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책들에 관한 이야기는 아마 어떤 책 약탈꾼이 두꺼운 싸구려 책으로 다른 약탈꾼의 두개골을 내리쳐 죽인 데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바로 이 역사적인 순간에 책들도 살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때부터 수백 년을 거쳐오는 동안 책으로 재앙을 불러오는 방법들이 다양화되고 정교해졌을 것이다.
책사냥꾼들이 고안해낸 '덫의 책들'은 그저 그런 방법의 번형일 뿐이었다. 그자들은 - 주로 자기 경쟁자들에게 손해를 입히려고 - 특히 수요가 많은 귀중한 작품들을 모방해냈는데, 그런 모방 작품들은 겉보기에는 완벽할 정도로 원본과 비슷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치명적인 메커니즘의 갖춰진 것들이었다. 책 안의 움푹 들어간 자리에는 독을 칠한 화살과 발사장치들이 숨겨져 있고, 아주 작은 투석기로도 발사해 흩뜨릴 수 있는 유리파편들, 뿌리는 유독성의 산, 혹은 밀도 높게 저장된 독가스 등이 들어 있었다. 그런 책은 한번 펼쳐보기만 해도 눈이 멀거나 심한 부상을 입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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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흐하임에는 공식적으로 등록된 고서점의 수만 해도 무려 오천 개가 넘었으며, 대충 짐작하기로 완전히 합법적이지는 않은 소규모 서점들의 수도 천여 개는 되었다. 그런 데서는 책 외에도 알코올이든 음료, 담배, 향료 그리고 마약류의 약초도 팔았다. 그런 것들을 즐기면 독서열이나 집중력이 향상된다고들 했다. 온갖 형태의 인쇄물들을 작은 바퀴가 달린 서가나, 작은 차에 담거나, 아니면 등에 메는 자루나 손수레에 담아서 끌고 다니며 싸게 파는 상인들의 숫자는 이루 헤아릴 수도 없이 많았다. 또한 육백 개가 넘는 출판사들과 쉰다섯 개나 되는 인쇄소, 십 여 개의 종이 공장이 있었고, 납 활자와 인쇄용 검정 잉크의 생산에 주력하는 공장들의 수도 끊임없이 늘어났다. 수천 가지가 넘는 장서표를 파는 서점들이 있었으며, 책받침대만을 전문으로 만드는 석공들이 있는가 하면 독서대와 서가들로 가득 찬 가구점들이 있었다.
독서용 안경과 돋보기를 만들어 파는 안경점들도 있었고 거리 모퉁이마다 찻집이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보통 하루 이십사 시간 벽난로에 불을 피워 놓고 시인들의 작품 낭독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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