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영하 30도의 날씨는 경험해본 적이 없다. 한국의 한파주의보 기준은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10℃ 이상 하강하여 평년값보다 3℃가 낮을 것으로 예상되거나 아침 최저기온이 -12℃ 이하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이 예상될 때 한파주의보가 발령된다. 그렇다면 영하 30도에는? 모르긴 해도 한파대피보 정도는 발령되어야 하지 않을까.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 사는 우리의 삶은 상대적이다. 어느 영하 12도의 추위는 한파주의보가 되어 연일 뉴스에 나오지만, 어느 영하 30도의 야영은 짧은 다큐멘터리 속에서 잠깐 스치고 지나간다. 짧게 흡입한 공기를 길고 천천히 내뱉었다. 목적지로 향하는 동안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은 유독 시리도록 파랗고 파랬다
---「한파주의보」중에서

존재의 이유가 꼭 있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삶이 무한하지 않고 유한하다는 점. 그리고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있음이 가치 있는 존재라는 걸 증명하는 것은 아닐까….
---「존재의 이유」중에서

중고 거래 플랫폼의 물건들을 둘러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많은 물건들도 처음에는 주인의 관심 속에서 구매되었다가 어느덧 가치가 없어져 매물로 나왔구나…. 그래도 버려지지 않고 다른 주인에게 가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쁜 것만은 아니겠구나’ 우리네 사람 관계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상호 간 필요가 있을 시에는 함께였다가 필요가 다하면 헤어지는…. 그러고 나면 또 다른 필요를 찾아가는…. 왠지 모를 서글픔이 엄습해오는 밤이다. 보고 있던 중고 거래 플랫폼의 종료 버튼을 눌렀다. 팔기로 마음먹고 한군데 모아 두었던 물건들을 다시 제자리에 놓고 나서야 잠이 들 수 있었다.
---「중고 거래」중에서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관념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답변이었다. 좋은 타이밍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것을 발견하고 잘 잡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행동과 노력으로 타이밍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니….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늘 생각해오던 연애와 결혼의 타이밍. 생활 게시판에 붙어있는 댄스 동호회 안내문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핸드폰을 조심스레 꺼내 본다.
---「우문현답」중에서

명단을 유심히 살펴본 결과 유독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다. 대학 졸업 이후 특정한 사건을 계기로 원수가 되어버린 K. 매년 분기로 진행하던 계모임도 수년째 나가지 않게 된 것도 K로 인해서였다. 망설임 끝에 모임을 주선한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내일 모임 나는 빼고 진행해. 나는 K 때문에… 다른 친구들에게 안부 전해주고….”
메시지를 보낸 즉시 답장이 왔다.
“알았다. 이그… 시간 많이 지났으면 고마 그러려니 하는 거다.”
관계의 개선이든 무엇 하나 해결된 것이 없는데 시간이 지났다고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하는 게 맞는 것일까?
다시 핸드폰을 들고 정성들여 메시지를 입력했다.
“은혜는 상대가 만족할 때까지고, 원수는 내가 만족할 때까지다.”
---「보답의 기간」중에서

“스펙 제로, 아무것도 안 하는 나를 빌려드립니다.” 일본에서 화제가 된 대여 서비스이다. 이름하여 ‘렌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지식이나 노동력 제공은 당연히 없고 간단한 대화 몇 마디만 하면서 그냥 곁에 있어 주는 서비스이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다 해주는 대행 서비스는 들어봤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여 서비스라니…. 사회성 부족으로 퇴사한 30대 남성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이 서비스가 과연 팔릴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기우였다. 이 남성의 트위터 팔로워 수는 27만 명을 넘어섰고 10만 원 상당의 대여료에도 의뢰는 꾸준히 들어왔다. 특이하고 신기한 현상이다. 일반적인 경제성 논리로는 해석이 어렵다. 한편으론 사회가 그만큼이나 외롭다는 방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말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들어주는 사람은 없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드립니다」중에서

20대가 술을 마시는 이유는 이성을 만나기 위해서이고, 30대는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40대는 스트레스를 풀게 술밖에 없다고 대답했고, 50대는 배우자 때문에, 60대 이상은 술 마시는 것이 버릇되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개인과 사회에 있어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술의 문화를 향유하는 한 사람으로서 부디 건강한 음주문화가 정착되었으면 좋겠다. 고독, 불안, 억압 등의 도피로서의 음주가 아니라 건강한 인간관계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유익한 도구로서의 음주가 되기를…. 그런 의미에서 우리 술 한잔할까요?
---「술 한잔할까요?」중에서

그럼에도 글쓰기는 계속되어야 하고 인생 또한 살아나가야 한다. 계속되는 연속성, 과할 정도의 신중함, 즐기지 못하는 숙제. 이처럼 글쓰기와 인생은 닮은 점이 많다.
---「글쓰기와 인생」중에서

매사에 행복을 누릴 것. 그런 뒤 찾아오는 행운을 잡을 것. 어쩌면 행복을 누린다는 건 행운을 얻는 것 이상일지도 모른다. 희망하되 욕망 없이, 삶의 호흡을 가다듬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