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로 인해 국내 중소기업들은 어마어마한 금액을 손해 보게 되었는데, 그 가해자가 누구인지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에서 보듯이 그동안 가해자라고 알려졌던 은행들은 승소해서 가해자가 아닌 걸로 나타났다. 그럼 가해자는 누구인가? 투기를 통해 환차익을 노린 기업의 CEO나 경영진일까? 갈 데까지 간 한국의 원화 환율 수준을 노리고 키코 상품을 퍼뜨린 외국 금융기관인가? 대법원 판결에서는 승소했지만 키코 판매에 열을 올린 국내 은행(외국계 국내 은행 포함)이 실질적인 가해자인가? 아니면 2008년 집권하자마자 달러/원 환율 상승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MB 정권과 그 실세였던 ‘최강라인’인가?
--- p.24, 「제1부/등골이 오싹했던 1995년의 녹인」 중에서
밴드를 벗어나는 환율 급변 시에는 어느 쪽 방향으로 환율이 움직이든 간에 녹 인이 되거나 녹 아웃이 되어 키코는 거래업체에 손실을 끼치게 된다. 수출업체든 수입업체든 간에 환리스크를 방지하는 것이 아니라 환리스크를 피할 수 없게 만드는 상품이 바로 키코이다.
--- p.47, 「제1부/영업점 평가 항목이 된 키코 거래」 중에서
환율의 파고를 넘어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줄 것으로 생각하고 별 생각 없이 ‘키코 열차’에 승선했다가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이런 일이 재연되지 않기 위해서는 금융회사 스스로 아무 상품을 아무에게나 판매하지 않도록 하는 내부 통제시스템을 더욱 단단히 갖추어야 하겠다. 그리고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금융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인 장치도 충분한지 둘러봐야겠다.
--- p.83~84, 「제1부/키코의 추억― 마무리」 중에서
아마 기존의 ELS 조건을 보장하면서 코스피가 오르면 추가적인 금리를 제공하는 ELS를 만들어내면 정말 획기적인 상품이 될 것이다. 문제는 그런 ELS를 만들 증권회사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 오르면 추가적인 금리를 제공하는 옵션은 증권회사 입장에서는 콜 옵션을 매도하는 게 되는데, 옵션 프리미엄도 안 받고 고객에게 이익을 제공하는 그런 자선사업을 증권회사가 할 수 있겠는가. 콜 옵션 매도와 풋 옵션 매입은 바로 우리 중소기업이 제로 코스트 옵션 (Zero Cost Option)으로 알고 매입한 키코의 옵션거래 내용이다. 즉, 증권회사가 과거 우리 중소기업의 수준이 아닌 한 절대 키코와 같은 위험을 안으면서 낮은 프리미엄으로 ELS를 발행할 리는 없다!
--- p.111~112, 「제2부/또 다른 키코, ELS」 중에서
국제화된 세상에서 기업들이 적절하게 차입 통화를 선택하는 것은 훌륭한 재무 전략이 될 수 있다. 다만, 그 시기의 선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느 누가 지금이 최선인지 아닌지를 자신 있게 판단할 수 있겠는가. 긴 시간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판단해야 곤혹스런 사태에 직면하는 확률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것이다.
--- p.125~128, 「제2부/저금리에 혹한 엔화 대출」 중에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 이후,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무역을 통해 먹고살아야 하는 우리나라에서는 해운업이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중요한 산업이라는 점을 모든 언론과 전문가들이 일본, 독일, 네덜란드의 사례를 들어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이렇게 중요한 산업이라면 그 오랜 세월 동안 왜 리스크 관리시스템을 제대로 갖춰 놓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갖춰 놓았는데도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인가?
--- p.139, 「제2부/해운업과 외환 딜링, 어느 것이 더 투기적일까?」 중에서
그럼 중소기업은 환리스크를 관리하지 말라는 얘기인가? 참 어려운 질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기술력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을 제품가격에 이전시킬 수 있거나, 회사 자체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외화표시 자산과 부채, 매출과 매입의 규모를 균형을 이루도록 유지하여 환율 변동에 따른 이익과 손실이 서로 상쇄되도록 하는 방법, 즉 사내 환 매리--- p.Marry)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중소, 중견 기업 중에서 이런 기업이 몇 군데나 되겠는가.
--- p.172, 「제2부/중소기업의 환리스크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중에서
이런 선물환 수요를 은행들이 모두 흡수해 줄 수 있었다면 시세 왜곡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수요를 받아주려면 은행들은 달러를 차입하여 현물환 시장에서 매도하는 방법을 택해야 하고, 이는 다시 단기차입금의 증가를 불러온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 당국은 은행에 대해 단기차입금 비율과 함께 외환 포지션 운용에 직접적인 제한을 가하기도 하였다. 특히, 선물환 포지션을 직접적으로 규제하여 기업의 선물환 매도를 무한정 받아줄 수 없도록 하였다. 이러한 규제는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
--- p.198, 「제3부/금융의 삼성전자, 동북아 금융허브, 원화 국제화」 중에서
만일 우리 원화가 일본 엔화 정도의 국제적인 통용력을 갖고 있었다면, 가용 가능한 달러가 많지 않더라도 외환위기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은행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달러 자금을 구하는 바람에 달러 품귀 현상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우리처럼 외환위기라는 언급은 없었다. 각국 은행은 비싼 값이긴 해도 스스로 스와프 등을 통해 필요한 달러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와프와 같은 환 헤지의 기능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환 헤지가 원활하게 그리고 제대로 된 가격 기능을 발휘하면서 작동된다면 외환위기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우리 원화의 위상이 높아지고 금융산업이 발전해야 하는 당위성을 여기에서도 찾을 수 있다.
--- p.201, 「제3부/우리 원화, 위안과 엔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 중에서
외환 관련 규정을 보면서 우리 외환 당국이 아직도 ‘빅 브라더’의 환상에 젖어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촘촘한 규정을 갖고 면밀하게 외환시장을 내려다보면서 외환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외환위기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고 위기 발생 시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과거 여러 차례 경험했듯이 규정이 있다고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위기 발생 징후가 있을 때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몇 가지 핵심적인 긴급 발동 장치만 남겨두고 외국환거래 관련 법규는 대폭 간소화해야 하고 규제의 실질적인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 p.221~222, 「제3부/달러/원 NDF 시장을 없애야 한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