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철학자 대부분은 서로 직접 만나거나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고, 심지어 서로의 책을 그다지 열심히 읽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동시대성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그들 각각은 동시대성을 부인할지 몰라도, 그리고 각자 자신의 철학적 내용이 고유한 것이라고 항변한다 해도, 그들을 읽는 우리로서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을 동시대적으로 읽는 일일 것이다. 적어도 이 점에 관한 한 다양성보다는 공통점을, 요즘말로 '차이'보다 '동일성'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겠다.
--- 책머리에서
심지어 빛은 월·수·금요일에는 입자로, 화·목·토요일에는 파동으로 행동한다는 농담까지 생겨날 정도였다. 하지만 플랑크는 왜 빛이 그런 묶음 단위로 방출되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 점은 보어가 뒤이어 해결한다. 원자에 에너지를 가하면 에너지를 받은 전자는 들뜬 상태가 되어 다른 궤도, 즉 원자핵에서 더 먼 궤도로 이행한다. 계속 에너지를 가하면 전자는 결국 원자의 바깥으로 튀어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플랑크가 관찰한 빛의 묶음이다. 반대로 에너지를 잃으면 전자는 바닥상태가 되어 다시 원자핵에 가까운 안쪽 궤도로 떨어져 간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생겨난다. 그냥 축구공이 날아가듯이 전자가 이행하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고 전자는 깜짝쇼를 벌이는 것이다. 에너지를 받거나 잃은 전자는 원래 있던 궤도에서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동시에 다른 궤도에 버젓이 나타난다. 즉 전자가 궤도에서 궤도로 이행하는 것은 연속적인 운동이 아니다. 이 전자의 깜짝쇼를 보어는 '양자도약'이라고 불렀다. 플랑크의 실험에서 빛이 묶음 단위로 방출된 것은 바로 이 양자도약 때문이다.
--- p.38
단 사흘 동안만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면..... 나머지 모든 삶을 노예처럼 살더라도 단 사흘만 제왕처럼 자유를 누릴 수 있다면... 페미니즘 계열의 미국 영화로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끈 <델마와 루이스>에서 두 주인공 델마와 루이스는 단 사흘간의 자유와 생명을 맞바꾼다.
(중간 생략)
굳이 도덕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사흘이라는 짧은 기간과 평생을 맞바꾼다는 것은 산술적인 계산으로 보면 밑지는 장사다. 비록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해도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자유롭게 살수 있을 가능성이....
---p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