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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의 보좌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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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의 보좌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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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5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91쪽 | 342g | 148*210*20mm
ISBN13 9788992961233
ISBN10 899296123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안병영
1941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고 1970년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1972-1975와 연세대학교 행정학과1975-2007 교수로 재직했고, 한국행정학회장1991, 한국사회과학연구협의회장1998-2000을 지냈다. 아울러 교육부 장관1995.12-1997.8,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2003.12-2005.1으로 두 차례 국정에 참여했다. 저서로 [현대공산주의 연구]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변론] [자유와 평등의 변증법] [왜 오스트리아 모델인가] 등 다수가 있다. 한국 교육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2014년에는 ‘인촌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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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년퇴임을 앞두고 한 학생이 물었다. “정년을 앞두시니 안타깝고
발걸음이 안 떨어지시죠?” “얼마간 섭섭한 건 사실이지만 기쁜 마음이 더 크네.
다 접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 수 있다는 게 그렇게 좋을 수 없네.”
“그래도 뭐가 제일 아쉬우세요?” 내 대답은 짧고 명확했다. “연구실을
떠나는 것이네. 그게 못 견디게 힘드네.”

연희관 317호, 그곳에서 나는 17년을 보냈다. 그곳은 연세대학교 최고
명당이라고 신문에 몇 번 올랐다. 내가 이 방으로 연구실을 옮긴 후 두 차례
교육부 수장을 역임하자 언론에서 명당이라고 소문낸 것이다.
장관에 임명되고 첫 기자회견을 두 번 다 이 연구실에서 했다.
장관직을 수행하는 동안에도 언제나 이 방은 내 마음의 고향이었다.
---「연구실 연가」중에서

2. 오스트리아 '훼스트Voest’제철소 회장님은 나를 진작 만나고 싶었는데
연락이 없어 수소문했노라고 했다. 그는 당시 남한과 북한에서 각각 큰 규모의
제철공장을 만들려고 하는데, 모두 ---「훼스트’에 협력을 요청해 고심하던 중
마침 내 편지를 받고 나와 만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와
대화를 나눠보니 북한은 그의 마음에서 이미 제외된 듯했다. 그러고는
한국의 정치가 불안하다며 이제 남한을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그중 기억나는
것이, 한국 젊은이들은 대체로 정권에 저항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가 정부사업에 우호적인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나는 이 사업이
우리나라가 산업화하는 데 필요불가결한 국가적 사업이라 그렇다고 답했다.

이듬해인 1968년 훼스트의 도움으로 포항제철이 문을 열었다. 훼스트가
한국을 파트너로 선택하는 데 나와의 대화가 보탬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매우 중요한 시기에, 세계적인 제철회사의 CEO와 만나 내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면서 대화를 나눴다는 것은 잊지 못할 추억이다.
---「제철소로 간 유학생」중에서

3. 어느 날 보좌신부님이 교리반 아이들에게 각자 원하는 봉사단체에
지망하게 하셨는데 학생들이 대부분 복사단에 지망했다. 붉은색 복사복을
입고 제대 앞에서 신부님을 돕는 일이 그 나이 또래들에게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처음부터 복사단 지망을 생각지
않았다. 신부님의 의아한 눈초리가 나에게 향하는 것을 느꼈다.

뒤이어 신부님께서 “주일날 가톨릭신문 팔 사람?” 하고 외치셨다.
나는 호기 있게 손을 번쩍 들었다. 그때 신부님이 “분도야! 그건 안돼!”
하고 노한 목소리로 외치셨다. 놀라서 올려보는 나를 부둥켜안고
“너 고생하는 것 아는데 신문을 팔다니.” 순간 나는 신부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보고 엉겁결에 고개를 떨어뜨리며 중얼거렸다. “신부님,
저 자신 있어요. 신문도 팔아 봤고요. 정말 제가 원하는 일인데요.”
신부님은 복사복을 입은 내 모습이 보고 싶으셨다는 얘기와 하느님께서
신문 파는 소년을 더 사랑하실 것이라는 말씀도 들려주셨다.
---「기억 속의 보좌신부님」중에서

4. 어머니가 연세대 데모대와 만난 곳은 아현동 로터리였다. 앞줄부터
헤집으며 나를 찾으셨다. 한복차림의 부인이 데모대에 끼었으니 금방 눈에
띄었던 모양이다. 총알이 빗발치는 가운데 학생들이 계속 구호를 외치자
“아이고 얘들아, 앉아라.” 하고 목청껏 외치셨다는 것이다. 백양로에
'민족의 어머니’ 운운하였던 것은 아마 이 광경 때문에 기자가
상상해낸 결과인 것 같다.

그러던 중 그날 연세대 데모대에 합류했던 한양대생 한 명이 달려 나와
어머니를 잡아챘다. 그 학생은 끌려나가지 않으려고 버티는 어머니를
강제로 택시에 태워 모시고 왔다. 그러면서 우리 식구에게
“죄송합니다. 그냥 계셨으면 무사하시지 못할 것 같아 이렇게 무리를
했습니다. 시골에 계신 제 어머니 생각에 그만 보고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라며 머리를 조아렸다는 것이다.
---「어머니와 4·19」중에서

5. 빈 대학에 입학하려니 독일어 구두시험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내 독일어 말하기는 입도 떼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더욱이 시험이
일주일 뒤였다. 밤새 궁리하다 예상 질문을 모두 만들어보기로 했다.
내 신상에 관한 것, 한국에 관한 것, 공부계획에 관한 것, 유럽과 오스트리아에
관한 것… 여기서 벗어나는 질문은 있을 수 없다고 확신할 때까지
온갖 질문을 끄집어내 100개의 문제를 마련했다. 그리고는 예상문답지를
프란쯔라는 마음씨 좋은 기숙사 친구와 그럴듯한 문장으로 다듬었다.

프란쯔는 “정말 놀랐다. 한국 사람은 모두 이렇게 무모하고 철저하냐. 아마
여기서 빠져나갈 질문은 없을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서 나는 프란쯔에게
질문을 독일어로 녹음해달라고 청했다. 질문 자체를 알아듣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까마득했는데 밤낮없이 매달렸더니 이틀 후에는
자연스럽게 내 얘기처럼 풀어나갈 수 있었다. 점점 자신이 생기며
“걱정하지 마라, 절대 실패할 수 없는 프로젝트다.” 거듭 주문을 외웠다.
---「일주일 만에 독일어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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