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음운론의 개념과 연구목적
1.1 음운론의 개념
인간은 언어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 타인과 소통을 한다. 이 때 언어는 인간의 발음기관을 통해 만들어지는 말소리(음성)라는 물리적 형식과 말하고자 하는 개념적 내용이 자의적으로 결합하면서 생산된다. 즉 음성 형식과 의미 내용은 자의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개별 언어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의사소통을 하는 화자와 청자는 동일한 언어공동체 속에 있어야 하며 이는 하나의 언어공동체가 언어적 동질성과 규칙성을 가지고 있음을 전제하는 것이다.
언어의 기본적인 기능이 의사소통을 통한 언어 정보의 전달에 있다고 한다면 언어 정보인 의미를 전달하는 데 소용되는 말소리를 연구하는 것은 기본적인 일이다. 언어에 대한 연구 가운데 언어음 즉 말소리를 연구대상으로 하는 언어학의 한 하위 분야가 바로 음운론이다. 일정한 언어음의 결합이 일정한 의미의 언어 정보를 전달하게 되는데, 이러한 기능을 담당하는 언어음 즉 말소리(음성)에 대한 체계적 연구를 하는 것이 음운론의 목표가 된다. 그 가운데 국어 음운론 혹은 한국어 음운론이라고 하면 한국어라는 개별 언어를 대상으로 하는 음운론을 지칭한다.
1.2 음운론 연구의 목적
인간의 말소리 즉 언어음을 체계적으로 연구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언어음은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에서도 확인할 있듯이 인간의 발음기관을 통해 생성됨과 동시에 분절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분절성은 인간의 발음기관에서 생성되는 기침, 비명, 신음, 코고는 소리, 트림하는 소리와 말소리를 구별할 수 있게 한다. 사실 물리적으로 보면 이들은 소리의 연속체로서 말소리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그 가운데 자음과 모음으로 인간의 귀가 분절하여 들을 수 있는 것은 말소리뿐인 것이다. 여기서 언어음이 지닌 분절성이 중요한데 이 분절성은 발화산출의 물리적 실재가 아닌 발화인식의 인식적 실재와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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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절성이 언어음의 본질적인 속성으로 우리는 분절음(segment)인 자음과 모음을 음운론 연구의 대상으로 한다. 인간의 발음기관을 통해 산출되는 자음과 모음은 모든 인간에게 가능한 발음이지만 자신의 모국어에 따라 음운론적 가치가 있는 자음과 모음이 결정된다. 모국어는 자의에 따른 필연적 선택이 아니지만 모국어의 발음은 내재화되어 자연스러운 습득의 과정을 거치는 반면, 모국어 이외의 언어에 대해서는 발음의 인위적인 학습 과정이라는 어려운 과정을 거처야 한다.
보편적인 언어음이든 개별언어의 언어음이든 언어음을 연구대상으로 음운론이 연구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음운론의 연구목적은 언어음의 음형(sound pattern)을 확인하는 것이다. 어떤 언어의 음형이란 포괄적인 개념으로 개별언어의 음운목록과 음운배열상의 제약을 확인하고, 이후 다른 언어학적 단위인 형태소나 단어, 발화 차원에서의 음운배열상의 제약과 규칙성을 찾아 음운과정의 유형을 기술하는 것이다.
연구대상 언어에서 음운목록을 확인하는 것은 음운론 연구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이다. 어떤 언어의 음운목록이란 단어의 의미를 구별하는, 즉 변별적 기능을 가진 분절음과 초분절음(suprasegment)의 집합이다. 분절음은 자음과 모음이며 초분절음은 영어의 악센트, 중국어나 중세 한국어의 성조 그리고 현대국어의 음장과 같이 분절음에 얹히는 것을 말한다. 의미를 변별하는 기능을 가진 자음과 모음의 분절음은 음소라고 하며 형태소나 단어의 모음이나 음절에 얹히는 강약, 높낮이 그리고 길이와 같은 초분절음을 운소라 하고 이 둘을 합하여 음운이라고 부른다.
언어가 의사소통이라는 일차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음운목록의 확인은 대단히 중요하다. 음소와 운소는 의미 변별이라는 기준에 의해 어떤 언어에서 그 목록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달, 딸, 탈’ 혹은 ‘불, 뿔, 풀’의 경우 이들 1음절 단어들의 의미를 변별해 주는 것은 초성의 자음들이다. ‘발, 벌, 볼, 불’의 경우는 중성의 모음들이 의미 변별을 해주고 ‘간, 감, 강, 갓’의 경우는 종성의 자음들이 그 의미를 구별해 준다. ‘밤(夜)’과 ‘밤(栗)’은 전자는 짧게 그리고 후자는 길게 발음하는 음장에 의해 단어의 의미가 구별된다. 따라서 이들 단어의 의미를 구별하는 자음과 모음의 분절음과 음장이라는 초분절음은 한국어에서 음소와 운소목록에 포함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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