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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 1
중고도서

개미들 1

아진 | 청어람 | 2014년 02월 0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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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2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391쪽 | 424g | 128*188*30mm
ISBN13 9788925136646
ISBN10 8925136643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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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stayy5   평점4점
  •  출간 20140203, 판형 130*190mm, 쪽수 391
  •  특이사항 : 황금펜 클럽 Goldpen Club Novel-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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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 진술… 흠, 하세요.”
무거운 공기에 짓눌린 기색이 역력한 말소리가 입 밖으로 새어 나갔다. 당황하며 자신의 목에 손을 가져가려 하던 남자는 곧 움직임을 멈췄다.
지금 남자를 보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양팔에 차가운 수갑을 걸고 푸른색의 죄수복을 걸친 소년이 자리에 일어나자 무겁게 눌려 있던 공기가 술렁였다. 수많은 희로애락의 감정을 품은 형형색색의 시선들이 움직이는 소년의 등을 뒤따랐다.
“재판장님.”
웃지도 울지도, 그렇다고 분노하지도 않는, 마치 표정이 빠져나간 가면과 같은 얼굴의 소년이 입을 열자 기묘한 깊은 침묵이 법정을 짓눌렀다.
“저는 왜 제가 이곳에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누구도 이 소년의 말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마치 모두가 그런 암묵적인 약속이라도 한 듯 사람들은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한 감정을 삼켰다.
“법을 피해 수많은 인간을 죽였기 때문이겠죠.”
열두 구. 열한 건. 한 명.
그것은 조사 중 소년의 진술로 확인된 행방불명자 수, 미해결 상태였던 살인사건의 수, 마지막으로 그가 경찰에 체포되기 전 찌른 사람의 수였다.
더더욱 무서운 것은 그것이 경찰이 확인 가능했기에 사건으로 성립된 것뿐이라는 것. 소년이 얼마나 더 많은 인간을 죽였는지는 경찰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저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인간들을 말입니다.”
4년 전 인터넷을 잠깐 달궜던 여중생 성폭력사건의 범인들. 그들은 소년과 일면식조차 없는 인간들이었다. 그저 같은 황인종, 한국인이라는 사실 정도가 유일한 공통점이랄까.
수년 동안 행인들에게 행패를 부리고 수많은 상해를 저지르며 대학로를 떠돌던 걸인은 더더욱 그렇다. 소년은 그 대학로를 갈 이유조차 없었다.
10억대 사기범, 사이비 종교의 교주 등, 피해자들이 활동하던 지역이 소년의 행동 범위와 겹치는 경우도 분명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소년과 아무런 관련도 없었다. 때문에 경찰은 소년이 잡히기 전에는 소년과 그 실종사건들, 살인사건들을 연결 짓지도 못했다.
“그리고 제가 그런 일을 한 이유는…….”
그때 소년이 갑자기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자신의 등을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사람의 눈을 하나하나 훑었다.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막아야 하는 행동이다. 하지만 재판관은 손에 쥔 의사봉을 내려치지도, 입 밖으로 말을 꺼내 소년을 제지하지도 못했다.
“그들이 받은 죗값이 적당했다고 생각합니까?”
소년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검사는 주먹을 꾹 움켜쥐었다.
딸을 10년간 성폭행하고도 겨우 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남자. 그 이야기를 듣고 분노하지 않는 인간은 없을 것이다. 소년이 그의 시체가 서울 하수도의 어딘가를 흘러가고 있을 거라고 진술했을 때 어두운 쾌감을 느낀 법의 수호자들도 분명 있었다. 검사 자신을 포함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인간이 인간을 그런 식으로 심판하면 안 된다. 그런 심판을 인정하면 사회의 뿌리가 흔들리게 되기 때문에.
“물론 이 사회의 법에 따르자면 저는 죄를 저지른 게 분명합니다.”
소년은 곧장 인정했다, 자신의 행동이 죄라는 것을. 그리고 그 죄를 부정하거나 누구의 탓으로 돌리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하지만 제 행동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죄를 회개하지도 않았다.
“전 멈추지 않을 겁니다. 징역형을 받는다면 그곳에서 나온 후 또 그런 자들을 처리할 겁니다. 교도소 안이라면 목표로 삼을 만한 인간은 더더욱 많겠지요.”
법정 안이 술렁였다. 하지만 소년은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저를 멈추고 싶다면.”
방청석을 쭉 훑어보던 소년의 눈이 어느 한 점에 멈췄다. 소년은 마치 그곳에 앉아 있는 자에게 전하듯 말을 끝맺었다.
“그렇다면 죽이세요.”
법정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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