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가게라면 화이트보드에 ‘오늘의 메뉴’나 ‘브레이크 타임’을 써 놓았겠지만 나는 ‘작가 사절’을 썼다. 가게 유리문에도 노골적으로 ‘글 쓰는 것들 사절’이라는 팻말을 붙였다. 빌어먹을 작가들의 출입을 금해야만 했다.
--- p.55, 「차무진_카페 포와로」중에서
이 사건은 실제 사건이고, 뉴스에서도 다루지 않은 사건이라고. 뉴스에서도 다루지 않은 사건을 드리머는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
--- p.149, 「정해연_독서클럽 살인사건」중에서
자르갈은 어금니로 볼을 씹으며 전의를 다진다. 짭짤한 피 맛이 입 안 가득 퍼지자 마침내 자르갈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기억해낸다. 늑대는 늙어도 개가 되지 않는다.
--- p.182, 「신원섭_옐레나가 온다」중에서
나나 막걸리 아저씨는 모두 그림자 같은 존재야.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른 채 그냥 스쳐 지나가는 그림자. 있으면 있는 거고, 없어져도 이상하거나 돌아보지 않지. 아무도 그림자에는 신경 쓰지 않으니까 말이야.
--- p.198, 「정명섭_사라진 막걸리 아저씨」중에서
상식적인 수준에서 생각해보려고 했다. 아무리 사람이 제정신이 아니더라도 한 사람을 이렇게까지 심하게 놀리는 일이 가능할까. 비행깃값이 얼만데, 자신을 짝사랑해서 오느냐 마느냐를 두고 이런 장난을 친단 말인가. 이 순간, 나는 난생처음 강렬한 살의를 느꼈다.
--- p.248, 「조영주_추집운상」중에서
작가님은 아직 사랑을 제대로 안 해보셨구나. 사랑할 힘은, 언제나 남아 있답니다. 굶어 죽든, 아파 죽든, 맞아 죽든, 곧 죽더라도, 사랑할 마음이 들면 몸은 가지와 뿌리를 뻗지요. 괜히 사랑을 기적이라고 하겠어요?
--- p.306, 「김탁환_마지막 사랑」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