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정보화'를 말한다. 이 말의 외연과 내포가 무엇이든지간에 여기에 오늘 국어와 국어교육의 위기라는 현실의 총체적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처럼 문명사적 차원의 거대한 시대변화, 문화변화에의 요구가 자리잡고 있기에 그 속에서 그 동안 우리가 행해 온 국어교육, 나아가 근대교육 전반이 행해 온 프로그램, 패러다임이 전면적으로 수정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교육적 요구 역시 나날이 점증애 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 터다. 이른바 디지털 문명 시대에 아날로그식 교육, 문화체제의 변환 요구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시행하고 고수해 온 근대어문교육의 체제, 그 골간으로서의 국어교육체제는 어찌 되는가. 마땅히 수정되고 궁극적으로는 용도 폐기되지 않으면 안 될, 구시대적 잔재, 시대착오적 유산으로서의 명운만이 오늘 국어교육이 띠고 있는 초상일까. 그럴 수만은 없다고 보았을 때,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될 몫, 즉 국어교육에 대한 원론적 이해와 역사적 설명의 몫이 주어진다고 보았다. 근대적 의미에서의 '어문민족주의'란 무엇인가를 묻고 그것에 대답하는 일 역시 같은 과제로 인식되었다. 근대 국민국가의 수립 과정에서 '국민교육' 혹은 '민족교육' 실행의 중요한 일부를 담당하여 그 역사적 위상을 점유하여 온 것이 오늘의 '국어교육' 내용이요, 그 이념, 체계일 것이기 때문이다. 당초 이 논문집 발간을 위한 취지서 작성에 '국어교육과 어문민족주의'라는 어구가 모두 자리에 들어앉을 수 있었던 배경이 여기에 있었다. 우리의 경우라면 가사 '한글민족주의'라 할 만한 것이 개화기 이후 한국 국어교육의 내용 현성과 이념체계 형성에 중요한 원동력, 기축 작용을 했다고 보고, 그 역사적 뿌리 내리기와 벋기의 과정, 그리고 오늘의 시대적 현실 속에서 그것이 가진 기능적 한계의 성격까지를 모두어 살펴보는 일은 오늘 우리가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될 과제 해결의 요추 항목이라 생각했다. 시대적응을 위한 바람직한 동화의 방향을 살피고 타진하는 데도 언제나 기축이 되어야 할 작업은 원천의 뿌리에 대한 이해와 그 역사적 경과, 그리고 그 기능적 효용한계의 측면에 대한 이해-설명, 평가의 작업에 두어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