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뫼는 외칩니다. "안돼! 난 들어가지 않겠어! 이제까지 우리 바위게기는 단 한번도 헤엄이라곤 쳐본 적이 없어. 그리고 또 화환을 잃어버릴 수도 있어. 그런 모험은 하고 싶지 않아."
"전혀 모험이 아냐." 가람이는 한뫼를 안심시킵니다.
"너와 같이 나들이하듯 조금만 헤엄칠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내 등에 올라타고 나를 꼭 붙들어. 그 나머지는 내가 책임지겠어."

바위에서 사는 붉은게기들과 늪에서 사는 초록게기들은 바위게기 꼬지 아주머니(해꼬지에서 따옴)와 늪게기 가탈아저씨(까탈거리다에서 따옴)로부터 서로 적이라 배우며 떨어져 살고 있었다. 어느날 붉은 한뫼와 초록 가람이는 길을 잃고 헤매던 중 우연히 만나게 되고 배운대로 서로에게 적의를 품고 싸우던 중 아줌마와 아저씨에게 들은 이야기와 다른 점들을 발견하곤 진실을 알게 되며 곧 친하게 된다. 가람이는 한뫼에게 수영하는 법을 가르쳐 주고 한뫼는 가람이에게 기어오르는 방법을 가르쳐주며 동질성을 느끼는데 "내가 나는 나고 너는 너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면 나는 너고 너는 나라고 믿게 될거야."라며 두 아이 게기는 서로 바꾸어 변장을 한 뒤 자기 나라로 돌아가 사실을 알리고 함께 뭉치어 축제를 벌인다는 내용으로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인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이 서로 손잡고 어른들에 의해 살라져 살아온 날들을 극복하고 통일된 조국에서 함께 살아가길 바라며 기획되었다.

열린 사고는 창의력 발달에 중요하다. 특히 어린이에게 유연한 사고력을 길러주는 것은 교육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 동화는 그런 면에서 교육적 의의가 크다고 생각된다. 같은 족속인 붉은 게기와 초록 게기는 서로를 적이라 생각하고 뭍으로 나가거나, 늪에 들어가면 큰일 나는 것처럼 배워왔다. 아무도 이런 고정관념과 금기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았으나 어린 붉은 게기 한뫼와, 초록 게기 가람이는 우연히 만나 싸우다가 화해하면서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나무에 오르는 법과 헤엄치는 법을 배우는 둥 금기를 깨게 된다. 그리고 그 둘에 의해 두 종족의 오래된 적대감이 해소되고 평화와 화해가 찾아온다.

이는 닫힌 사고와 열린 사고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잘 형상화한 것이라 생각된다. 나는 이 동화를 읽으면서 남북 분단 현실이 떠올랐다. 하나의 민족이면서 서로 다른 족속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도, 강한 고정관념 속에 숱한 허구적 금기들을 당연시하는 것도 이 동화와 너무나 닮았다. 한뫼와 가람이의 만남이 오랜 고정관념과 금기를 깼듯이, 어린이의 유연한 사고와 친화력은 남북간의 오랜 적대감과 고정관념, 금기를 넘어설 수 있는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오랜 분단의식을 허물고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이룩하는데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동화는 어린이의 창의력 발달은 물론 민족의 평화와 통일의 힘 형성에도 적지 아니 이바지하리라 생각된다.
--- 이장원 (영신고등학교 국어 교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통일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