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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해 도장을 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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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해 도장을 깨는가

: 2018 좋은 방송을 위한 시민의 비평상 수상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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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2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530g | 153*224*30mm
ISBN13 9788946065734
ISBN10 8946065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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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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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텔레비전을 틀어놓고서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고 일을 하고 쉰다. 사회를 논하는 이들의 대화가 텔레비전이라는 매체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될 때, 소재로 사용되고 버려졌던 수많은 이슈가 다시 야기될 가능성을 가진다. 어쩌면 희망은 이 지점에 있지 않을까. 결국 텔레비전의 앞이든 뒤든 그 자리엔 모두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 존재할 테니. --- p.25

‘국민 프로듀서’들은 확장된 네트워크 위에서 스스로 콘텐츠를 제작해 방송의 두께와 외연을 보탠다. 한마디로 시청자가 또 하나의 제작자가 되었다. 이것은 뉴미디어 시대의 보편적 트렌드를 넘어 [프로듀스 48]이라는 개별 프로그램이 낳은 특별한 사태다. 그 과정이 시청자들이 욕망을 이루기 위해 제작진의 편집권에 맞서 벌인 항쟁으로 거행되었다는 것이 무엇보다 특별하다. --- p.54

일각에서는 [미스 함무라비]를 ‘신파’와 ‘판타지’라고 말한다. 솔직히 단번에 아니라고 단언하긴 어렵다. 하지만 ‘신파’와 ‘판타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이를 아우를 수 있는 ‘판사’에 집중하면 어떨까 싶다. 사람의 마음을 읽고 그들의 편에 서줄 수 있는 판사 말이다. 그래서일까 ‘박차오름과 같은 판사가 현실에 있을까’라는 의문이 듦과 동시에 믿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면 ‘신파’니 ‘판타지’니 말하는 것보다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미스 함무라비]는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박차오름과 같은 연꽃이 되고자 하는 작은 마음의 씨앗을 싹 틔울 수 있는 양분을 제공한 것이다. --- p.99

부동산 정보 프로그램을 통해 모집한 무료 세미나가 짧은 강의는 미끼이고, 유료 부동산 컨설팅을 받을 투자자를 모집하는 수단이라는 점이 부동산 정보 프로그램의 위험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만 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방송을 통해 권위를 얻은 사람들이 카메라가 꺼진 곳에서 ‘방송법’의 규제도 받지 않고 내놓는 광고의 위험성에 부동산 정보 프로그램 시청자가 안전장치 없이 노출된다. 부동산 정보 프로그램은 이 지점에 와서 부동산 컨설팅 업체의 거대한 광고 수단이 아닌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해야 할 것이다. --- p.141

힙합은 [고등래퍼]에서 청소년들의 주체성을 담아낼 세련된 그릇으로 탈바꿈한다. [고등래퍼]의 참가자들은 콤플렉스나 트라우마 같은 개인적 서사부터 인생에 대한 나름의 철학까지 방대한 스펙트럼의 소재를 가사로 삼아 뱉는다. [골든벨]이나 [자유선언]처럼 학교라는 프레임을 통해 입시 스트레스, 교우 관계 등 단편적인 어젠다에서 청소년이 호명되었던 것과는 대비된다. --- p.217

우리는 마이듬이 여성이라서 겪는 일에 주목해야 한다. 드라마의 처음부터 끝까지, 마이듬은 능력 있는 검사로 통한다. 선배 검사들도 어려워하는 사건을 금방 해내고야 마는 그녀이지만, 그녀에게는 큰 걸림돌이 있다. 바로 ‘여성’이라는 것이다. 실적을 쌓고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선배 남성 검사이다. 자신의 공을 가로채 주목을 받고 있는 선배를 보며 마이듬은 속으로 울부짖는다. ‘왜 이럴 때만 나를 여자로 보는데!’ --- p.288

가장 문제되는 점은 바로 극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상충되는 설정과 장면들이 다수 등장한다는 것이다. 6회에 묘사된 김태희(이예림 분)와 구태영(류기산 분)의 대화가 단적인 예다. 김태희는 물건 품평하듯 여학생들의 외모를 지적하는 남자들을 향해 “예쁘다는 것도 싫다고. 누가 예쁘다고 해달래? 우리가 무슨 매장에 진열된 물건이야? 어떤 건 예쁘고 어떤 건 안 예쁘고”라고 소리친다. 그 후 마음이 상한 김태희를 달래며 구태영은 “안 빼도 돼”라고 말한 뒤 “난 너무 마른 애들 싫던데. 나 같은 남자도 많아. 너처럼 통통하고 귀여운 스타일 좋아하는”이라고 말한다. 이후 두 사람 사이에는 핑크빛 기류가 형성된다. 어딘가 이상하다. 남성의 잣대로 외모를 평가받는 현실에 울분을 토하는 여성을 달래면서 또 다시 남성의 잣대를 들이대 외모를 평가하고 있다. 극의 기획 의도대로라면 살이 쪘든 말랐든 여성이 자신의 몸을 그 자체로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맞다. 그런데 극은 여전히 여성의 외모를 먼저 이야기하는 구태영과 그 말을 듣고 설레어하는 김태희의 모습을 그린다. 극의 주제 의식과는 한참 동떨어진 모습이다.
--- pp.347-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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