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토론 문화에 익숙해 있고, 그것을 교육받아 왔다. 하지만 우리는 조직 생활에서 복종은 매우 중요하고 또 한 복종해야 같이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베트남 직원들은 우리가 대화나 설명 없이 명령에 복종하기만을 원할 때, 그리고 큰소리를 치며 화난 목소리로 이야기할 때 매우 힘들어 한다. 우리의 경우 명령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일을 해결하면서 본인 스스로 업무를 터득해 나가는데, 베트남 직원들은 아직 그런 부분에 익숙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된다. 군사 훈련장에서도 베트남 교관은 다르다고 한다. 우리나라 교관과 같은 권위주의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상하며, 하나하나 자세히 훈련병들을 가르친다고 한다. 또한 그들은 자존심이 아주 강하다. 자존심을 존중해 주면 모든 것들이 술술 풀린다. 명령과 복종만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조용한 목소리로 대화를 통해 자세히 설명하면 그들은 누구보다 잘 따른다. 베트남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은 박항서 감독이 그들에게 보여준 ‘존중’과 ‘대화’, ‘설명’을 통해 기적과 같은 신화를 만들었던 것이다.
---「3. 베트남의 조직 문화」중에서
이처럼 대부분의 베트남 사람들은 그날 먹을 것을 그날 산다. 그래서 매일 시장에 들른다. 이것은 베트남의 더운 날씨 때문이기도 하고, 대부분의 가정엔 음식이나 식자재를 보관할 만한 큰 냉장고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전쟁을 겪다 보니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고, 또한 전시 상황에서 쉽게 이동하려면 음식은 짐이 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전쟁에 대한 상처가 완전히 아물고, 우리나라처럼 어느 집에나 대형 냉장고가 갖춰지게 된다면 이처럼 조금씩 사는 습관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형 마트 매출 증가 수치는 대형 냉장고 판매 수치와 일치한다는 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대형 냉장고에 김치 냉장고 게다가 음료 냉장고까지 갖추고 사는 우리나라의 각 가정이 점점 음식 창고, 식자재 창고가 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어찌 생각해 보면 매일매일 새롭고 신선한 먹거리를 식탁에 올리는 베트남 가정식이 부러운 것 같기도 하다.
---「6. 베트남의 음식과 식사 문화」중에서
비슷한 상황의 베트남이다. 양 떼가 아니라 공사 차량이 길을 막았을 뿐, 여유롭게 마냥 기다리는 베트남 사람들. 길이 트이자 아무도 인상 쓰지 않고 지나간다. 그들은 왜 이렇게 여유가 있는 것일까? 베트남이 선진국도 아닌데 말이다. 200여 개의 105mm포를 한 번에 1인치씩 하루에 800m를 3개월에 걸쳐 산꼭대기로 옮긴 후, 적의 진지를 초토화시켜 승리한 딘빈푸 전투에서도 그렇고 구찌의 땅굴, 그 어둡고 칙칙한 땅속에서 살아남아 비행기 한 대 없이 세계 최강인 미국과 싸워 이긴 것도 모두 베트남 사람들의 참을성, 인내심이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참을성’, ‘인내심’이란 단어와 ‘여유’라는 단어는 분명히 다른데, 도대체 베트남 사람들의 그 여유는 무엇인가? 그 답은 바로 출근길, 우리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무질서 같은 교통질서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나보다는 상대방, 나보다는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여유와 배려심이 깊다.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뒤섞여 가는 복잡한 출근길 도로에서 사고 한 번 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천천히’와 ‘양보’인 것이다. 이 양보는 곧 배려이고 이 배려에서 그들을 다시 한번 이해하고, 그들에게 배워야 할 것은 무조건 배우는 게 좋을 것 같다. 우리 기준에서는 가난하지만 우리보다 행복한 그리고 여유로운 베트남 사람들에게 말이다.
---「12. 베트남의 배려 문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