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교!
임신과 출산 사이에 임산부가 들려주는 생명의 이야기다 그리고 곁에서 남편과 함께하는 생명의 이야기다. 출산은 임산부가 아기를 낳는 것이 아니다. 아니면 전문가가 수술로 아니면, 통증완화제를 투약하고 아기를 끄집어내는 것은 더욱 아니다. 임신과 출산의 주체는 아기가 스스로 임산부의 몸에서 분리되어 나오려는 자연스러운 생명의 질서다
자궁에서 일어나는 생명의 이야기는 상상할 수 없는 신비로 가득 차 있다. 이렇게 정교하게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오롯이 자연의 숭고한 생명의 질서로 얻어진 것이고 거의 오차 없는 자연의 섭리 때문이다. 태교는 어떤 지식과 기술로 설명될 수 없는 고유한 생명의 영역이다.
태교 책을 공동으로 저술할 수 있도록 저희들에게 도움을 주신 윤정 선생님은 정신분석치료를 28년 동안 해오시면서 일관성을 가지고 치열하게 고민하셨던 영역이 임신과 출산이라는 과정이었다. 그 과정 속에 찾은 것이 태교다. 태교는 평생 동안 살아가면서 지워지지 않는 생명의 근원임을 믿고 계셨다.
공부를 하면서 임신과 출산에 있어서, 임산부와 남편이 태교정신분석을 하며 사는 방식을 갖게 된다면, 자신들보다 더 나은 생명을 태아에게 나누어 줄 수 있다. 또한 임신과 출산이라는 소중한 생명의 이야기를 배우게 되었고, 여러 해 동안 윤정 선생님의 긴 도움을 받아 공동으로 집필하게 되었다.
태교정신분석과정을 통해 임신과 출산이 자신의 삶을 방해한다든지, 자신의 몸을 망가지게 한다든지 하는 사유의 방식은 임신에 있어서 그릇된 생각임을 알게 되었다. 태교정신분석이야말로 젊은 신혼부부들이 희망을 가지고 간절하게 생명을 원하면, 누구나 자연스러운 임신과 출산을 기대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태교는 비용이 크게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 제시하는 올바른 태교만 한다면 미래의 아이에게 부담할 교육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까지 들었다. 예를 들면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생명의 인간을 기르는 것은 더 즐거운 일임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젊은 부부가 임신과 출산의 삶을 포기한다는 것은 자신이 살아온 생명을 포기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되었다. 특히 임신과 출산의 공포는 거의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으로 인한 불안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임신과 출산을 바라보는 현대의학은 이러한 기적 같은 생명의 질서를 다 밝힐 수는 없다. 다만 문제 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는 영역에서 분명히 현대의학이 도움을 주고 있다. 자신의 삶 속에서 습관화된 불안정한 정서가 오히려 방해요소가 되고 있지 않은지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 아마 그런 불안은 자신이 살아온 삶의 고통으로 인하여 빚어진 사유의 강박일 수 있다.
현대인들에게 임신과 출산이 왜! 고통으로 기억되고 있는가?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왜 불안한 정서로 빚어지고 있는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태교정신분석전문가들은 출산이 아기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임산부가 새롭게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사는 방식을 도와준다. 아기가 태어나는 것은 자연 리듬에 순응한 생명 질서에 따른 현상들이다. 출산의 과정에서도 임산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호흡을 자연스럽게 하고 힘을 주게 되는데 이는 아기의 자극과 반응의 결과이다. 그러므로 산모는 아기가 자극과 반응으로 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태아는 신비로운 생명 질서에 따라 세포가 분열되어 성장하고 스스로 어머니의 질식분만(산도)을 통해 세상에 나오게 되는 것이다. 마치 가을 날 감이 잘 익어 열매가 떨어지는 것처럼 ,아기도 저절로 어머니의 몸에서 분리되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임산부는 인위적으로 감나무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잘 익어서 그냥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것처럼 기다려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생명의 기다림을 위해 태교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임산부가 자연스러운 출산을 경험하게 되면 생명 앞에서 느낄 수 있는 거룩한 환희를 맛보게 된다. 출산의 고통은 임산부와 아기가 환희의 생명을 얻기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임신과 출산의 고통에 대해 임산부가 두려워하지 않고,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얼마든지 순산할 수 있다. 그 순간, 아기와 엄마는 서로 고통 속에서 기쁨을 나누게 됨과 동시에 생명의 환희가 넘치는 축제가 된다. 이는 출산과 육아를 늘 함께하는 현장에서 혹은 출산 현장에서 겪어온 소중한 교훈들이다. 태아에게 출산은 잊을 수 없는 삶의 토대이며, 임산부와 태아에게는 최고의 생명 가치를 품어주는 것이다.
이 책의 두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 1부는 과학 현상을 인문학적으로 고민할 수 있도록 최전선의 지식으로 서술하였고, 제 2부는 임신 기간 동안 그리고 출산 이후에 가져야 할 임산부와 남편의 관계를 쉽게 현실에 적용할 수 있도록 쉽게 구성되었다. 특히 몸의 대화는 꼭 임산부라면 늘 반복적으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각 단원 마다 구성 된 ‘바라보기’는 독자들이 성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살펴보기’는 현상과 현실의 관계를 최전선 지식의 정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고 싶었다. 특히 ‘느껴보기’는 이 책이 지향하는 태담을 예시로 서술한 것으로 자주 읽어보고 임산부가 스스로 느끼면서 실천할 수 있게 노력했다. ‘모아보기’는 시적 압축으로 긴 여운을 지닐 수 있도록 구성의 짜임을 가져 보았다. 많이 아쉽지만 출산 이후 ‘양육’ 편은 ‘부록’으로 구성하여 짧게 서술하게 되었다. 만약 양육 편을 더 참고하고 싶다면 윤정 선생님의 저서 ‘태교 49개월’을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요즘의 교육은 소위 말하는 주입식교육, 일방적 교육, 수동적 교육을 뛰어넘어 자기 주도적 교육, 눈높이교육 혹은 맞춤 교육으로 방향이 흐르고 있다. 이 책의 주제는 단연코 ‘태교(胎敎)’이다. 하지만 왜 태중의 아기에게 일률적인 태교를 하는가? 왜 어른들의 눈높이에서 어른들의 입맛에 맞는 태교를 해야 되는가? 창의적인 아이로 키우는 것이 최신의 화두인 만큼 우리도 미래지향적인 태교를 해야 하지 않을까?
과연 바느질과 수를 놓는 것이 혹은 비싼 돈을 들여 공연장과 전시회에 가고 태교여행을 가는 것이 최선의 태교인가? 하는 의구심은 누구나 품었음직하다. 좀 더 내 아기와 가까워지고 이왕이면 머리도 좋아지고, 건강하게 태어나서 자라게 되는 태교는 무엇일까? 부모로서 사랑을 듬뿍 주지만, 시간과 경제적인 면에서 장소와 준비물에 구애받지 않는 태교는 무엇일까? 게다가 앞서 말한 창의적인 아이로 키우기 위한 태교란 과연 무엇일까?
자극과 반응이 없는 태교는 상상에 머물 뿐 태아는 어떠한 영향을 받을 수 없다. 하루 일상 매 순간마다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깊숙이 바라보며 내 안에 있는 태아에게 어떤 삶을 이야기를 전해줘야 하는 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고 싶다.
이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난다면 아마도 생명에 가까운 태교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까? 게다가 성인들이 아닌 아기가 원하는 태교는 무엇이고(이 책은 태아의 발달에 맞추어 자연스러운 생명의 질서를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러한 태교에서 아기와 공감을 나눌 수 있는 태담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기의 발달에 맞는 생명의 질서에 따른 공감을 할 수 있도록 태담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스스로 자신만의 태담을 구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혹시 1부를 읽다가 어려움을 느낀 독자들은 2부를 먼저 읽어보고 1부를 읽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아직 많은 것이 부족하고 더 연구해야 하는 것이 많다. 다시 한 번 지도와 감수를 해 주신 윤정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인류의 새로운 희망은 임신과 출산이다. 그것을 포기하는 것은 생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닐까? 이번에 공동으로 집필한 태교 책이 인류의 희망이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또한 임산부와 예비부부,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길 기대해 본다.
2022. 3. 28
공동저자 강인경, 김경희, 김현미, 권인숙
---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