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로 학자들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1932~1939)에 태어나, 그 이후 해방공간, 한국전쟁, 이승만 독재정권, 4·19혁명, 5·16쿠데타, 유신체제, 10·26, 전두환 신군부의 쿠데타, 광주민주항쟁, 87체제 이후의 제도적 민주화 등 격동의 현대사를 헤쳐 온 그야말로 한국 현대사의 산증인들이라 할 수 있다. 전공이 현대사는 아니지만, 현대사를 몸소 체험한 동시대인으로서 이분들이 남긴 구술 자료는 현대 한국 사회에 대한 생생한 증언 기록으로서 후대의 역사학자들에게 귀중한 사료로 활용될 것이다.
---「책을 펴내며」중에서
당시 ‘해방이 됐다’ 했지만, 나는 일본이 우리를 지배했다던가 학정을 했다던가 하는 걸 잘 몰랐어요. 몰랐는데 해방되던 그 2, 3일 사이에 신사(神社) 마당에 많은 시골의 면민(面民)들이 모여가지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았어요. 그런 후에 신사를 불태워 버렸어요. 그때가 한여름인데 모인 사람들이 그렇게 기뻐하는 모습은 제가 평생 기억할 수밖에 없는 그런 기쁜 순간일 거예요. 그 기뻐하는 면민들이 모여 막 얼싸안고 기뻐했던 모습은 평생 지워지지 않아요.
그런데도 나는 그 해방이란 게 무슨 의미를 가졌는지를 잘 몰랐어요. 그런데 교회 가서 『성경』 공부를 하고 교육을 받는 동안에 ‘아, 우리가 마치 그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서, 이집트에서 종노릇했듯이 우리도 일제의 종노릇했다’ 하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러면서 비로소 민족의식이랄까 하는 감흥이 일어나게 되었죠.
---「1부: 이만열」중에서
그래서 ‘나도 이거를 우리나라 데이터도 한번 찾아보면 재미있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런 데다가 하와이에 가가지고 본격적으로 우리나라 역사책을 읽기 시작할 거 아니에요. 우리나라 책을 보면 『삼국사기』도 보고 『고려사』도 보고 다 열심히 보는데, 그건 뭐 금방 다 읽을 수 있으니까……. 『삼국사기』는 하룻밤이면 다 대충 확 훑을 거 아니에요. 그런데 그런 사료들을 보니 자연현상 기록이 많단 말이에요. 자연현상 기록이 굉장히 많은데 그거 가지고 논문 쓴 사람은 전혀 없잖아요. ‘이 자연현상 기록을 가지고 우리나라에서 뭔가를, 논문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재미있는 게 뭐 발견될 수 있지 않을까?’
---「3부: 박성래 II」중에서
대원들은 여러 조로 나눠서 고무보트를 타고 독도 생태에 대한 조사 활동을 했어요. 나는 대원들하고 같이 오키나와에서 날아온 미군 제트기들의 폭격 연습으로 우리 어민들이 희생당한 흔적을 살펴보았지요. 불발탄으로 아직도 동서도 사이의 얕은 바다 밑에 깔려 있는 것도 확인했죠. 독도는 피투성이였어요. 희생된 어민들의 위령비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또 그때는 독도는 우리 땅, 뭐 대마도는 일본 땅 하는 노래밖에 없었어요. 그것만 갖고는 안 되니까 새로 우리가 가사를 짓고 어떻게 해보자. 그래가지고 나도 하고 학생들도 하도록 해가지고 몇 가지를 자기 과업으로 했어요.
---「4부: 박창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