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램 브륄레, 라비올리, 타르트 타탕, 크로캉 부쉬, 콩피, 크로크 무슈, 수플레…
혀와 입술이 우당탕탕 부딪치지 않고는 읽어낼 수 없는 명칭들이다. 여러분은 순간 당황했을 것이다. 그러나 쫄 필요 없다. 당신은 완전 정상이다.
이런 이름들은 어떤가?
부야베스, 카르보나라, 피시 앤 칩스, 매시포테이토, 시저 샐러드…
감 잡았을 것이다.
따라 읽느라 고생한 것들과 도긴개긴이다. 긴장할 거 없다. --- p.6
나라 이름을 딴 스카치 에그scotch egg가 그 주인공이다. 간단히 말하면 달걀 튀김이다. 한국 분식집에도 달걀 튀김은 있는데, 좀 다르다. 스카치 에그는 튀김옷과 달걀 사이에 고기를 한 겹 두른다. 달걀을 반숙으로 삶은 후 겉에 돼지고기나 닭고기 저민 것을 한 겹 싸고 그 위에 밀가루, 달걀 물, 빵가루를 입혀 튀겨낸다.
태양 에너지를 고스란히 머금고 있는 노른자, 노른자를 탄력 있게 감싸고 있는 흰자로 구성된 ‘완전식품’ 달걀에 고기를 더하고 튀김옷을 입히면 맛이 없기도 힘들다. 튀김옷은 바삭거리고, 고기 특유의 식감이 살아나고, 반숙으로 익은 노른자는 아름다운 용암처럼 끈적하게 흘러내린다. --- p.34
“제 첫 경험은 일곱 살 때였어요.”
“네에?”
그녀가 눈을 똥그랗게 떴다.
“그때 처음 햄버거를 먹었거든요.”
“아, 네에.”
고개를 돌린 채 샐쭉 뜬 그녀 눈이 밉지 않았다. 감정 표현에 서툰 내성적인 사람인 게 틀림없었다. 두 번째 만난 날이었다. 나는 그녀를 햄버거집으로 안내했다. 어색한 상대와 빨리 친해질 때 써먹는 나만의 전술이다. 이것저것 너저분하게 늘어놓고 큰 덩어리를 입 쩍 벌려 씹어대고 후루룩 마시다 보면 피차 무장해제된다. 그러다 보면 다 보인다. 성격, 태도, 습관, 식성, 매너…. --- p.149
농밀하고 달콤한 마카롱은 두 시간 넘게 걸리는 정식 프렌치 코스를 마무리하는 꽃이다. 입맛을 일깨우는 아뮤즈 부쉬amuse bouche부터 앙트레entree, 메인main, 입맛을 깨끗이 하는 프리 디저트pre-dessert에서 디저트dessert를 지나, 대망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프티 포petit four까지 가야 맛볼 수 있다. 프티 포는 ‘작은 오븐’이라는 뜻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쿠키나 초콜릿 등 커피나 차에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작은 입가심 거리다. 어떤 프티 포가 나오는가에 따라 그 레스토랑의 수준이 정해지기 때문에 아이디어 싸움이 치열한 메뉴다. 이탈리아 요리든 프렌치 요리든 마카롱은 프티 포 역할을 한다.
--- p.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