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간의 차이를 알아차리고 인정하면서 서로 보살피고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 지금 당신의 눈이 아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시도하는 것, 당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 당신과 다른 대상을 사랑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 보는 것, 그리고 온 세상의 생명체와 사물의 복잡 미묘한 세상 속에서 즐겁게 살아가는 것은 오늘날 역사적 순간 속에서 나에게 가장 심대하게 다가오는 문제들이다.
--- p.9, 「들어가는 말」 중에서
둥지는, 내가 새한테 품어 온 온갖 의미와 가치에 도전을 해 왔다. 나는 새들이 자유로워 보였기에 그토록 사랑했다. 위험을, 함정을, 어떤 유형의 부담이라도 감지할라치면 새들은 금방 날아가 버릴 수 있었다. 그런 새들을 지켜보면서 나도 그들의 자유를 함께 나누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둥지와 알은 새들을 얽매이게 하고 취약한 존재로 만들어 버렸다.
--- p.16, 「둥지」 중에서
우리가 자연에 관해서 하는 이야기의 많은 부분은 자연 그 자체가 아니다. 자연을 상대로 우리 자신을 시험하고, 자연을 배경으로 우리 자신을 설정하고, 자연과 비교하여 우리 자신을 규정하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자연의 본모습과 전혀 맞지 않았다. 그것은 어린아이가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친밀함과 우정을 찾는 것에 불과했다. 말하자면 내가 야외 도감에서 보았던 이런 생명체들의 이름을 익히게 되었다면, 그건 신학기에 우리 반 친구들의 이름을 꼭 알아야 했던 것과 같은 이유로 그랬을 뿐이었다.
--- p.62, 「테켈스 파크」 중에서
겨울 숲에는 생명의 표징들이 겨울 숲에 드물게 들어오는 빛의 그림자처럼 점점이 찍혀 있다. 그것은 어디에 눈길을 돌려도 곳곳에 생명이 넘쳐나는 울창하게 성장한 여름의 초목으로선 보통 이해하기 어려운 표징들이다. 딱따구리가 콕콕 만든 나무 구멍, 사슴들이 조금씩 뜯어 먹은 어린나무들, 여우 땅굴, 낮은 가시나무에 걸린 오소리 털 뭉치! 겨울 숲에서 만날 수 있는 이런 소소한 생명의 표징들을 사람들은 얼마나 알아챌 수 있을까. 그리고 내 발이 지난해 나뭇잎을 밟고 있는 동안, 내 머리 위로는 벌써 다가올 봄의 나뭇잎들이 잔가지 끝의 봉오리 안에 고이 접혀 있다.
--- p.141~142, 「겨울 숲」 중에서
요즈음 나는 동물들이 나와 같지 않다는, 그리고 그들의 삶이 인간의 삶을 설명하거나 거울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면서 진정으로 마음에 위안을 받곤 한다. 우리 집 하늘 위에서 떼까마귀는 날아다니고 있고, 나는 우리 집 뒷마당에서 그 새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다면 집이란 건 저 새와 나에게 모두 나름의 의미가 있는 셈이다. 나에게 그 집은 보금자리이다. 과연 떼까마귀에게 이 집은 무엇일까? 이동하는 여정에 잠시 들르는 중간역일까, 아니면 그냥 기와와 경사가 모여 있는 곳일까, 그도 아니면 잠시 내려와 앉는 횃대로 쓸모 있는 곳일까, 아니면 가을이면 마구 부수어 알을 쏙 빼서 먹을 수 있는 호두알이 툭 떨어지는 그런 곳일까! 어쩌면 그 모두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겠지.
--- p.480, 「동물이 주는 교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