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는 사내를 훈제하기 전에 면도부터 시켰다. 이제 이 남자는 다른 세 남자와 함께 자매의 오두막에 앉아 있다. 기묘한 박물관에 놓인 전시물처럼 그들은 책을 읽거나 카드놀이를 하거나 피아노를 친다. 네 명의 익사체, 하나같이 과묵하면서도 멋진 네 남자. ---「피어스 자매」중에서

태양은 쉼 없이 지붕 위로 떠오르고,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채광창을 통해 다락으로 들어왔다. 나비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몇 마리가 무리 사이를 펄럭였다. 다른 나비도 점차 그들에게로 다가가서 날갯짓을 했다. 다락 천장은 곧 나비들로, 온갖 색깔과 온갖 모양으로 가득 찼다. 한두 마리가 춤을 추며 창을 빠져나갔고, 나머지도 그들을 따랐다. ---「레피닥터」중에서

뭔가를 보았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따금 전해졌다. 기이한 생물체가 아이를 품에 안은 채 덤불숲을 헤쳐나가는 광경을 목격했다느니, 그 이상한 생명체와 아이가 나란히 뛰어가는 것을 봤다느니 하는 이야기였다. ---「은둔자 구함」중에서

잠에 빠졌을 때 소년의 키는 140센티미터였지만, 깨어났을 때 그의 키는 189센티미터가 되어 있었다. 소년은 창틀에 기대 십 년 전에 마지막으로 보았던 세상을 내다보았다. 새들이 노래하고 있었다. 구름이 천천히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소년은 몸을 돌려 다시 침대로 향했다. 침대로 돌아가는 길에 소년은 거울을 지나치게 되었다. 웬 청년이 어머니, 아버지의 어깨에 의지해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잠에 빠진 소년」중에서

말은 머리를 조금 더 숙였다. 그리고 이윽고 셀마와 정면으로 마주하자 광기 가득한 늙은 눈으로 셀마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말은 입술을 까뒤집으며 썩어가는 수많은 누런 이빨을 드러냈다. 한순간, 갑자기 얼굴을 들이민 말은 셀마가 입은 코트 맨 위에 달린 단추를 이빨로 낚아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