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천 둑길을 따라 걷던 장군이와 저의 걸음이 제주도 올레길을 시작으로 전국 방방곡곡, 나아가 유럽의 투르 드 몽블랑, 돌로미티의 대자연까지 이어지게 된 지도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처음 제주도 올레길을 걷던 때를 떠올려보면 아무런 준비도 대책도 없이 떠난 여정에 장군이와 많이도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그때 저는 트래킹에 익숙하지 않았고, 반려견과의 트래킹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잘 몰랐습니다. (저희가 첫 발걸음을 뗄 때만 해도 국내에서 반려견 동반 트래킹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습니다.) 지금 반려견과의 트래킹을 꿈꾸는 분들이라면 6년 전 저희와 같은 어려움에 처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털북숭이 친구들과 함께 하는 트래킹의 행복을 느끼실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는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 「저자의 말」 중에서
잠시 모델이 되어주고 성곽 위에 앉은 누나 옆에 앉았어. 언젠가 누나는 자신이 보는 노을과 내가 보는 노을은 같지 않을 거라고 말했어. 사람이 볼 수 있는 색과 개들이 볼 수 있는 색이 다르다는 거야. 하지만 나는 노을은 아무래도 좋아. 지금 누나랑 궁둥이 붙이고 나란히 앉아 있는 이 시간이 정말 좋은걸.
--- 「우리 함께 보는 노을 죽주산성」 중에서
이곳은 휴전선에서 불과 4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아, 자연의 고요한 숨결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어. 그 어떤 자동차도, 빛도, 소음도, 공해도 방해하지 않아. 개안마루 중턱에 누나랑 궁둥이를 붙이고 나란히 앉아서 저무는 해를 바라보았어. 내 뒤통수를 쓰다듬는 누나의 손길을 느끼며 생각했지. 참 행복하다고. --- 「그리팅맨이 반겨주는 연강나룻길」 중에서
하지만 꼭 대관령을 넘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대관령옛길은 걷기 참 좋은 곳이야. 단풍이 물든 가을은 물론, 여름에도 계곡이 흐르고 짙푸른 숲이 우거져서 걷기 아주 좋아. 눈이 쌓인 겨울에 눈을 밟으며 걷는 것도 재미있고. 대관령은 눈이 많으니까!
--- 「여유롭게 자연을 즐기자 대관령옛길」 중에서
가만히 있어도 덥고 힘이 쭉쭉 빠지는 여름은 우리처럼 털이 길고 많은 동물들에게는 너무 힘든 계절인 것 같아. 매일 즐겁게 하던 산책도 곤혹스러운 일이 되어버리지.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낮 시간은 말할 것도 없고, 저녁 산책도 결코 수월하지 않아. 낮 동안 잔뜩 달궈진 아스팔트가 열기를 뿜어대기 때문에 체고가 낮은 우리들에게는 너무 덥거든. 그래서 오늘은 여름 산책지로 제격인 칼봉산 임도를 소개하려 해. 1급수 경반계곡을 따라 걸을 수 있어, 나처럼 물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물론 물을 무서워하는 친구들이라도 시원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어.
--- 「계곡을 따라 걷자 칼봉산 임도」 중에서
눈이 오면 산책이 얼마나 신나는지 몰라. 뽀득뽀득 눈도 밟을 수 있고, 뛰다가 더우면 눈밭에 굴러서 열을 식히면 되거든.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는 눈이 내려도 금방 까맣게 더러워져버려. 나는 눈 먹는 것도 좋아하는데, 누나는 몸에 좋지 않다고 못 먹게 해. 또 눈이 얼지 않게 염화칼슘까지 뿌려서 맨발로 다니는 우리들은 발을 다칠 수도 있대. 그래서 우리 누나는 겨울이면 나를 데리고 강원도로 가. 거기는 깨끗한 눈이 엄청 많이 내려서 마음껏 눈을 먹을 수 있거든. 누나랑 눈썰매도 타고 눈싸움도 할 수 있고 말이야.
--- 「깨끗한 눈을 만날 수 있는 곳 안반데기」 중에서
가는 길에 등산 오신 아저씨 아줌마 들을 많이 만났는데, 다들 도글라스랑 가방을 착용한 날 보고 귀엽다고 난리였어. 나처럼 몸집이 커서 평소에 싫은 소리를 자주 듣는 친구들이라면 하나쯤 귀여운 무기를 장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 「설산 트래킹 즐기기 200% 성공 태기산」 중에서
선자령은 숲마다 다른 냄새가 나. 잣나무, 소나무, 자작나무, 떡갈나무, 전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서 배경이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에, 몇 시간씩 숲길을 걸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아.
--- 「바람의 언덕 선자령」 중에서
우리 같은 털북숭이 친구들은 가족들과 함께 국립공원에 들어갈 수 없어. 그래서 북한산이나 도봉산 등은 우리에게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야. 하지만 우리 누나는 나를 위해서라면 언제나 길을 찾아내지. 오늘은 누나 덕분에 북한산의 멋진 암릉 능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산에 가보았어.
--- 「북한산 대신, 북한산이 보이는 노고산」 중에서
눈 속에 파묻힌 나무 계단을 조심히 디뎌가며 미끄럽고 가파른 민둥산을 올라야 해. 단숨에 오르기에는 오르막이 길기 때문에 숨을 고르며 쉬엄쉬엄 올라가기로 했어. 산의 정취를 더하는 외톨이 나무 옆에 앉아서, 헉헉대며 힘겹게 오르막을 오르는 누나를 잠시 기다려도 주면서.
--- 「겨울에 더 좋은 억새 동산 민둥산」 중에서
다음 날 눈을 떴을 때는 다행히 컨디션이 아주 좋았어. 기지개를 켜고 주변을 산책하며 누나가 뒷정리하는 것을 기다렸지. 아침이 되니 누나도 마음의 여유가 생겼는지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보이더라고. 하지만 어제처럼 누나에게만 맡겨두었다가는 오늘 안에 골짜기를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아. 내가 전날 밤 야등으로 올라온 등산객 무리의 냄새를 추적해서 길을 찾아냈어. 길다운 길로 오르니 속도가 배로 붙었지.
--- 「준비됐다면 도전해봐 영남알프스 환종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