가 멀어졌다. 그 대신 숨을 쉬고 있는 것 같았다. 그가 숨을 쉴 수 없으니. 가슴에 붙은 불 때문에, 통증 때문에.
주위는 비명 소리로 가득했다. 도와달라는 외침.
피, 온통 피.
해가 지고, 하늘은 점점 어두워졌다. 아니, 아침인가? 아내와 십대 아들, 딸의 모습이 떠올랐다. 생각은 점점 흩어지고 한 가지만 의식에 남았다. 나무.
"용의자는 있습니까?"
"네, 아직 총을 쏜 사람의 신원은 알아내지 못했지만, 살인을 지시한 두 사람은 압니다."
라임은 미소를 지었다. 안에서 호기심 그리고 먹잇감의 냄새 분자 하나를 감지한 늑대의 본능이 꿈틀거렸다. 겉으로 그런 의욕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낸스 로렐 역시 가은 느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 것 같았다. 단순한 흥미로움을 훨씬 뛰어넘는 결말이었다.
로렐이 말했다.
"이건 미국 정부 관료가 지시한 표적 살인, 암살입니다. NIOS. 이곳 맨해튼에 본부를 둔 국가정보활동국 국장."
어느 정도 라임이 추정한 대로였다. 하지만 그는 CIA나 국방부 쪽을 예상했었다.
현장 수색.
외과 의사 같은 복장을 갖춘 아멜리아 색스는 리디아 포스터의 아파트를 전통적인 현장 관찰 방식으로 수색하기 시작했다. 한쪽 벽에서 반대쪽 벽까지 한 번에 한 발씩 갔다가 돌아서서 옆으로 약간 움직여 다시 왔던 방향으로 돌아가는 방식이었다. 그 방향이 모두 끝나면, 같은 공간에서 직각 방향으로 다시 한 번 수색한다.
이것은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현장 관찰 방식이지만, 가장 철저한 방식이기도 했다. 라임이 늘 현장을 수색하던 방식이기도 했고, 그가 부하들에게 늘 고집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현장 수색이야말로 아마도 범죄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사진, 비디오, 스케치도 중요하다. 범인의 출입 경로, 탄피 위치, 지문, 정액 자국, 혈흔. 그러나 결정적인 미량증거물을 찾는 것이야말로 현장감식의 핵심이다. 고마워요, 로카르 박사. 현장 수색을 할 때는 그 장소를 향해 온몸을 열고, 냄새 맡고, 귀를 기울이고, 만지고, 물론 보아야 한다. 철저하게 훑어야 한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