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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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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

: 행복은 삶의 최소주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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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6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424g | 145*200*20mm
ISBN13 9788997838165
ISBN10 8997838164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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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최고의 행복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김희조 (문학 MD /rarity@yes24.com)
2013-06-12
한 권을 읽었는데 여러 권을 읽은 묘한 느낌이 든다는 함민복 시인의 칭찬이 책장을 넘겨보도록 부추겼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던 저자는 역설적으로 이것저것 하는 것이 꽤 많았다. 시인이자 건축가이면서,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각 분야 평론가로도 활동하는 동시에, 제주 강정에 돈 안 되는 도서관을 짓고, 화가들과 어울려 그림을 그리고, 영화판과 공연, 전시 기획에 참견하고, 만화를 향한 연심도 책 한 권은 족히 넘는다고. 이렇게 공사다망한 중에도 틈틈히 친구들과 술을 마신단다. (이야…)

세상 모든 것들이 나의 텍스트들이며, 나는 잡식성의 괴물이 되는 것이다. 사실, 내가 배운 모든 것들의 팔 할은 만화당(만화방이 아니라 그때 우리는, 만화당이라고 불렀다)에서였고, 일 할은 여성지와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잡지였으며, 나머지 일 할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매혹적인 건축물들에서였다. - 본문 중에서

이렇듯 건축, 음악, 미술, 만화, 여행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친 지식들이 독특한 카툰과 잘 어우러진 책. 그의 관심사가 넓다고 해서 그의 이야기의 깊이가 얕을지 모른다고 지레짐작하는 건 오산이다. 이 아이러니한 제목에는 그 동안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욕망의 속성’을 비판해온 시인으로서의 삶의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삶의 최소주의를 말할 때는, 건축가답게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집을 지을 때 지켰던 ‘삼칸지제(三間之制)’ 덕목을 예로 든다. 세 칸 아홉 평 남짓한 공간 안에서 삶과 생활을 만들어 갔던 옛사람들에 비해, 모든 것이 남아서 문제인 세상에 살고 있는 오늘의 우리. 그리고 ‘있으면 좋을 것들’에 치여서 정작 ‘꼭 필요한 것들’이 제 자리를 잃고 마는 지금의 세상.

“그래서 네 생각은 뭔데?” “사르트르에 의하면…”
그러니까 ‘너의 생각을 말해봐!’ 란 것이다. 책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해주지는 않는다. 단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자료들을 제공해주고 있을 뿐이다. 그것을 분석하고 종합해내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게 하는 것은 다른 배움에서 온다. 늘 우리 곁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들, 도심의 거리에서, 숲에서, 집에서, 휴양지에서, 일터에서, 이로운 것들과 해로운 것들의 행간에서, 좌절과 희망의 순간순간 속에서 얻어지는 결코 거창하지 않은 사소한 깨달음들. 이 일상적인 삶의 순간 속에서 그 아이러니를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한 권의 책이 지니고 있는 생의 무게를 끝까지 알지 못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풍요로운 세상에서 한껏 편리함을 누리면서 살고 있지만, 때로는 무차별적이고 몰개성한 삶을 강요당하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무엇인가에 행복과 자유를 침해 당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때. 이 폭넓은 '오지래퍼' 의 거침없는 이야기 사이사이에서 유영하며 그저 마음 가는대로 살기, 아무 것도 하지 않기의 자유를 잠시나마 만끽해 본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무 한 그루는 시간을 뛰어넘어 나에게 그 나무를 심은 이의 마음을 알려준다. 책에서 고인의 뜻과 만난다는 말도 있지만, 나무 한 그루를 보면서도 고인과 만날 수 있다. 더군다나 그 그늘에 들어갈 수 있으니 나무는 천지 사방이 트인 끝없는 도서관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p.30

인간 인식의 지평을 확장시키지 못하는 것은 예술이 아니다. ---p. 33

동양에서는 깊은 것들은 모두 어둡다. 현은 땅의 색이면서 사유의 깊은 지경을 나타내기도 한다. ‘현빈’이며 ‘현묘'이다. 그러니 아마 아름다울 것이다. 아름다움에는 우울과 신비가 섞여 있다. 깊은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아름다움은 어둡다. ---pp.37~39

지하철에는 우리 내면의 우울한 풍경들이 펼쳐진다. 책을 펼치고, 요즘은 다들 스마트폰에 몰두한다. 우리는 지상에 있을 때보다 지하철을 탔을 때 더 강력하게 다른 무엇과 연결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연결의 욕구가 창을 만든다. ---p.56

나는 거기서 플라톤을 다시 만났다. 그때의 기쁨, 그리고 헤겔과의 만남, 좋은 인연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나는 항상 책과 나 사이에도, 사물과 사람 사이에도 인연이 있다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경제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p.118

세상 모든 것들이 나의 텍스트들이며, 나는 잡식성의 괴물이 되는 것이다. 사실, 내가 배운 모든 것들의 팔 할은 만화당(만화방이 아니라 그때 우리는, 만화당이라고 불렀다)에서였고, 일 할은 여성지와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잡지였으며, 나머지 일 할은 여성지와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잡지였으며, 나머지 일 할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매혹적인 건축물들에서였다. ---p.123

그의 생각은 곧 나의 생각으로 연금술적인 변환을 치르게 된다. 그리고 그럴 수 있을 때 나의 지식은 전 인류의 지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중략)…… 무엇을 읽는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이고, 생각할 줄 안다는 것은 자신만의 실을 갖는 일이다. 그 실로 단 몇 개의 구슬이라도 꿸 줄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독서다.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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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묘한 책이다. 한 권을 읽었는데 여러 권을 읽은 느낌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시인, 건축가, 건축평론가, 그림, 미술비평, 만화, 만화비평, 영화비평, 전시 및 공연기획자, 이 모두가 함성호가 하는 일이다. 이도 모자라 이것저것 오지랖 넓게 들쑤시고 다닌다 하여 오지래퍼(Ozirapper)라는 명함도 달고 다닌다. 그는 내가 알고 있는 동년배 중 가장 박식하다. 그래서일까?

그의 이야기는 신화, 민담, 경전, 판소리, 만화, 건축 등등 정처 없다. 그러나 그의 관심사가 넓다 하여 그의 이야기가 얕을지 모른다는 지레짐작은 오산이다. 그는 늘 ‘인식의 지평을 확장시키지 못하는 것은 예술이 아니다’라는 자신의 말을 검열관으로 앉혀두고 글을 쓰고 있음이 분명하다.

흥보전에서 흥보가 박을 탈 때, ‘박에서 차례차례 나오는 재물들은 절실한 욕망의 순위 매김이라 봐도 좋을 것이다’라든가, 경전을 ‘신의 언어를 인간의 언어로 통역해놓은 것이다’라든가, 영화는 현대인의(혹은 현대를 위한) 신화라는 말이 가능해진다’라는 그의 시적 인식들은 얼마나 놀라운가!

내가 책장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책장이 나를 넘겨주는 느낌을 받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을 읽고 나니 이야깃거리, 생각할 거리가 꿈틀꿈틀 싹튼다. 내 기존의 관심 영역을 넓혀보고 싶은 충동이 나를 사로잡는다. 분도기, 돋보기, 망원경, 사다리, 로프 등의 물건들을 챙겨 그의 서재이고 작업실이라는 ‘거리’로 새삼 나서보고 싶어진다. 그의 들쑤심이 고맙다.
함민복(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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