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정치’에 대처하기 위한 자세는 무엇인가. 저자 김욱은 일반인들이 법을 볼 때에 날카로운 현실 인식 또한 함께 지닐 것을 주문하며 이렇게 덧붙이고 있다. “속으로는 법적 판단을 지배하기 위해 온갖 정치를 다하면서도 겉으로는 재판이 마치 판사들의 ‘성향’과 무관하게 진공상태에서 기계적으로 진행되는 순결한 메커니즘인 것처럼 보이려는 언설에 무기력하게 빠져들어서는 안 된다.” --- p.152
무미건조한 법전에 마음을 적셔주는 빗물이 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는 모든 법과학자, 법조인 그리고 법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 모두가 각자 판단해야 할 문제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법은 ‘법을 보는 눈’만으로는 결코 보이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법을 보는 눈’은 ‘법 밖을 보는 눈’에 의해서만 비로소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법을 보는 법’이다.
법률가가 쓴 것이라고는 짐작할 수 없을 만큼 깔끔한 문장, (해석)법학 개론서라고 딱지 붙이기 어려울 정도로 법철학이나 법사회학 같은 주위 학문을 아우르는 배려, 자신의 견해를 슬며시 드러내면서도 서술의 공정함에 쏟은 정성, 일반인에게 낯선 법학 용어의 절제된 사용 등은 이 책을 법학도나 로스쿨 지망생만이 아니라 법체계 안쪽에서 사는 우리 모두의 법학 개론서이자 법철학 개론서로 만든다. 판례나 사례를 주로 한국의 최근 사건과 포개거나 잇는 그 싱싱함도 이 책의 매력이다. 과감히 말한다면 『법을 보는 법』은 이른바 리걸 마인드(Legal Mind)의 훈련소다. 십대 끝머리에 이 책을 읽었다면, 내 법학 혐오도 줄었거나 없어졌을 것이다. 좋은 책을 만나는 것은 좋은 친구를 만나는 일만큼이나 어렵고 종요롭다. 고종석(칼럼니스트, 시사IN '독서 리더들이 꼽은 올해의 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