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과 외향인이 파티와 같은 상황에서 다르게 반응하는 이유는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이라는 화학 물질과 관련이 있다. 도파민은 때때로 뇌에서 쾌락과 보상중추를 조절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섹스·마약·록큰롤 분자’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별명은 재미있기는 하지만 도파민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될 수는 없다. 도파민 자체는 쾌락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쾌락의 가능성이 흥분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서빙을 하는 사람이 맛있어 보이는 디저트들이 담긴 접시를 내밀 때 무엇을 먹을까 고르면서 즐거워하는 것은 도파민의 작용이다. 내향인이나 외향인이나 모두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된다. 다만 외향인이 내향인보다 도파민 보상 체계가 더 활발하다는 차이가 있다고 상상력연구소Imagination Institute의 소장 스콧 배리 코프먼Scott Barry Kaufman은 말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외향인들은 내향인들보다 잠재적인 보상 앞에서 더 많이 흥분한다. 보상은 사회적 주목, 사회적 지위, 돈, 음식, 성적 기회 등을 말한다(짐작했을지 모르지만, 서독의 한 대학에서 실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외향인은 내향인보다 섹스를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섹스가 얼마나 만족스러운지는 차치하고). 우리가 어떤 가능성을 보고 흥분한다면, 그것을 하고자 하는 열정과 의욕이 저절로 샘솟을 것이다. 다시 말해 도파민은 노력 비용을 절감해준다. 이런 이유로 외향인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과감한 행동을 해도 내향인처럼 지치지 않는다. 반면에 내향인은 외적인 보상, 특히 사회적 보상의 가능성에 그다지 열광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새 친구를 사귀거나 인기를 얻을 가능성에 대해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이 또한 내향인이 사람들과 어울린 후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외향인들과 달리, 내향인은 도파민에 의한 ‘노력 비용’의 절감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 pp.37~38
당신이 어떤 유형의 내향인이든 간에 분명 다음과 같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직장 동료가 사무실로 불쑥 찾아오거나 한 친구가 당신을 불러 세운다. 그는 당신에게 질문을 하고 지금 당장 대답을 해달라고 재촉한다. 어려운 질문도 아니지만 당신은 순간적으로 머리가 멍해진다.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멈춘다. 그 말은 당신이 하고 싶은 말과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 것 같다. 대답을 기다리는 상대방의 표정이 이렇게 말한다. ‘빨리 말해요.’ 당신은 생각한다. ‘내 머리가 나를 도와주지 않아.’ 정확하게 맞는 단어를 찾는 것을 ‘단어 검색’이라고 부른다. 많은 내향인들이 단어 검색을 어려워한다. 그래서 말을 빨리 하는 외향인을 따라가지 못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생각을 말로 옮기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답을 알아도 손을 들지 않는다. 내향인에게 단어 검색이 어려운 한 가지 이유는 정보를 깊이 있게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각을 곱씹어보고, 머릿속에서 반복해서 돌려보고, 이런저런 각도에서 분석해본다. 이러한 ‘반추 모드’에 있을 때는 말하기가 어렵다. 내향인은 많은 외향인들과는 달리 생각을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한다. --- p.56
알고 보면 싸가지 없다, 무례하다 또는 냉담하다는 말을 듣는 것은 내향인들의 공통적인 문제다. "나는 잡담을 피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거만한 멍청이라는 소리를 들었어요"라고 레이라니는 말했다. "제 별명은 '얼음 여왕' 이었죠"라고 앤도 말했다. "사람들은 제가 잘 웃지 않아서 처음에 무서웠다고 하더군요." 앨슨이 덧붙였다. "고등학교 동창을 우연히 만나면 그들이 전에 저를 거만하거나 쌀쌀맞은 아이로 생각했다는 말을 꼭 들어요." 그녀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무례한 행동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그들은 그런 일은 없다고 했지만 제가 종종 혼자 앉아서 책을 보거나 헤드폰을 끼고 있는 것을 보고 잘난 척한다고 생각했다는 거예요. 그런 말을 들으면 황당해요. 제가 '군중 속'에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사람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저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것이 더 좋을 뿐이죠." 단지 과묵하다는 이유로 우리는 문제아가 된다. 반갑게 인사를 하지 않으면 불친절하다는 비난을 받는다. 방금 만난 사람에게 신세한탄을 하지 않는다고 냉정하다는 비난을 듣는다. 그러나 내향인은 인생을 북적거리는 칵테일 파티로 여기지 않는다. 우리는 소수의 사람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것에 만족한다. 우리를 따라다니는 열혈 팬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리지 않을 뿐이다. --- p.67
또 다른 오해는 내향인은 모두 수줍어한다는 것이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내향성과 수줍음은 다르다. 수줍음은 다른 사람들의 부정적 판단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면 부끄러워하고, 소심해지고, 긴장하고, 불안해질 뿐 아니라, 얼굴이 붉어지거나 떨리거나 숨이 가빠지는 것 같은 신체적 현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내향인은 단지 조용하고 차분한 환경을 원할 뿐이다. 예를 들어 수줍어하는 사람이 저녁 파티에 가지 않는 이유가 낯선 사람을 만나기가 두렵고 불안하기 때문이라면, 내향인은 집에서 쉬는 편이 더 좋기 때문이다. 내향인이라도 수줍어하지 않을 수 있고 외향인이라도 수줍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립자 빌게이츠는 전혀 수줍어하지 않는 내향인이다. 수전 케인은 「사이콜로지투데이Psychology Today」라는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빌 게이츠를 외골수이고 조용하지만 동시에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지 개의치 않는 사람으로 묘사했다. 반면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호들갑을 떠는 외향인이지만 사실은 수줍음이 많은 사람인 듯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가 무대 공포증으로 고생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 1967년 스트라이샌드는 센트럴파크에서 공연을 하다가 가사를 잊어버려 크게 당황한 후에 수십 년 동안 라이브 공연을 하지 않았다. --- p.79
우리 사회가 존재보다 행동에 더 가치를 둔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그렇다면 빈둥거리고 있는 순간은 그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일까? 생각에 잠겨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것은 해야 할 일을 놔두고 딴짓을 하는 것인가? 휴식을 비생산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오후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오늘 저녁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 있을 거야?”라는 말로 핀잔을 준다. 하지만 내향인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정말 중요하다. 사실 작동 중단 시간은 시간낭비가 아니다. 고독은 실제로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다. 우선,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당신이 무의미한 일을 하고 있는 직장에 사표를 내고 보수는 적지만 더 나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하자. 하지만 결정하기가 쉽지 않아 친구들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한다. 누군가가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할 때마다 당신은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결국 더 혼란스러워진다. 그래서 혼자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 혼자 조용히 앉아서 그동안 수집한 모든 정보를 정리한 후 마침내 어떻게 할 것인지 알게 된다. --- p.136
창의성의 또 다른 열쇠는 공상에 빠지는 능력이다. 멍하니 있거나 백일몽을 꾸거나 이 생각 저 생각하면서 표류하고 있는 상태를 일컫는 ‘창의적 잠복기creative incubation’라는 말이 있다. 어떤 문제에 대해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스마트폰 앱이 우리가 사용하지 않을 때도 계속 돌아가는 것처럼 생각이 배후에서 계속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다가 설거지를 하거나 샤워를 할 때 마치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것처럼 문득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아하!” 그러면 내면세계로 들어가고, 백일몽을 꾸고, 마음이 배회하도록 내버려두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내향인들이다. 마지막으로 내향인은 관찰자가 되는 경향이 있다. 말은 많이 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알아차린다. 친구가 생일 파티에 초대하지 않은 것은 의도적이 아니었다고 말할 때 죄책감으로 눈이 살짝 깜박거린다. 오래된 돌담 위로 비치는 햇살이 오묘한 그림자를 만든다. 울긋불긋 가을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진다. 이러한 모든 관찰이 우리 마음속을 돌아다니며 생각을 풍요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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