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기옹은 등에 매고 있던 말굽자 모양의 나무막대 같은 것을 내렸다. 그러고는 그 막대를 당겨 줄을 걸자 그 막대는 활이 되었다. 시위를 푼 활을 본 적이 없던 안가지로서는 그게 무엇인지 잘 몰랐지만 그 말굽 모양의 나무막대는 시위를 끌러놓은 국궁이었다. 철기옹은 수인을 풀고 움직이는데도 일단 활을 잡자 주위의 진법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철기옹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읊으면서 활을 쥐자 조그마한 철기옹의 몸이 쫙 펴지면서 기운이 넘치는 것처럼 보였다. 철기옹이 빈 활을 힘 있게 당겨서 줄을 연속으로 탁탁 두 번 튕기자 눈앞의 불기둥이 퍼석 하고 흩어져 사라지고, 갑자기 저 쪽에서 조그마한 노란 깃발이 날아오다가 무언가에 부딪친 듯 땅에 툭 떨어졌다. 안기자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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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수인을 맺어요! 병(兵)!'
현암이 수인을 설명해주자 자영은 금세 알아듣고 수인을 맺었다. 그러자 자영의 몸이 털썩 땅에 내려앉았고, 헤매고 다니던 손기자도 자영이 붙들고서 인장법을 일러주었다. 손기자도 비로서 눈이 트인 듯 온통 땀범벅이 된 얼굴을 흔들어댔다.
'어휴, 죽는 줄 알았어요.'
현암은 여전히 냉랭하게 말했다.
'내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알았지요? 그러니 돌아가세요. 너무 위험하다구요.'
자영이 금세 살아난 듯 대들었다.
'아니, 또 돌아가라구요? 그럴 순 없어요! 우리도 갈래요! 이제는 취재보다도 오기가 생겨서라도 그놈의 무덤인지 뭔지 내 손으로 뒤져봐야겠어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아직 정신 못 차렸어요? 이건 초입의 경고일 뿐이라고요! 안쪽으로 가면 갈수록 점점 더 힘이 강해지고 그런 곳을 함부로 통과하려다가는....'
'어떻게 된다는 거죠?'
'즉시 사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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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중아! 빨리, 빨리 그 칼을!'
승현사미와 스기노방은 거의 비슷하게 초치검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두 사람과 초치검과의 거리는 채 30미터도 남지 않았다. 승현사미는 죽을 힘을 다해 달려갔다. 저만치에서 시커멓게 타고 찢어진 흉한 가사자락을 휘날리며 비틀거리면서도 빠른 걸음으로 스기노방이 달려오고 있었다. 스기노방이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았는지 달려오는 자세 그대로 손가락을 툉겨냈다. 염주알을 내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뛰면서는 조준이 잘 안되는지 쏘아낸 염주알들은 달려오는 승현사미의 주변에 마치 총알처럼 흙먼지를 풍기면서 박혀들었다. 승현사미는 초치검을 향해 힘껏 몸을 날렸다. 승현사미의 작은 고사리 손에 낡은 초치검의 검집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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