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머니께 전화를 받았습니다. 씨앗 봉투에서는 분명히 큼직한 진보랏빛 나팔꽃이 그려져 있었는데 키워보니 작은 하늘색 꽃을 피워서 조금 실망스러웠다고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법이니, 어디선가 봉투와 다른 씨앗이 섞여 들어갔을 테지요. 그런데 어떤 식물은 분명 같은 종인 것이 확실한데도 유럽에 심으면 붉은 꽃을, 한국에서는 푸른 꽃을 피웁니다. 어떤 식물일까요?
--- p.58, 「Q11 유럽에서는 붉은, 한국에서는 푸른 꽃을 피우는 식물은?」 중에서
고스톱 게임에 유리해서 인기가 많은 ‘똥’은 오동나무입니다. 오동나무, 오동으로 부르던 것이 ‘똥’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똥’이란 이름 때문에 다른 것이 연상되는 검은 덩어리는 잎사귀로, 일본 옛 화투에는 녹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파란색 별은 개화한 꽃, 가지에 달린 작고 둥근 것은 꽃봉오리입니다.
--- p.80, 「Q15 화투의 ‘똥’은 어떤 식물일까?」 중에서
특이하게도 봉선화는 꽃을 성전환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꽃송이를 수꽃으로 피우고는 나중엔 암술을 덮고 있던 수술을 떨어뜨려 암꽃으로 만드는 것이지요. 호박처럼 꽃을 따로 만드는 수고 없이 확실하게 다른 꽃과 수분할 수 있으니, 효율적인 선택인 셈입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흰동가리는 한 개체의 성별을 바꾸지만, 봉선화는 꽃만 수꽃에서 암꽃으로 바꾸는 점이 다릅니다.
--- p.112, 「Q22 다음 중 성전환을 하는 꽃은?」 중에서
보통 정원에서는 화초와 꽃나무를 심어 가꾸고 잡초는 뽑아내지요? 그 정원에는 잡초를 정원 가득 심기로 했습니다. 이른 봄 매화보다도 먼저 꽃을 피워 사진가들에게 인기가 많은 큰개불알풀, 친구를 간질이는 장난감이 되는 강아지풀, 들큼한 열매를 따먹을 수 있는 까마중… . 이 모든 잡초가 그곳에서만큼은 성가신 잡초가 아닌, 봄을 누구보다도 먼저 알리는 꽃으로, 어린 시절 친구와의 추억으로, 까만 열매가 품은 수수한 단맛 등으로 새롭게 조명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 p.141, 「잡초로 가득한 정원에서」 중에서
문득 좋은 시절은 이제 모두 끝나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가을심기 구근을 생각합니다. 꼼짝없이 봄을 기다려야 하는 시간에도 작은 잎과 꽃을 내며 우리 곁을 지켜주는 식물이 있다는 걸요. 지금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고 계신 분들은 어떤 시절을 보내고 계실지 궁금합니다. 혹시 식물 집사의 늦가을만큼이나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 우리가 나눈 식물 이야기가 가을에 심어둔 작은 알뿌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p.171, 마치며 「좋은 시절이 끝날 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