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게이트’는 근로자 7,600명을 대상으로, 직원들이 어떤 식으로 근무시간을 소비하는지 조사했다. 연구 결과는 자못 충격적이다. 직원 중 상당수가 일주일에 20시간 이상을 회의로 보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 곳은 시게이트뿐만이 아니다. 베인앤드컴퍼니와 함께 19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수행한 조사에 따르면, 중간관리자 한 사람이 불필요한 회의로 낭비하는 시간은 1주 평균 8시간에 달했으며, 자신의 직무와 전혀 상관없는 이메일을 읽고 답하는 데 흘려보내는 시간도 4시간이 넘었다. 여기에 온갖 잡동사니 같은 일로 낭비하는 시간들을 더하면, 그 관리자가 정작 자신의 핵심 업무를 수행하는 데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은 1주에 11시간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베인앤컴퍼니의 연구자들은 1주에 평균 47시간을 일하는 중간관리자나 실무자들은 4명 이상으로 구성된 회의에 참석하는 데 평균 21시간을 소비하며, 이메일을 포함해 기타 디지털 방식으로 소통하는 일에 11시간 정도를 쓴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그들이 자신의 핵심 직무와 관련된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15시간에 불과하다. 게다가 회의와 회의 사이에 흘려보내는 비생산적인 시간까지 뺀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충격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보통의 관리자가 고유 직무를 처리하는 데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1주에 6시간 30분에 불과하다.” 이는 일주일 중 ‘하루’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간이다.
--- 1장 「괴물을 만들어내다」 중에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했다. “모든 물건은 가능한 한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단순해선 안 된다.” 일부 기업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제거하면, 남은 정보가 쓸모없어진다. 세상에는 반드시 복잡해야 하는 일도 있다. 당신의 담당의사는 인체해부학에 정통해야 한다. 그가 당신에게 시행할 수술에는 그 해부학적 지식이 별로 필요하지 않다고 해도 말이다. 또 당신이 탑승한 비행기의 조종사는 항공역학을 잘 이해해야 한다. 비록 그가 조종석에서 하는 일은 운항 시스템을 자동조종 장치로 바꾸는 것이 전부라 하더라도. 따라서 당신은 복잡함과 단순함의 사이에서 적절히 균형을 맞춰야 한다. 만일 당신이 100페이지의 문서를 단 한 장으로 줄일 수 있다면, 멋진 일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문서의 내용을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충설명해야 한다면 일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 것에 불과하다. 이 경우, 100페이지보다는 단순하고 1페이지보다는 복잡한 10페이지 정도는 어떨까.
--- 2장. 「복잡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중에서
보고서가 너무 복잡해지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조직에서 보고의 빈도가 갈수록 증가하는 오늘날, 그 내용은 수없이 복잡한 측정지표들로 이루어진다. 브랜드별 실적, 국가별 실적, 지역별 실적, 유통채널별 실적 등 온갖 데이터가 도출되고, 비교되고, 제시된다. 이 모든 일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게다가 그 데이터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서로 충돌하기 일쑤여서, 그 보고서를 통해 의미 있는 실행계획을 도출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어떤 관리자가 다음과 같은 데이터를 접했다고 치자. ‘특정한 브랜드는 매출이 증가했지만, 다른 브랜드는 감소했다.’ ‘특정한 지역에서는 실적이 좋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그렇지 못했다.’‘온라인에서는 매출이 올랐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부진했다.’‘어떤 할인 프로그램은 성과를 거뒀지만 다른 프로그램들은 효과가 없었다.’‘주중에는 실적이 올랐지만 주말에는 저조했다.’‘어떤 광고가 시행된 지역에서는 판매가 증가했지만, 광고를 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이 관리자가 보고서를 읽고 시장에서 어떤 일이 있는지 해독하려고 애쓸 때쯤이면, 또 다른 통계들이 도착해서 분석을 기다리기 마련이다.
- 2장. 「복잡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중에서
그들은 이메일이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만드는 커다란 문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 스스로 너무 많은 이메일을 보내고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하지만 그 직원들이 이 문제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자신의 메일함에 들어오는 이메일에 일방적으로 답변을 보내지 않을 수는 없다. 그랬다가는 상사가 자기를 게으르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들은 영원히 빠져나갈 수 없는 쳇바퀴에 갇혀 있었다. 만일 이메일을 단순화하는 작업을 하려면, 조직의 ‘모든’ 사람이 소통의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이 직원들은 그런 일이 절대 불가능하다고 믿었다. 이 복잡성 진단 도구를 통해 밝혀진 가장 보편적인 사실은, 직원들이 느끼는 좌절감이 대부분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사람이 참석하는 너무 많은 회의, 특별한 결론이나 결과도 없는 회의, 필요하지도 않은 보고서를 급하게 제출하라는 빗발치는 요청, 빽빽한 글씨의 파워포인트 자료, 지루한 프레젠테이션, 멈추지 않는 이메일의 사슬 같은 개인적 복잡성은 설문에 참여한 직원들이 가장 많이 토론하고 하소연한 주제였다. 다시 말해, 이 문제는 조직구성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가장 핵심적인 원인이었다. 원래는 사람들을 불편함에서 해방시키려는 목적이었던 정보의 공유, 협업, 그리고 기술은 오히려 직원들을 힘들게 만들 뿐이었다.
--- 3장. 「복잡성 측정하기」 중에서
구글 역시 비즈니스 전략에 단순화를 통합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였다. 구글은 시겔+게일(Siegel+Gale, 미국의 브랜드컨설팅회사)이 발표하는 ‘글로벌 브랜드 단순화 지표’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줄곧 선두권을 유지했다. 사실 이 회사의 업무 자체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구글이 보유한 기반기술은 매우 복잡하다. 하지만 고객들에게 대단히 단순한 고객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경쟁자들과 비교했을 때 그 차이는 더욱 크다. 이 회사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인 로레인 투힐은 이렇게 말한다. “뒤에서 아무리 복잡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도, 고객 경험은 단순해야 합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빠르게 제공합니다. 그리고 단순화는 그 약속의 핵심입니다.” 고객 경험을 단순화하고 나서 구글의 비즈니스에 어떤 변화가 생겼느냐고 누군가 묻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더 많은 고객이 우리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더 빠르게 받아들였죠. 우리는 그런 효과를 수없이 목격했어요. 문제점을 제거하면 고객이 우리 기술을 채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입소문도 빨리 퍼집니다. 그러다 보면 구글의 제품이 사람들에게 익숙하게 쓰이게 되는 거죠.” 바로 이것이 단순화의 핵심 아닐까?
--- 4장. 「가장 중요한 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