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다른 선진국가의 문화에만 나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너무 단편적인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제가 머물렀던 특급 호텔의 로비에는 외국인들도 익히 알고 있는 맥킨토쉬 의자가 앉지도 못하게 전시되어 있어 매우 의아했습니다. 차라리 한국의 전통 가구나 공예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더라면 한국의 문화를 홍보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디자인에 내재된 정신적 가치를 거듭 강조하고 계시군요. 디자이너에게 정신적 가치란 어떤 의미이며, 실천의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까요?

VP 무엇보다도 먼저 디자이너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디자인의 정신적 문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디자인에 정신적인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디자이너는 그들의 사회적 역량을 보다 더 확장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는 많은 잠재력이 다지인에 내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볼 때 디자인은 줄곧 사회의 하부 구조를 형성해 왔습니다. 아마도 그 원인은 바로 정신적 가치를 부여하는 주체자인 디자이너 스스로의 실천이 너무나 미약했기 때문으로 봅니다. 디자인의 정신적 가치를 일반인들이 논의할 때 비로소 디자인은 사회의 상부 구조로 편입될 수 있고, 이를 통해서 디자이너가 같는 사회적 영향력이 강화될 수 있는 것입니다.

빅터 파파넥은 인간과 자연, 그리고 디자인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쏟아부었던 몇 안되는 디자이너중 한 사람 이었다. 디자인이 자본주의 논리에 의한 상업적 기능론에 휩쓸릴 때에도 사회적 균형을 잃지 않은 이면에는 그의 공로와 영향력이 있었던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디자인은 물질과 정신이 하나로 융합된 대상입니다.진정한 세계란 소외된 이들이 모두 포함된 인류이며,인류가 공존하는 자연이고,자연의 생태가 유지되고 있는 지구 그 자체 입니다. 나의 디자인은 바로 이 세계에서 시작됩니다. 사회적 선의 역할을 할 수 있는가가 바로 디자이너의 진정한 책임입니다.

빅터 파파넥은 20세기 디자인 철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실천하는 디자이너이자 디자인 이론가, 교육자, 운동가였다. 그는 1925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1939년 미국으로 이주, 뉴욕의 쿠퍼 유니온과 MIT를 비롯한 여러 학교에서 디자인뿐 아니라 인류학, 민속학, 문화형태학, 심리학, 생물학, 정신분석학 등을 공부했다.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과 뉴욕 주립대, 노스캐롤라이나 팬랜드 공예학교, 캔사스 대, 퍼듀 대 등의 교수를 역임했으며, 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감을 일생동안 전파하고 실천했다. 소회받은 계층과 제3세계, 환경을 고려한 디자인 활동으로 필립스의 개발도상국 디자인 기여상, 유네스코 개발도상국 디자인 기여부문 특별상, 교토 명예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저서 『인간을 위한 디자인 Design for the Real World』『인간과 디자인 Design for Human Scale』『녹색 위기 Green Imperative』는 전세계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20세기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힌 디자인 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