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북. 미술사가들의 최근 연구 결과로 보면 그는 1712년 생이다. 숙종대에 태어나 영조대까지 살다가 겨울밤 홑적삼 입고 눈구덩이에서 동사(凍死)했다. 이름은'北'자를 반으로 쪼개 자(字)를 칠칠(七七)이라 했고 호는 붓[毫]하나로 먹고사는[生] 사람이라는 뜻에서 호생관[毫生館]으로 불렸다. 칠 칠이 사십 구, 그의 자를 따라 49세에 죽으니 연대 잘 외는 학생들에rps 반 고흐보다 기억하기 오히려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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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보는 소제의 치마만 스쳐가도 어머니의 체온이 느껴졌다. 한번만 더 그녀를 모델로 어머니의 생전모습을 되살려 보리라.
--- p.21,---pp2-3,---글 내용 중에서
엘리옹은 고해한다. “양배추가 무엇인가. 오늘 나는 잎이 말려들어 배추 속을 이룬다는 걸 양배추에서 처음 알았다. 사람들은 한 장 한 장 겉을 뜯어먹으니 다 먹을 때까지 겉껍질만 볼 수밖에 없다. 양배추도 속이 있다는 것을 나는 발견했다.” 마침내 몬드리앙도 엘리옹을 변절자가 아닌 자연주의자로 칭송하게 된다. P.46
마지막으로 한 작가가 가진 매력 또는 그 매력에 덧씌워진 신화를 들 수 있다. 이것은 대단한 효과를 발휘해 무턱댄 추종자를 확대재생산한다. 박수근이나 이중섭은 작품이 놓일 미술사적 위치를 차치하고서라도 그들 삶의 드라마틱한 요소로 해서 미술시장의 메가톤급 스타가 된 인물이다. 그들 작품이라면 무조건 억대를 호가하는 것은 신화에 매겨진 값이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P.208
바로 여기에 근대 이후 형성된 인간의 시점이 있다. 인간은 원근법의 시점을 통해 세계를 간략하게 잡아낸다. 자기에게 필요한 것만 고르고, 눈으로 소유할 수 있는 대상만 선택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유화는 욕망을 구체화하고 소유하려는 양식이기도 하다. 게다가 소유욕을 빠져 나와 도망가지 못하도록 프레임 안에 가두기도 한다. 액자의 용도가 그것이다.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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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들렀을 땐 작품 아래 붙은 이름표에 눈길을 빼앗기지 말자. 작가가 누군지 몰라도 감동의 진폭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만일 누구 작품인지 몰랐기 때문에 감동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 작품은 결코 고전이 될 수 없다. 고전이 뭔가. 시대가 지나고 패션이 달라져도 여전히 현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바로 고전 아닌가.
--- p.240
미리 밝히건대 나는 미술을 데리고 노는데 혼이 팔렸던 사람이다. 놀기를 즐기는 사람한테 배우고 익히는 걸 얻으려 하는 것을 두고 연목구어라 한다. 그러니 미술의 저 까마득한 세계에서 대어를 골라 낚을 학도나 전문가들은 이 책을 덮는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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