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관계,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
두 사람이 만나는 순간,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제3의 세계가 형성된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알지 못한 전혀 다른 차원의 우주를 만든다. 이 세계를 인정하고 소중히 할 때 우리의 삶과 관계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할 때 내면에서 어떤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우선 자기 자신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다. 자신이 원하는 진정한 것을 얻었기 때문에 다른 어떤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은 바뀐다. 관계가 어떠해야 한다는 기대가 생기기 시작한다. 때 묻지 않은 미지의 영혼을 의지적으로 고치려 든다. 서서히 관계가 영글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자신의 기대와 요구에 끼워 맞추려고 한다. 각종 규칙을 만들고 충분히 사랑받고 있는지를 가늠하려 든다. 다시 말해 내가 중심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사랑은 죽어가기 시작한다.
얼마나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왔는가 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이것은 어떤 패턴과 관련이 있다. 일단 어떤 믿음을 만들어내는 순간 그때부터 그 믿음을 충족시키기 위한 방도를 찾는다. 이러한 일은 부부 관계뿐만 아니라 자녀, 친구,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와 교류하는 순간 상대방이 마땅히 해야 할 행동에 대한 어떤 틀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틀에 일치하지 않을 때 모든 것에 회의를 품기 시작한다. ‘내가 착각한 걸까?’, ‘말로만 날 사랑한다고 하는 건 아닐까?’, ‘너무 큰 기대를 하는 걸까?’ ‘내가 아름답지 않아서일까, 내가 유능하지 않아서일까?’ 등등. 많은 사람이 대답하기 싫어하는, 혹은 너무 쉽게 속단해 버리는 아주 근원적인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인간관계에 대해 그토록 슬퍼하고 좌절하는 것은 ‘학습된 무기력’ 때문이다. 그리고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을 몰라서이다. 처음에는 사랑이 주는 기쁨과 달콤함에 충만해 있지만, 곧 영원히 사랑할 수는 없다고 오해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세상에 영원한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러한 화학 반응을 일으키고 유지하게 하는 관계의 힘을 모른다는 데 있다.
인간관계,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인생의 좋은 도구다
지난 30년 동안 나는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저렇게 행동하는가?’ 하는 의문에 답하고자 애써왔다 어째서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고 사랑하며 도와주는 그런 관계를 원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실제로는 그와 정반대된 행동을 날마다 반복하는 것일까? 이것은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 포기하고, 두려움에 떨며,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고, 회피하고, 근심 속에 살 것인가? 아니면 그러한 도전이 없었다면 결코 경험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그동안 꿈꾸어왔던 가장 만족스러운 삶을 일구어내고자 최선을 다할 것인가? 삶의 질은 곧 다음 질문에 대한 당신의 대답에 좌우된다. ‘당신은 얼마나 깊숙이 전진할 용의가 있는가?’
모든 행복은 ‘성장’이라는 한 마디 말에서 나온다. 성장하지 않으면 죽는다. 또 다른 선택이란 없다. 살면서 겪는 역경과 인간관계야말로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인생 최대의 도전 과제이다.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부족함을 일깨워주는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곧 정신적, 육체적, 영적으로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 과정에서 나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것과 해야 할 일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리하여 나는 삶을 바꾸려면 마음과 정신뿐만 아니라 행동까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방법을 연구했다. 물론 일시적인 변화가 아니라 영구적인 변화를 위한 것이어야 했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의 내면세계를 바꾸고자 한다면, 예컨대 삶에 대한 그들의 청사진이나 세계관을 바꾸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우선 당신 자신부터 이러한 것들을 바꾸어야 한다. 그런데 솔직히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경험에 근거한 이론은 많았지만, 그 어디에도 인간관계의 근본적인 원리에 관한 체계적이고 명쾌한 이론을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친구에게서 클로에 마다네스라는 여성이 쓴 책 한 권을 소개받고 읽게 되었다! 대박이었다. 나는 한 줄 한 줄 책 내용에 밑줄을 그으면서 정말 게걸스럽게 읽었다. 그 책은 나와 접근 방식이 같았고 존경스러우리만치 헌신적인 노력과 책임감으로 인간관계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 클로에는 인간관계에 관한 수많은 문제에 대해 실로 독창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그중에는 정말 엉뚱하고 기지가 넘치는 제안이 있는가 하면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기발한 제안도 많았다.
나는 곧 클로에가 대인관계 분야에서 몇 안 되는 세계적 전문가 중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책은 20여 개 나라에서 번역, 출간되었고 거의 모든 대학원에서 가족 치료 교재로 사용되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동시에 내 연구 내용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피지에 있는 우리 집으로 그녀를 초대해 내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서로 정보를 교환하기 시작하면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에게서 더욱 효과적인 연구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녀는 나의 세계를 확장해주었다.
갈등으로 내모는 자신의 관계 시스템을 인식하라
이 책에서 당신은 배우자의 마음을 다시금 사로잡고 사랑의 불씨를 지피며 그 사랑을 무르익게 하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또 배우자와 자녀 및 다른 모든 사람들의 긍정적인 행동을 기분 좋게 유도하는 대화 기술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혼자만의 노력으로도 가족 간에 끊이지 않는 해묵은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마음속의 생각을 전하려고 몇 날 며칠을 고민 고민한 끝에 막상 말을 꺼냈는데 상대의 강한 거절과 저항에 부딪힌 적이 얼마나 많은가? 가령 당신은 멋진 여행을 위해 운전 중인데 정작 아들이 차 안에서 내내 유튜브 동영상이나 비디오 게임에 빠져 있다고 가정해보자. 아마도 아들의 행동은 당신의 독단적인 결정에 대한 일종의 저항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야 계속해서 쏟아지는 아버지의 잔소리를 버텨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당신은 무엇 때문에 아들이 그렇게 행동하는지, 즉 아들의 세계관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아들에게 주었던 모든 영향력은 이제 아무런 효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강하게 대응하면 할수록 오히려 화가 더 치밀어 오르며 더 심각한 상황에 휘말린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그토록 힘들게 하는 관계의 원리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사실 아들은 고의로 당신을 괴롭히거나 화를 돋우려는 게 아니다. 또 그렇다고 당신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만큼 무능하거나 무력한 사람도 아니다. 문제는 그러한 상황으로 내모는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 있다. 두 번째로, 당신이 바뀌어야 한다. 만약 상대의 행동을 바꾸려 한다면 우선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 상대는 틀렸고 나만 옳다는 편견은 무지할 뿐만 아니라 전혀 쓸모없는 생각이다.
이 책은 당신이 철석같이 믿는 세계관, 믿음, 개인적으로 처한 상황 등의 한계를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사적으로든 공적으로든 인간관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들을 가르쳐줄 것이다. 또 상대방의 세계관과 인간관계의 원칙을 이해함으로써 상대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태도를 갖게끔 만들 것이다. 인간관계란 상호간의 암묵적인 게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인간관계의 몇 가지 원리만을 가르쳐주려는 게 아니다. 일상적인 상호 작용의 내용들을 파악하고 그것을 극적으로 바꾸는 방법을 제시한다. 희망하건대 개인적인 삶의 통찰력을 높이고 올바르게 인식하는 데 이 책을 적극 활용하기를 바란다. 또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깊이 이해함으로써 삶에서 가장 소중한 관계를 이루고 바꾸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앤서니 라빈스(변화심리학의 권위자,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