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변호사보다 기술자가 우대받는 국가다. 기술자가 창업을 하면 더 큰 존경을 받는다. 창업하지 않은 사람은 도전정신이 부족하다고 폄하될 정도다. 지금 이스라엘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회사가 망하고 동시에 수십 개의 회사가 창업한다. 유혈사태가 사라지지 않았는데도 해외 투자자들이 자본을 들고 몰려든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R&D센터를 세우기 위해 인재확보에 열을 올린다. 얼마나 역동적인가? 지금 이스라엘은 창업기업의, 창업기업에 의한, 창업기업을 위한(Of the startup, By the startup, For the startup) 국가가 되었다. ---p. 18
세계적 명문대학인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총장과 한국의 창조경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총장은 “과학기술과 ICT가 중심이 되는 한국의 창조경제는 매우 폭넓고 도전적이며 야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이 이야기하지 않은 새로운 것이 있는가가 핵심이다. 똑같은 책을 보더라도 어제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배우는 과정이 뒤따라야만 비로소 창조경제가 탄생한다”라고 말했다. 외형적인 면보다 정신적인 면을 강조한 것이다. ---pp. 28-29
이스라엘의 교육은 이질적인 분야의 융합을 선호한다. 이스라엘인은 서로 다른 학문과 상반된 의견 속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신선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전문가가 모이기 때문에 질문과 논쟁은 항상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문화가 정착되었기 때문에 이스라엘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통섭형 인재로 성장한다. ---p. 34
이스라엘에서는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과학과 공학의 흥미를 유발하는 학습을 시작한다. 교육은 매우 구체적이다. 예를 들면 예루살렘 시내의 유치원에는 현미경 사용법만 전문으로 가르치는 과학교사가 있다. 나는 유치원생을 위한 과학과 공학교재를 개발하면서 과학자로서의 사명을 다하고 있다. 총 세 가지 주제로 개발하고 있는데, 첫째는 뉴턴의 법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등 물리법칙을 쉽게 설명하는 교재, 둘째는 지구의 탄생, 물의 순환, 화산활동의 원인, 태양의 역할 등 우주의 신비를 설명하는 교재, 마지막으로 생명의 탄생, 심장, 위, 폐 등 신체기관의 기능 등 생명의 신비를 가르치는 교육교재이다.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어려운 주제를 알기 쉽게 가르치는 것이 목표이다. 이를 위해 비디오 제작을 병행하고, 유치원 교사들과 30시간가량 워크숍을 진행해 방향을 수정했다. 물론 이 교재개발 프로젝트는 개인자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교육부(Ministry of Education)의 장기플랜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다. ---pp. 47-48
이스라엘 군대에는 탈피오트(Talpiot)라 불리는 특별한 프로그램도 있다. 매년 이스라엘 고등학생 중 상위 2% 학생들이 지원하고 물리학과 수학 중심의 종합 테스트를 통과한 열 명 중 한 명만이 입대한다는 ‘최고 중의 최고’를 의미하는 프로그램이다. 탈피오트 입소자들은 처음 3년 동안 히브리대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전공분야를 완전히 습득하고, 대학 졸업 후에는 원하는 부대에서 6년 동안 장교로 근무한다. 총 9년을 군대에서 복무하는 셈이지만 최고 수준의 엘리트 교육을 받을 수 있고 ‘탈피온(Talpion)’이라 불리는 이스라엘 최고 인재들과 인맥을 쌓을 수 있어서 많은 고등학생들이 지원한다. ---p. 50
솔직히 나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의지가 있었고, 한 가지 주제를 놓고 다양한 사람들과 토론하기를 즐겼다. 그래서 초소형 하드디스크에 대한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 동료들과 장소를 불문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하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 결과 불과 1년 만에 고민이 해결됐고, 우리의 발명품이 세상에 나왔다. 바로 ‘디스크온키(DiskOnKey)’, 널리 알려진 이름을 따르자면 ‘USB 메모리’이다. ---p. 54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나스닥에 상장할 수 있었냐고 묻는다. 나는 뛰어난 사업수완이 없다.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하지만 항상 꿈을 꾸었고, 꿈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즉흥적일지언정 어떤 일을 실행할 용기가 있었다. 확신하건대, 위험요소를 모두 나열하고 이상적인 상태가 될 때까지 기다린다면 절대 사업을 시작할 수 없다. 수영을 하고 싶다면 물속에 뛰어들어야 하듯이, 나스닥에 상장하고 싶다면 창업부터 해야 한다. 이게 우선이다. 그 다음에는? 이스라엘행 비행기표를 끊어라. 이스라엘의 경험을 공유하면 해답이 있을 수 있다. 즉흥적인 결정일 수 있지만, 두렵기도 하겠지만, 이러한 무모함과 결단력이 당신에게 더 많은 것을 줄 수도 있다. ---p. 75
2013년 이스라엘의 벤처 생태계는 더욱 다양해지고 강해졌다. 인큐베이터(Incubator)는 25개가 설립되었고, 엑셀러레이터(Accelerator)는 30개가 생겼다. 다양한 멘토링 서비스를 받은 많은 이스라엘 기술벤처들이 글로벌화에 성공하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은 미국 실리콘밸리 다음으로 해외 투자자들이 좋아하는 시장이 되었다. 국민 1인당 벤처캐피탈 투자규모만 보면 이스라엘이 0.5%에 육박해, 미국 0.2%와 한국 0.1%를 압도한다. 20년 전만 해도 이스라엘의 벤처캐피탈 산업은 거의 없다 해도 무방할 정도로 낙후되어 있었다. 이렇게 압축성장을 한 데는 요즈마펀드의 성공이 절대적으로 기여했다고 믿는다. 요즈마펀드는 정부의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활용해야 민간자금을 제대로 유치하고 그들과 바람직한 방향에서 협업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p. 94
바이츠만 연구소는 과학자들을 최고로 우대해왔다. 방법은 간단하다. 과학자들에게 무엇을 연구하라고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우수한 과학자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최고 환경만을 제공하고자 한다. 50개의 학제 간 연구센터(Interdisciplinary Centers) 운영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뇌과학, 암연구, 신재생에너지, 자기면역질환 연구 등 다양한 전공의 과학자들이 자유롭게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최상의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우리는 미래를 변화시킬 새로운 연구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시드 시저(Sid Caeser)는 ‘수레바퀴를 발명한 사람은 멍청이고, 바퀴를 네 개의 짝으로 활용한 사람이 천재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만일 우리가 한제 간 교류에 집중하지 않았다면 많은 과학자들이 수레바퀴만을 만들었을지 모른다. 나는 연구소의 학제 간 교류가 사고의 지평을 넓혀 과학자들에게 바퀴 네 개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p. 111
최근에는 중국의 가전업체 화웨이(Huawei)가 200명 규모의 R&D센터를 이스라엘에 설립했다. 한국 기업 중에는 삼성, LG, 포스코가 연구소를 설립했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를 포함한 200여 개 글로벌 기업이 R&D센터를 설립하고 인재유치에 열을 올리는 총성 없는 전시지역이다. 세계 100대 정보기술 기업 가운데 4분의 3이 이스라엘에 R&D센터를 지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창업한 이스라엘 기업도 R&D센터는 이스라엘에 짓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p. 121
앞으로 인터넷은 어떻게 진화할까. 과거 십여 년의 인터넷은 한마디로 ‘인간만이 이용해왔던 것’이다. 지금까지는 PC를 통해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는 IOP(Internet of People)의 시대였다. 앞으로는 인간은 물론이고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물건이 인터넷과 연결되는 IOT(Internet of Things)의 시대가 될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는 제품(Product)에 서비스(Service)를 더하고 서비스에 솔루션(Solution)을 더함으로써 어마어마한 가치를 창출한다. 이것이 앞으로 우리의 창조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는 그동안 자동차를 잘 만들어왔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중국에서 1만 달러짜리 자동차를 만들어 오면 자동차에 주인을 식별하는 소프트웨어를 장착하는 것이다. 자동차라는 제품을 서비스나 솔루션으로 바꾸는 일이다. 신발의 경우, 나이키가 중국에서 50달러짜리 신발을 만들어 오면 우리가 뒷굽에 칩을 탑재해서 내 건강을 지켜주고 생활리듬을 조절해주는 250달러짜리 스마트 신발로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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