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저승사자는 내 맘대로 어떤 모습이든 될 수 있다.
꽃도 풀도 나무도 될 수 있고, 구름이나
심지어 하늘이 될 수도 있지.”
“여기, 내 곁에 있는 꼬마 돼지 좀 보아라.
그렇다, 이 돼지는 병이 들었다.
가엾게도 앞으로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죽게 될 것이다.”
저승사자 옆에서 꼬마 돼지가 쓰러져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습니다. 그곳에- ---p.2-3
“끄응...”
꼬마 돼지가 들릴락 말락 신음소리를 냈습니다.
“이, 이 녀석 어디 아픈 건가. 맛있게 생겼지만, 병이 들었다면......
그래! 이 녀석이 나아서 통통해지면 그때 확 잡아먹자. 히히히.”
늑대는 꼬마 돼지를 안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저 녀석은 아주 교활하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늑대지.
그런데 저 늑대도 앞으로 며칠 지나지 않아 죽게 될 것이다.
안됐지만 어쩔 수 없다. 흐흐흐흐.” --- p.8-9
늑대는 다음날도 또 들판으로 나갔습니다.
한참 꽃을 꺾고 있는데 퍼뜩 생각이 났습니다.
“아, 맞다! 빨간 꽃. 옛날에 할아버지가 그러셨어.
꽃도 잎도 다 빨간 꽃을 먹으면 어떤 병이라도 씻은 듯이 낫는다고.
바로 그거야!”
그날부터 늑대는 날마다 빨간 꽃을 찾으러 들판으로 나갔습니다. --- p.16-17
바보-!
“왜, 왜 포기하려는 거야!
왜, 왜 낫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야!
왜 살려고 하지 않는 거야!
살아나면 즐거운 일이랑 멋진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
아니, 건강한 몸으로 나한테 잡아먹히려면 빨리 나아야 하잖아! 안 그래?”
“네, 늑대님. 아, 알았어요......”
꼬마 돼지는 그렇게 대답하더니 스르르 눈을 감고 잠이 들었습니다. --- p.20-21
다음날,
늑대는 빨간 꽃을 찾으려고 숲을 지나 낭떠러지까지 갔습니다.
“으으, 여기서 떨어지면 크, 큰일 나겠군.”
그러고는 낭떠러지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앗!”
늑대는 바람에 흔들리는 새빨간 꽃을 발견했습니다.
“저거야! 드디어 찾았어!”
늑대가 기쁨에 들떠 말했습니다.
그러자 저승사자가 좀 쓸쓸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봐, 늑대. 거기서 멈춰. 이 낭떠러지를 내려간 어느 누구도
살아 돌아가지 못했어......”
--- p.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